배우 이시영, 아들 업고 설산 등산했다 안전불감증 논란...겨울 산행은 특히 더 조심해야
배우 이시영이 지난 1월 1일 5세 아들을 등에 업고 제주도 한라산 등반을 인증한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다치는 일 없이 안전하게 등산했다"라고 알렸지만, 일각에서는 위험 요소가 많은 겨울 산행에 어린아이를 업고 산행을 감행한 것에 우려를 표했다. 특히 눈 덮인 산은 성인 혼자도 오르기 힘들어 산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아름다운 설경 뒤 숨은 안전사고, 특히 1월에 가장 많아
겨울 산행은 멋진 설경과 상고대, 눈꽃 등을 볼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다른 계절에 비해 사고 위험성은 훨씬 크다. 폭설과 강풍 등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이변이 많기 때문. 특히 새해 다짐을 하고자 산을 찾는 경우가 많은 1월에는 안전사고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2년(2017년~2018년 합계)간 발생한 등산 사고는 총 1만 3,864건이며, 이 사고로 1만 396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그중 사망자는 216명, 부상 9,952명, 실종 228명이다. 겨울철(12월~2월)에만 2,364건의 산행 사고(전체 대비 17%)가 발생했으며, 1,716명(사망 35명, 부상 1,650명, 실종 31명)이 다치거나 사망했다.
특히 1월은 산행 사고 건수(860건, 36%)와 인명피해(637명, 37%)도 많지만, 무엇보다 조난으로 인한 실종자(16명, 52%) 발생이 가장 많았다. 산행 사고의 원인은 발을 헛디뎌 발생하는 실족과 추락이 33%로 가장 많고, 안전 수칙 불이행 23%, 길을 잃고 헤매는 조난 19%, 개인 질환으로 인한 사고 11% 순이었다. 산행 인구 대비 안전사고 비율이 가장 높은 계절이 겨울인 만큼 겨울 산행을 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저체온증 · 심장마비 발생 위험 높아
겨울 산에서는 해가 급격히 짧아지면서 급격한 기온 변화가 일어난다. 갑작스러운 기온 하강으로 저체온증과 같은 중증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져 정상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인체의 열 생산이 감소하거나 열 소실이 증가할 때 저체온증이 발생한다. 저체온증이 발생하면 혈액량이 줄고, 혈액 점도도 높아져 혈액 순환이 잘되지 않아 부정맥이나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
등산할 때 고도가 100m 높아지면 기온은 평균 0.6도씩 그리고 체감온도는 2도씩 낮아진다. 산은 지상보다 기온이 낮기에 겨울 산행에서는 무엇보다 체온 유지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저체온증은 처음에는 온몸이 심하게 떨리는 오한 증상이 나타나며, 피부에 닭살이라고 부르는 털세움근(기모근) 수축 현상이 일어난다. 피부혈관이 수축해 피부가 창백해지고 입술이 푸른빛을 띠며, 기면 상태에 빠지거나 자꾸 잠을 자려고 한다. 말을 더듬거나 판단력이 떨어지는 등과 같은 증상도 나타난다. 심해지면 맥박 및 호흡이 감소하고 혈압이 떨어져 기억상실, 환각 증세가 나타나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또 부종, 폐출혈 등이 생길 수 있고 심실세동과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을 유발해 심정지가 일어나기도 한다.
저체온증 증상이 나타나면 젖은 옷을 갈아입고, 침낭과 담요 등으로 체온을 높여야 한다. 따듯한 음료를 마시고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고열량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저체온증뿐 아니라 추운 날씨 탓에 심장마비 발생 위험도 커진다. 춥다고 스트레칭하지 않고 바로 산에 오르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갑자기 맥박 수가 빨라지는 등 심장이 받는 부담이 커진다. 이에 따라 혈관 수축뿐 아니라 수축한 혈관의 압력이 높아져 심장마비가 발생한다. 이 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 위험도 커진다.
심장마비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흉통이다. 평소보다 이른 가슴 통증, 현기증, 어지럼, 두통 등이 나타난다면 빨리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여 젖은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전조증상을 느낄 새도 없이 심장 정지 등과 같은 위급상황이 벌어지면 환자의 의식과 호흡 여부를 먼저 확인한 후 호흡이 없으면 반복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자동제세동기를 해야 한다.
심장질환으로 심장이 정지했을 때 4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이 높아진다. 지리산, 설악산 등에 있는 모든 대피소와 국립공원 주요 탐방로 입구의 탐방지원센터 등 총 73곳에는 자동심장제세동기가 비치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산행 전에 스트레칭 등으로 충분한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
겨울 산행을 위한 준비물과 안전하게 겨울 산 오르는 법
추운데다 산행이 길게 느껴지는 겨울 산을 오릴 때는 다른 때보다 보온을 위한 방한용품을 제대로 갖추고, 안전한 방법으로 산행에 임해야 한다.
먼저, 산행을 나서기 전 오르고자 하는 산의 기상 상태와 적설량, 온도 변화 등을 체크해야 적절한 코스와 산행 시간, 필요 장비 등을 예측할 수 있다. 또 등산로가 폐쇄되거나 위험 구간은 없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장기 산행의 경우 반드시 기상청이나 일기예보 등을 통해 기상 추이를 확인해야 하고, 라디오와 온도계 등을 휴대해 날씨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산행 중 땀과 눈 등으로 옷이 젖으면 마른 옷에 비해 빠르게 체온을 뺏겨 저체온증이나 동상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몸에서 발생하는 수분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온의 변화에 따라 신속히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도록 배낭에서 꺼내기 쉬운 곳에 재킷이나 다운 점퍼 등을 넣어두고, 두꺼운 옷 한 벌 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이 좋다.
산행 전에는 몸을 풀어주기 위해 반드시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 낮은 산을 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등산하기 전, 15분~30분 정도 전신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과 인대를 충분히 풀어 부상을 예방해야 한다.
또 눈이 쌓여 있지 않아도 땅이 얼어 있어 부상의 위험이 높은 겨울 산행인 만큼 산행 장비를 잘 챙겨야 한다. 길이나 빙판길에서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는 아이젠과 쌓인 눈에 반사된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선글라스, 습기와 눈으로부터 다리와 발을 보호해주는 스패츠, 체력 소모를 줄여주고 관절이나 척추에 실리는 무게를 분산시켜 부상의 위험을 덜어주는 등산 스틱 등은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겨울 산행할 때는 보폭을 평소보다 70% 정도 줄이면 낙상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산을 오를 때는 신발을 다소 헐겁게 신고, 내려올 때는 꽉 매어 신으면 신발과 발이 밀착되어 사고와 부상 예방에 도움 된다. 겨울 산행은 조난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홀로 산행하기보다는 경험이 많은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 좋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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