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은 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나 [핫이슈]

박봉권 기자(peak@mk.co.kr) 2023. 1. 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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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취임사 다시보면 어이상실
미사여구 약속 단 하나도 안지켜
퇴임후에도 언행불일치 이중행태
“조용히 잊혀지고 싶다”말하고선
책방까지 만들어 세력 규합 나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통령’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라고 했다.

사내 대장부는 말 한마디도 천금처럼 중하게 여겨야 한다는거다.

입밖으로 말을 뱉었으면 반드시 지키라는 거다.

책임 질수 없는 말을 함부로 떠벌리지 말라는거다.

공인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한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이라면 더 말할것도 없다.

문재인 전대통령의 언행불일치가 불편한건 이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그에게 “잊혀진 삶을 살라”고 강요한 바 없다.

전국민 앞에서 ‘퇴임후 조용히 잊혀진 삶을 살겠다’고 한건 문 전대통령 자신이다.

말을 그렇게 했으면 행동으로 보여주면 될 일이다.

그런데 말과 실제 행보가 천양지차니 구설이 끊이지 않는것 아니겠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면담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당]
SNS를 통해 일상을 보여주고, 독후감을 올리고, 도서 추천을 하는것까지 시비 삼을 일은 아니다.

퇴임후 10여권 가까운 책을 추천하는 모습에 ‘출판마케터’‘관종’이냐는 비아냥이 적지 않지만 말이다.

매일 팍팍한 삶에 쫓기는 장삼이사 눈엔 매달 1400만원 안팎의 연금을 받는 전직대통령의 이런 한없이 한가로운 행보가 신선놀음으로 비춰질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도는 대다수 국민들이 애교로 봐주고 넘어갈수 있을 듯하다.

다만 이같은 대외활동에 현정부를 ‘디스’하는 저의가 담긴 정치가 개입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책 추천을 핑계 삼아 현정부 대중외교를 비판하고, 처참하게 실패한것으로 판명이 난 최저임금 폭주 등 소득주도성장 방어에 나서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곤란하다.

노골적으로 현정부를 험담하고 저주하는 신년사까지 내놨다.

스스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저열한 행태다.

한술 더 떠 이젠 경남 양산 사저 근처에 동네책방까지 열겠다고 한다.

과거 운동권 출신이 학교 주변에 책방을 내고 그곳을 아지트로 삼은것처럼 친문의 구심점이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그의 측근, 민주당 정치인들은 물론 소위 ‘문빠’ 등 강성지지층이 성지순례하듯 대거 이곳 책방으로 몰려들게 뻔하다.

이정도면 친문세력을 규합해 세를 과시하고, 대놓고 현정부에 각을 세우는 대외활동을 요란스럽게 재개하겠다는 선언이다.

현직때도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갈라치기 정치로 국론 갈등과 분열이 극심했는데, 퇴임해서까지 팬덤정치에 대한 유혹을 버리지 못한듯하다.

이게 국민에게 약속한 조용히 잊혀진 삶에 부합하는 건지 문 전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동네책방이 초래할 첨예한 이념갈등과 충돌도 걱정스럽다.

지지층이 몰리면 반대하는 사람들도 몰리게 마련이다.

책방 주변에서 거친 찬반 시위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 고통과 피해를 오롯이 동네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다.

문 전대통령도 이같은 위험을 모를리 없다.

그런데도 ‘소음·욕설시위탓에 스트레스를 받은 사저 인근 주민에게 도움을 주려 책방을 낸다’고 했다.

혹세무민 황당 궤변이다.

입으로는 잊혀진 삶을 살겠다면서 행동은 정반대인 이중적 행태를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약속 파기에 대한 수오지심의 감정마저 무뎌진듯하다.

국민과의 약속을 여반장하듯 저버린게 한두번이 아니라 그런건가.

김정은에게서 받은 풍산개를 “퇴임후 데려가서 키우겠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말한건 문 전대통령이다.

그런데 양육비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슨 피치못할 사유가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파양했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지만 반려견과의 약속을 저버린것이나 다름없다.

서해 피살 공무원 아들에게 “진실 규명을 직접 챙기겠다”는 편지를 보낸것도 그다.

그 약속도 헌신짝처럼 버렸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모든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고선 배우자 의상비, 딸 청와대 더부살이에 대해선 입을 닫아버렸다.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안좋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정통성을 부정하는 이승만 정권이 만든 상훈법에 따라야 한다며 1억3647만원짜리 무궁화대훈장을 수여받고 퇴임했다.

낙하산 보은인사 악습을 끊겠다고 했지만 임기말까지 알박기 인사를 고집했다.

이외에도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하겠다는 약속,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 야당을 국정 동반자 삼아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는 약속, 광화문 시대를 열어 퇴근 후 국민과 만나 소통하겠다는 약속,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는 약속 등 무수히 많은 대국민 약속을 했다.

놀랍게도 하나도 지킨게 없다.

무엇보다 6년 전 취임사때 “지지하지 않은 국민까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마저 허언이 됐다.

이런 행태가 퇴임후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이해하기 힘들다.

잊혀지고 싶다는 말이나 안했으면 그나마 나을텐데, 이젠 떡하니 책방지기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유일하게 지킨 약속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것뿐이다.

정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통령이다.

박봉권 논설위원(pea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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