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이기주의·다자주의 경쟁… 올해가 ‘포스트 코로나 질서’ 원년”[파워인터뷰]
‘파워 폴리틱스’의 귀환
우크라전이 새로운 상황 야기
에너지 등 ‘신흥안보’ 위협부터
유럽 각국 이익도 드러나게 돼
미러·중러관계, 獨위상 변화 등
강대국 이익, 국제질서 변수로
‘다자주의 3+1’ 경합 본격화
美·中·유럽 주도하는 3파전에
기타국 다자주의가 끼어들 듯
중첩되는 다양한 형태 가능성
지정학 뛰어넘는 연대도 등장
美 ‘인도·태평양’ 전략 대표적
인터뷰 = 신보영 국제부장 boyoung22@munhwa.com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난 3년간 전 세계는 민주주의 쇠퇴와 양극화, 국제협력의 균열,‘각자도생’ 신흥 질서의 부상을 목도했다. 유례없는 봉쇄 방역과 공급망 차질은 미·중 경쟁을 더욱 가속화했고, 지난해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통적 영토 방어뿐 아니라 식량·에너지 안보라는 새로운 영역의 출현을 알렸다. ‘복합 경쟁’(아산정책연구원)으로 명명된 이 같은 흐름은 2023년에도 계속될 것인가.
올해 1월 1일 취임한 박인휘 신임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은 올해를 본격적인‘포스트 코로나19 질서’의 원년이 될 것이라면서 가속화에 방점을 찍었다. 3대 키워드로‘강대국 정치(Power Politics)’ 귀환과 ‘세계화 2.0’, 그리고 신흥안보 부상을 꼽은 박 회장은“동시에 팬데믹은 각국에 누구와 협력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연대·협력의 중요성도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박 회장은“기존의 지역 분류를 넘어 인도와 태평양의 물리적 거리를 압축해버린 전략”이라며 “앞으로 미국·중국·유럽이 각각 주도하는 다자주의 3파전에 이외 국가들의 다자주의가 끼어든 경합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인휘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협력 증진, 북한 도발에 대한 원칙론적 대응은 후하게 평가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선 “북핵 문제는 안보·경제·국제의 3중 게임인 만큼, 이르면 올해 현재의 위기가 어떤 형태로든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때 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중요하다”며 “한국이 뾰족한 대안이 없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정교하게 잘 디자인된 대북협상 전략을 만들어 내밀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진행됐다.
―2023년 전망부터 듣고 싶다.
“올해는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19 질서가 시작될 것이라는 게 가장 큰 대주제다. 핵심은 3개다. 하나는 ‘강대국 이기주의’다. 또 다른 하나는 세계화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는, 소위 말하는 ‘세계화 2.0’의 시작이다. 마지막으로 훨씬 더 체감 있게 다가오고 있는 ‘신흥안보’ 위협의 본격화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도, 지리적 위치로도, 미·중 관계의 특수성으로 봐도 세계질서 의존도가 매우 강한 나라다. GDP의 80%가 넘게 교역으로 이뤄지고, 북한 문제도 있기 때문에 2023년과 같은 세계 질서의 변화 및 격동의 시대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노출이 심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아닐까 싶다.”
―2022년을 회고하는 측면에서 올해는 연속성과 단절성이 있을 것 같다.
“연속적 사건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굉장히 많은 새로운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 첫째는 강대국 정치의 본격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냉전을 통틀어 대규모 전쟁은 6·25전쟁과 베트남전쟁밖에 없었다. 전후 강대국이 전쟁을 정책 옵션으로 선택하는 것을 꺼렸는데, 그런 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굉장한 의미를 지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후 국제질서 안에 숨겨져 있던 갈등을 드러냈다는 의미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게 됐고, 유럽연합(EU)이라는 공동체로 막연히 묶여있던 유럽 각국의 각자 이익(interest)도 드러나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 인도 등의 행보에서 보듯 미국 주도 리더십에 대한 각국 반응도 다르다. 미·러 관계, 미·중 관계, 중·러 결탁, 독일 위상 변화 등 주요 강대국들의 이익이 국제질서에 큰 변수로 작용하는 시대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다. 다만 강대국 정치가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하게 펼쳐졌던 시기가 1970∼1980년대인데, 그 정도까지 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후 질서의 핵심 중 하나인 국제주의, 즉 다자주의는 어떻게 전개될까.
“코로나19 팬데믹이 예상보다 장기화됐다. 이 과정에서 국가 간의 그루핑(Grouping), 연대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다. 다자주의의 성격 변화가 올해부터 본격화하지 않을까 싶다. 팬데믹 종식 이후 국가들의 다자주의에 대한 고민 및 접근 방식은 과거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처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초청국으로 참여한 것으로, 한국이 기존 다자주의와 ‘일 대 다자’로 연결된다든지, 전혀 다른 이익과 지리적 배경을 가진 국가 간의 모임 등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다자주의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게 코로나19 질서의 핵심적인 양태의 하나가 될 것이다.”
―‘파워 폴리틱스’는 ‘지정학의 귀환’과 동일어인가.
“강대국 정치의 대표적 특징이 지정학의 귀환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정학적 특성과 무관한 흐름도 있다. 미국이 세계질서를 관리하는 핵심 수단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지리적으로 떨어진 인도와 태평양을 한 번에 연결해버렸다. 아시아는 전통적으로 동아시아·중앙아시아·서남아시아·중동 등 4개 지역으로 나뉘는데 이제 이런 지리적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인도와 태평양을 한 번에 연결해버리고, 가운데 연결선을 호주·일본이 떠받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지정학을 뛰어넘는 외교 전략이다. 전통적으로는 지리적 유사성, 동일 목표 등이 다자주의의 핵심 전제조건이었는데, 이를 뛰어넘어 특정 사안을 해결하고 다양한 다자주의가 경쟁할 수 있다. 서로 경쟁하고 중첩되는 다양한 형태의 국제질서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다양한 형태의 다자주의 경쟁이라고 하면 어디, 어디를 말하는가.
“유럽 주도 다자주의, 미국 주도 다자주의, 중국 주도 다자주의 등과 같이 서로 간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프랑스가 부활하고, 독일의 전통적인 힘을 감안하면서 유럽의 다자주의를 눈여겨봐야 한다. 여기에 기타 국가들이 주도하는 다자주의까지 4개 그룹의 다자주의가 서로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경쟁할 것이다.”
“북핵, 안보·경제·국제 ‘3중게임’… 내년 총선 전후 협상 모멘텀 올것”
도발 수위 높이는 北
尹정부 ‘원칙적 대응’은 평가
경제적 유인 등 이후 전략 필요
격차 벌어지는 美·中갈등
네트워크 경쟁에서 미국 앞서
中 대만 침공 가능성은 희박
영향력 확장하는 日
미국 일정부분 수용하겠단 입장
韓, 정책적 공간 확보 노력 필요
―윤 정부가 최근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미국이 과거처럼 지도력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미국이 다른 어떤 세력에 의해 대체되는가에 대한 질문은 무의미해졌다. 또 이 전략은 미국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과거보다 축소된 상황에서 중국의 성장을 막는 동시에,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위상 하락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 전략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미국의 전략에 동참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방향성에는 문제가 없다.”
―미국은 인·태 전략 외에도 ‘쿼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등 다양한 소(小)다자체제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화 30년 동안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성장한 나라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GDP 10위다. 하지만 그럴수록 미·중 관계에서 한국 포지셔닝(위치)에 대한 고민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보수·진보 정부 모두 처음부터 실천이 어려웠던 미·중과의 거리적 균형을 설정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원칙에 입각해 이익의 균형을 설정하며 미·중 사이에서 입장을 정하면 한·미, 한·중 관계도 더 안정적이며 한국의 입지도 단단해질 것이라고 본다.”
―초유의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의 내부가 심상치 않다. ‘백지 혁명’ 단어까지 등장했었는데, 중국 내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30년간 전례 없이 성장한 중국의 문제점에는 여러 문제가 섞여 있다. 한 국가가 고도 성장기에서 저도 성장기로 접어들 때 오는 불안정성이다. 또 하나는 정치학의 근대 이후 전제가 산업화는 민주주의를 낳는다는 것인데, 산업화 진전 속에서 공산주의를 유지하려는 중국의 실험에 대한 의심이 본격 제기되고 있다. 과거 국제사회에서 일었던 반미 감정과 비교해보면, 너무 이른 시간에 반중 정서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의 위상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영토, 군사력, 생산력, 자원 등 너무 압도적이다.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 자체가 중국 영향력을 재생산하는 측면도 있다.”
―미·중 갈등은 어떻게 전개될까.
“세 번째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2000년대 미·중 갈등은 사건 중심 갈등이었다. 2010년 넘어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과 맞물려 제도 중심적인 2단계 갈등으로 전환됐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나 일대일로가 대표적이다. 이후 팬데믹을 겪으면서 글로벌 표준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이 경쟁은 미국에 좀 더 유리하다. 네트워크 대결인데, 잠금 효과·유인 효과·선점 효과 등에서 미·중 격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가진 제도적 장점이 드러날 기회가 더 많을 것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까.
“2024년 1월 대만 총통선거까지 지금 긴장은 유지되거나 고조되겠지만, 중국이 군사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지금의 긴장 국면 조성은 2024년 미국과 대만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측면이 강하다. 시 주석이 천명한 2049년(공산혁명 100주년)까지 군사적 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미국 역시 펜타닐, 이민, 낙태 등등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다.
“오랫동안 쌓여온 문제로 양당이 지배하는 의회 구조의 모순이 극대화된 것이다. 하지만 1930년대 대공황이나 1960년대 말 인권운동 등을 보면 상당 부분 미국이 스스로 제도와 체제를 통한 자정 과정을 거쳐 극복해왔다. 미국의 포퓰리즘도 미국만이 아니라 글로벌 현상이다. ‘트럼피즘’도 줄어들 것이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 가능성도 크지 않다. 근본적으로 트럼피즘은 미국이 가진 전통적 힘의 근원과 맞지 않는다. 미국의 힘은 개방에서 나오고,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인재, 정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국제사회 정세 변화를 일본이 활용하고 있다. 지난 13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반격 능력 보유를 추인받기도 했다.
“미국이 현재와 같은 미·일 동맹 시스템 안에서 일정 부분 일본의 영향력 확장을 계속 수용하겠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일본이 그런 미·일 동맹 장점을 적극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다. 이를 다른 나라가 관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안보 역량 증대가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는 일본도 잘 알고 있을 터이니, 주변국들에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 한·미·일 협력 역시 이러한 방향성과 틀 안에서 추진된다면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안보가 군사적 의미에서 벗어나 경제·공급망과 비전통위협 등 다양한 의미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 강화는 불가피하다.”
―한·일 관계는 위안부·강제징용 문제로 냉각기였는데, 최근 윤 정부가 해법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어떤 형태로 합의가 이뤄지든 간에 한·일 과거사 문제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우선될 수밖에 없고, 특히 우리 정부는 반복적으로 당사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대위변제’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일본 측으로부터 적절한 입장 표명을 받아낼 수 있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러한 접근이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역시 과거사 문제가 중요하지만 특정 현안이 한·일 관계 전체를 지배해버리는 폐습은 극복해야 한다.”
―북한이 지난해 탄도미사일을 역대 최다인 38차례나 발사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코로나19 확산, 잦은 숙청에 따른 민심 동요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리더십 강화를 위한 내부적 이유가 분명 있는 것 같다. 남남갈등 유발 의도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 주목해야 할 부분이 한국이 물러서지 않고 적절한 수준으로 북한에 맞대응한 것인데,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위기 고조를 통해 극적인 대화 모멘텀을 이끌어내는 게 전통적 북한 방식이었는데, 남측의 원칙론적 대응에 북한도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 해도 압도적 한·미 연합 자산 능력을 잘 아는 북한이 끝까지 긴장을 고조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내년 총선 전후까지 어떤 형태로든 협상의 모멘텀이 생길 텐데 한국이 어떻게 주도권을 쥐고 만들어 나가는지가 중요하다.”
―북한은 왜 예상과 달리 지난해 7차 핵실험을 하지 않았을까.
“그때 중국이 말렸을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핵실험을 할 수도 있고, 서해5도 등과 같은 군사접경지역에서 위기를 고조시킬 수도 있다.”
―윤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의 전략에 휩쓸리지 않는 것은 잘한 것이다. 다만 원칙론적 대응이 국면 전환 과정에서 어떻게 바뀌고, 윤 정부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가 중요하다. 레토릭으로는 진보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더 독자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역대로 보수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자율성을 더 많이 확보해왔다. 그런 점에서 윤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정교하게 잘 디자인된 대북협상 전략을 만든 뒤 내민다면 미국은 수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전략적 인내 2.0’ 또는 ‘전략적 무시’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외교·안보 자원을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경쟁 등에 집중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투입할 자원이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정책적 공간이 열릴 수 있고, 미국을 상대로 뭔가 얻어낼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현재의 위기가 어떤 형태로든지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텐데, 윤 정부가 전략적 대응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중에 한반도 문제를 얼마나 적극 설득하느냐가 중요하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우리의 독자적인 정책적 공간은 없는데 억지로 밀고 들어가는 느낌이 있었다.
“문 정부의 경제가 아닌 안보를 제공할 테니 핵을 포기하라는 시도는 좋았는데, 안보게임만 가지고는 될 수 없다는 걸 늦게 깨달았다. 안보·경제·국제의 3중 게임이 모두 다 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한계다.”
―북한 비핵화의 핵심인 이 3중 게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미·중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분업구조 안에서 각자의 고유한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시작은 안보게임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경제게임이 병행돼야 하는데, 이 같은 문제의식이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들어있다고 본다. ‘담대한 구상’ 특징이 북한이 초기 비핵화 입장만 표명하면 과감하게 지원한다는 것이고, 병행해서 추가 안전보장 조치가 준비돼 있다는 것이다. 이 구상에서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을 먼저 내놓은 것은 경제게임을 통한 북한 유인 메시지 때문이다.”
―중국을 설득하는 게 중요해 보이는데, 윤 정부의 대중 정책은 사실 아직 구체적 내용이 없는 듯하다.
“제일 우려되는 부분이다. 중국 전문가가 정부 내에 안 보인다. 그런 와중에 중국은 한·일을 향해 비자 중단 조치를 취했는데, 대국답지 못한 측면이 분명 있다.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절대로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원칙 설정을 우선한 뒤 이에 따라 대중 관계를 일관되게 가져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본다.”
―윤 대통령은 1월 초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핵 보유 추진을 시사하기도 했는데, 이게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북한이 지난해 9월 핵무기사용 법제화를 결정한 이후 우리 사회 내부에서 자체 핵 보유를 둘러싼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핵 보유 추진 시사 발언 역시 이러한 국민 정서를 반영한 매우 원론적인 차원의 언급으로 이해한다. 현실적으로 핵 보유 추진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대통령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다만 그러한 발언을 통해 한국 정부의 결연한 안보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는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윤 정부의 외교정책을 위한 제언을 한다면.
“지금 한국 외교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가 뭐냐고 묻는다면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의 성공적인 발전이라고 말하겠다. 미·중 사이에서 거리적 균형을 잡는 것은 실천하기 어려운 목표 설정인 만큼, 한국의 포기할 수 없는 원칙들과 글로벌 가치, 정책 옵션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2+2 외교·국방’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미·중 정책협의회 정도는 윤 대통령 임기 내에 발족됐으면 한다. 또 외교정책이 너무 이데올로기화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위상에 비해 외교정책에서 국회의 역할도 너무 왜소하다.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상당수 외교 문제가 대통령의 어젠다(의제)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과정에서 다른 행위자의 외교활동도 극대화할 수 있는 ‘외교 거버넌스’가 꼭 필요하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규모 확전 막는 미국, 중재 머뭇거리는 유럽 … 우크라 전쟁 장기화 가능성 커”[파워인터뷰
- 국내최대 외교안보 연구단체… 올 ‘북핵 30년’ ‘정전협정 70년’등 학술회 일정 빽빽[파워인
- 주한미군 ‘재밍건’으로 사드기지 상공 정체불명 드론 격추
- 홍준표, “건물 투기 문제 나왔다던데…자중해야” 나경원 부동산 투기 의혹 언급
- 김성태, 조폭 출신으로 쌍방울 인수… 정·관·법에 문어발 인맥
- ‘얼핏 보면 외설적’ 논란 부른 마틴 루서 킹 부부 조형물
- [속보] 민노총 간부가 ‘총책’ 정황…反정부투쟁 배후에 北지령 있었나
- “덫에 걸렸다”…정형돈 또 교통법 위반 왜?
- [속보] 국정원·경찰, 민주노총 사무실 압수수색…서울간첩단 사건 관련
- 해저 1km서 시속 130km로 질주하는 러의 ‘지구종말 무기’ 첫 생산…핵 장착도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