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민참여 풍력’…“지역환원이라 아내도 4천만원 투자”

김영배 2023. 1. 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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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단계 진입 ‘가덕산풍력발전단지’
국내 최초 주민참여형…채권 투자로 참여
주민투자 수익률 1단계 8.2%, 2단계 11.0%
투자 여부·규모에 따라 주민 인식 큰 차이
비가 내린 지난 13일 오전 태백가덕산풍력발전 사무실 쪽에서 바라본 발전단지. 오른쪽 5개가 2021~2022년에 걸쳐 2단계로 설치된 시설이다.

강원도 태백시 상사미동에 거주하는 김석규(70)씨는 올해부터 20년간 매 분기 마지막 달에 11만7290원의 이자를 받게 된다. 국내 첫 ‘주민참여형’ 풍력발전 사업인 태백 가덕산 발전단지 조성 2단계 사업에 500만원을 들여 채권 투자자로 참여한 데 따른 대가다. 연 수익률로 따지면 11.0%(세후 9.3%)로, 1단계 때의 8.2%(세후 5%)보다도 높다.

지난 13일 마을회관에서 <한겨레>와 만난 김씨는 “1단계 때 참여했던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회사 설명도 듣고 해서 (투자자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급받는 이자액이 많지는 않아 “용돈이라 할 것도 없지만, 어차피 우리 지역에 들어왔으니 (발전)회사와 협조 관계는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해서(투자하게 됐다)”라고 했다. 발전단지 운영업체 ‘태백가덕산풍력발전’ 쪽에서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폭이 넓어질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음도 비쳤다. 태백가덕산풍력발전은 지난해 발전단지 인근 원동마을에 상수도를 보급했고, 농산물 보관창고 짓는 일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단지 2단계 사업 설비 중 하나. 4호기 쪽에서 바라본 5호기 모습

루트에너지에 따르면, 2021~2022년 가덕산 일대에 4.2㎿급 풍력발전기 5기를 설치한 2단계 사업에 채권 투자자로 참여한 개인(태백시민)은 김씨를 포함해 230명 남짓, 총 투자규모는 27억원 수준이다. 루트에너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시민참여형 투자 설계·자문 회사이며, 가덕산 발전단지 사업의 주민참여형 투자 업무를 전담해 관리하고 있다. 투자자에 대한 이자 지급이나 만기 전 중도환매 거래 모두 루트에너지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김씨에 앞서 훨씬 큰 규모로 투자해 이미 이자를 받고 있는 사례도 있다. 태백시 황지동에 거주하는 ㅁ씨는 1단계 사업 때 4천만원을 투자해 매 분기 마지막달 25일에 57만8443원을 받고 있다. 2020년 시작해 지난 12월까지 모두 여덟 차례에 걸쳐 지급받았으며, 20년 만기형이라 앞으로 18년간 이어진다.

중소기업 공장장으로 일하고 있는 ㅁ씨는 “수익률이 높게 제시된 데다, 동성·코오롱 같은 큰 기업들이 사업자로 참여하고, 강원도·태백시가 출자한다고 하니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해 투자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1단계 투자 모집(2020년 10~12월) 당시 시중은행 이자율은 1% 안팎인 초저금리 시절이었다. 그는 “태양광보다는 풍력발전이 자연을 덜 훼손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도 했다. 태백시에 따르면, 2018년부터 태백 가덕산 일대에 3.6㎿짜리 풍력발전기 12기를 설치한 1단계 사업에는 ㅁ씨를 비롯한 개인(태백시민) 250명 남짓이 채권 투자자로 참여했다.

1단계 사업 당시 태백가덕산풍력발전의 주요 출자자 구성은 강원도와 한국동서발전 각 34%(85억원), 코오롱글로벌 20%, 태백시 10%, 동성 2%였다. 2단계에선 강원도와 태백시의 출자 비율만 맞바뀌고 나머지는 그대로였다. 발전회사 쪽이 주민참여형 투자 방안을 마련한 것은 발전단지 조성 과정에서 으레 빚어지곤 하는 지역 사회의 반발 같은 ‘주민 수용성’ 문제를 풀기 위한 목적이었다. 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 중 국내 첫 주민참여형 사례다. 발전회사 쪽은 내년부터 2025년까지 4.2㎿급 10기를 조성할 3단계 사업에서도 주민참여형 투자 방안을 그대로 이어갈 예정이다.

발전단지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 사이에서 풍력발전에 대한 인식은 달리 나타났다. 투자자 대열에 들지 않은 상사미동 주민 장아무개(67)씨는 “해 넘어갈 때면 발전기 날개 그림자가 집안에 어른거리고 잠잠한 저녁 시간에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날 때가 많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비교적 큰 규모로 투자한 ㅁ씨는 이와 달리 “지역경제를 위해서라도 (풍력발전단지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지동의 ㄷ식당 점주도 “(태백시에서) 마지막 남은 광산마저 내년에 문을 닫는다는데, 뭐라도 들어와야 먹고 사는 데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ㅁ씨는 주민참여형에 대해 “지역환원형 투자라는 점에서 좋다고 본다”며 “2단계에선 아내도 4천만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도 매물로 나오는 채권이 있으면 인수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주민참여형 투자 채권은 일정 기간 뒤 되팔 수 있게 설계돼 있다.

2단계 주민참여형 투자에 대한 수익률을 높게 책정한 데 대해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금리가 오른 사정을 고려한 것도 있는데, 가덕산 발전단지에서 전기 생산이 잘 되고 있어 더 많은 이익을 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1단계 사업 때는 발전량이 얼마나 될 지 몰라 이용률을 보수적으로 판단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태백시 자료를 보면, 가덕산 발전단지의 이용률은 2021년 32.7%(12만3772㎿h), 2022년(~11월) 30.1%(10만4348㎿h)로 집계돼 있다. 국내 육상 풍력 평균 이용률은 22~2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이용률은 정격 출력에 따른 최대발전량 대비 실제 발전량 비율을 말한다.

발전회사 쪽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대신, 그에 비례해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적용 때 혜택을 받는다. 채권 수익률을 높게 책정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요 배경이다.

겨울 날씨로는 이례적으로 온화하고 비가 내린 이날 오전 가덕산 풍력발전 단지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발전기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태백시 고무덕길 131에 자리잡고 있는 태백가덕산풍력발전 회사 옥상에 오르면 단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창우 발전소장은 “저기 오른쪽에 배치된 5개(발전기)가 2단계로 건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비 중인 맨 오른쪽 5호기를 빼곤 모두 회전날개가 돌고 있었다. 왼쪽으로 줄줄이 늘어선 1단계 쪽(12개 발전기)의 속도가 빨라 보였다.

드론으로 촬영한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단지 전경. 앞부분 5개가 2단계로 조성한 시설이다. 태백가덕산풍력발전 제공

자동차로 산꼭대기 부근의 2단계 4호기 발전기 가까이 접근했을 때 ‘슈~웅 슈~웅’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회전날개 움직임에서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 소장은 “최적 조건에서 회전날개는 분당 회전 속도가 10.8회”라고 설명한 뒤 휴대전화로 사무실 직원에 확인해보더니 “현재 계기판에선 분당 8.5회로 나타나 있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태백지역이 풍력발전의 입지로 좋고, 가덕산 쪽이 특히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가덕산 풍력발전단지가 이용률이나 투자 수익률에선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한계 또한 안고 있다. 1·2단계 합쳐 참여 투자자는 500명 남짓(중도 환매 거래 포함)으로 태백시 4만 인구에 견줘 0.1% 수준이다. 저변이 아직 넓지 않고 넓히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주식형이 아닌 채권형이라 발전회사 쪽에선 고금리 대출을 일으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투자유치 규모에서 일정한 제약을 안고 있다.

개인 투자자 쪽에서 볼 땐 낮은 투자 한도 탓에 의미 있는 수준의 이자 수입을 거둘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점도 있다. 관련 법규에 따른 투자위험 방지 장치에 따라 2단계 사업 때부터는 순수 개인 투자자는 1천만원(상품당 5백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ㅁ씨처럼 4천만원까지 투자한 사례는 2순위로 배정돼 소득 따위 일정한 조건을 갖춘 경우다. 주민참여형 사업이 아직은 초기 출발 단계이며 풍력발전에 대한 지역 사회의 갈등을 조금씩 낮춰가는 실마리 정도로 여겨진다.

갈 길 바쁜 풍력…발전 비중 0.5%

국내 전체 발전량 중 풍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0.5%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2020년 이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풍력과 함께 주요 축을 이루는 태양광발전 비중은 이보다 높아 4%가량이다. 태양광 대 풍력의 발전량 격차가 8~9대 1에 이른다.

15일 한국에너지공단 집계 결과를 보면, 2021년 기준 국내 총 발전량은 61만1015GWh였으며, 이 가운데 풍력발전은 0.5%를 약간 넘는 3180GWh였다. 풍력발전 비중은 전년(풍력발전 3150·전체 발전량 57만9999GWh)과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태양광발전 비중은 3.3%에서 4.0%로 높아졌다. 신재생에너지(발전량 5만657GWh)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풍력 6.3%, 태양광 48.8%다. 그외 바이오 23.3%, 연료전지 9.5%, 수력 6.0% 등이다. 2020년(풍력 7.3%, 태양광 44.8%)에 견줘 태양광은 대폭 높아진 반면, 풍력 쪽은 오히려 떨어졌다.

2022년 기준 발전량 통계는 오는 12월에나 집계 발표될 예정인데, 비중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에너지공단 쪽은 추정하고 있다. 유휘종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작년에 신규로 준공된 풍력발전 설비용량이 90㎿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전년 64㎿보다는 많아도 비중에 변화를 끼칠 정도는 아니다. 2020년엔 160㎿였다. 올해는 100㎿를 조금 넘는 수준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 소장은 “풍력발전은 건설 기간이 3~4년으로 태양광(1~2년)보다 훨씬 길고, 인허가 과정까지 고려하면 허가 뒤 준공까지 6~7년씩 걸린다”고 말했다. 발전단지가 들어서는 지역사회의 반발 같은 이른바 ‘주민 수용성’ 문제에 부딪히는 수도 많다. 풍력과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현 정부 정책 기조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정도 있다.

정부가 지난 12일 확정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 비중은 21.6%로 제시돼 있다. 전 정부 때인 2021년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서 잡았던 비중 30.2%에서 대폭 낮춘 것임에도 2021년 기준 8.29%보다는 한참 높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1월 1차 신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에서 “87 대 13 수준인 태양광 대 풍력발전 비율을 2030년 6대 4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풍력 쪽 사정이 더 급한 상황이다.

태백/글·사진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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