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점령 ‘눈오리’ 수백개…“징그러, 치우는 사람 따로 있나” 시끌

“삭막하고 야박하다” 반대 의견도 팽팽

길에 만들어진 눈오리. [온라인 커뮤니티]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몇해전부터 눈이 오면 길가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눈 오리'가 논란의 한가운데 섰다. 눈 오리를 만든 뒤 방치하고 떠나면 이를 치우는 아파트 경비원 등이 고생을 한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다.

18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발 남의 집 앞에 눈 오리 좀 만들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눈 오리는 오리 모양의 틀이 달린 집게 형태의 도구로 만들 수 있다. 한때는 도구 자체를 구하기 힘들 만큼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작성자 A 씨는 "눈이 오면 아파트 앞에 눈 오리를 뭉쳐서 만들어 놓던데, 본인이 만든 것은 사진 찍었으면 치우고 가라"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셀 수 없이 많은 눈 오리가 길거리에 깔려 있다.

A 씨는 "눈이 많이 올 때 경비 아저씨께서 힘들게 눈을 쓸고 계시길래 도와드리려고 나가봤다. 아파트 앞이며 바닥이며 여기저기에 누군가가 눈 오리를 만들어 놨더라"며 "경비 아저씨에게 여쭤봤더니 아저씨도 눈을 치우면서 그런 게 있으면 난감하다고 하셨다"고 했다.

이후 A 씨는 경비 아저씨를 도와 눈을 치우던 중 또 다른 이웃이 아이와 함께 나와 눈오리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들이 만든 눈 오리를 또 길에 두는 모습에 A 씨는 "순간 참 징그럽다는 생각을 했다"며 "치우는 사람 따로, 어지르는 사람 따로였다"고 했다.

A 씨는 "원래 집 앞 눈은 거주하는 사람이 치우는 게 맞다"며 "경비아저씨는 주민들이 눈길에 미끄러질까봐 종일 눈을 쓸고 계시는데, 그 옆에서 함께 치우지는 못할망정 눈 오리 수십 마리를 만든다"고 했다.

전국 곳곳에서 눈이 내린 2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광통교에서 한 시민이 눈오리를 만들고 있다. [연합]

전국 곳곳에서 눈이 내린 2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광통교에서 한 시민이 눈오리를 만들고 있다. [연합]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A 씨 글에 동의하는 쪽은 "(눈 오리가)단단하게 굳어 떨어지지도 않아 짜증난 적이 많다", "사람이 안 다니는 곳에 만들어라", "적당히 하고 남한테 피해를 안 주면 누가 뭐라고 하겠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대 진영 쪽 누리꾼은 "본인들은 어렸을 때 나와서 신나게 놀곤 요즘 애들한테는 옆에서 눈 치우고 있으면 놀지 말라고 하느냐", "애들이 그런 것 갖고서 진짜 삭막하다", "어릴 때 눈 사람 만들고 치운 적 있나. 야박하다"는 등 의견을 보였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