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고심’ 발언, 일본축구협회 ‘자존감 넘치는’ 결정[김세훈의 스포츠IN]
“한국에도 유능한 지도자가 많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는 국내 지도자가 맡으면 외국인 감독만큼 지원해주지 않는다. 협회는 감독이 소신을 유지하게끔 미디어에 대해 방패 역할도 해줘야 한다. 외국인 기술위원장이 한국 지도자 역량을 얼마나 알까. 서류와 데이터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까. 외국인 위원장 선임부터가 외국인 감독을 뽑기 위한 것인지 의아하다.”
박항서 감독이 지난 17일 한국인으로서 베트남에서 5년 동안 감독 생활을 마친 뒤 밝힌 의견이다. 파울루 벤투 후임 감독을 뽑아야 하는 대한축구협회에 시사점을 준 발언이다.
일본은 대표팀 차기 감독 선임을 신속하게 끝냈다.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을 일군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과 재계약한 것이다. 단지 월드컵 성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모리야스 감독은 월드컵에서 극단적인 수비 축구를 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많이 받았다. 모리야스호는 독일, 스페인을 꺾었지만 노골적으로 수비축구를 했다. 반면, 당초 1승 상대로 여긴 코스타리카와는 경기를 지배하고도 패했다. 일본은 그동안 상대가 누구든 주저앉지 않고 앞에서 싸웠다. 그런데 월드컵에서는 주저앉은 경기에서는 이겼고 맞서 싸운 경기에서는 패했다. 아시아 최초 2회 연속 16강행을 이루고도 일본은 찜찜했다. 그런데 일본은 모리야스를 다시 택했다. 모리야스는 재계약 후 이렇게 말했다.
“속공이든 지공이든, 볼을 갖고 지배하면서 경기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볼 점유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앞으로는 볼을 점유하면서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로 승리를 만들어 나가겠다.”
일본은 일본이 최근 오랜 기간 추구해온 축구, 그동안 구현한 플레이, 월드컵에서 발견한 희망과 경험한 한계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만일, 일본이 기술을 앞세운 점유율 축구를 포기하고 선수비 후역습을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면, 일본은 다른 감독을 찾았을 것이다. 일본이 모리야스 감독에게 또 다른 4년을 준 것은 지금까지 일본축구가 추구한 방향이 옳았고 그걸 다음 월드컵에서는 반드시 증명해보겠다는 뜻이다.
모리야스는 지난 4년 동안 41승9무11패, 승률 66%를 기록했다. 파라과이, 우루과이, 콜롬비아, 호주, 가나, 미국을 꺾었고 벨기에, 브라질에는 한 골 차로 패했다. 한국도 모리야스호에 0-3으로, 그것도 두 번이나 졌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아시아에 배정된 티켓은 8장이다. 객관적인 기량을 고려하면 한국이 월드컵에 출전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 전망된다. 물론 100% 장담할 수는 없다. 한국인 감독이든, 외국인 감독이든 마찬가지다. 역대 월드컵 본선 진출 과정도 감독 국적에 상관없이 기복이 심했다. 감독이 선수를 어떻게 쓰고 어떤 전략을 세우느냐, 선수들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느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즉 선수들 스스로 얼마나 빨리 시동을 거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달랐을 뿐이다.
김판곤 말레이시아대표팀 감독, 신태용 인도네시아대표팀 감독이 제2의 박항서 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양궁 이기식(미국), 쇼트트랙 전이경(싱가포르), 사격 박충건(베트남), 배드민턴 박주봉(일본), 탁구 오광헌(일본) 등 다른 종목 외국 국가대표팀에서 호평받은 한국인 지도자가 많다. 국적이 아니라 지도력으로 승부하는 게 진정한 승부사다. 그런 지도자 중 최고 적임자를 뽑고 그를 끝까지 지원하고 지지하는 게 협회가 해야 하는 일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종합] 토니안 “거울 깨고 피 흥건···조울증+대인기피증 앓아” (새롭게 하소서)
- ‘음주 튀바로티’ 김호중, 징역살이 억울했나···즉각 ‘빛항소’
- ‘마약투약·운반 의혹’ 김나정, 경찰에 고발당했다
- ‘송재림 사생활’ 유포한 일본인 사생팬에 비판세례···계정삭제하고 잠적
- [스경X이슈] “잔인하게 폭행” VS “허위 고소” 김병만, 전처와의 폭행 논란…이혼 후 재발한
- 한지민♥최정훈, 단풍 데이트 ‘딱’ 걸렸네…이제 대놓고 럽스타?
- 빈지노♥미초바 득남, 옥택연·로꼬·김나영 등 축하 물결
- [스경X이슈] 김광수가 되살린 불씨, 티아라·언니 효영에도 붙었다
- 최동석 ‘성폭행 혐의’ 불입건 종결···박지윤 “필요할 경우 직접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