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모두 귀한 새싹”… 저마다 열매 맺도록 ‘사제 멘토링’[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담임교사와 학생 5~6명 구성해
상담 등 통해 사춘기 방황 잡고
연합 활동하며 사회성 길러줘
20년 전엔 ‘대안학급’ 만들어
저학력 학생 보강·인성교육도
“땅에 스며 식물 크게하는 물처럼
아이들에 물기 같은 교사이길”
대구광역시 북구 성광중학교에는 특별한 교내 활동이 있다. 바로 ‘교사·학생 간 멘토·멘티 활동’인데, 담임 교사가 학급 내 관심이 필요한 학생 5∼6명을 데리고 소그룹 활동을 1년 동안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활동은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데, 학기 중에는 보통 독서나 개인 상담을 하고, 방학 중에는 소그룹들이 연합하여 세미나(특강)와 단체활동, 레크리에이션 등 공동체 훈련을 한다. 학생들은 담임교사와의 멘토·멘티 활동을 통해 개개인의 고민과 사춘기의 방황을 극복하고, 공동체 정신과 사회성을 길러 나간다. 멘토·멘티 활동은 김기식 교장의 교육 철학과 깊게 연결돼 있다. 평교사 시절부터 성적, 학력 등 수치로 평가하지 않고 학생들을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새싹이라 바라봤던 그는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교육을 하겠다는 일념을 갖고 있다.
김 교장은 “‘한 사람의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성광교육재단의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고 노력해왔다”며 “성광중 교사들도 이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어 교사에 대한 신뢰가 높은 학교로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장은 20년 전 성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할 당시 신입생 중 학력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한 학급으로 편성해 학력 향상과 학교 적응을 돕는 ‘대안학급’을 만들어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교육계에선 인문계 고등학교 내 ‘대안학급’을 만든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던 때였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한다는 개념도 생소했는데, 성광고에서는 신입생 중 성적이 최하위권인 학생들로만 한 개의 대안학급을 편성, 국·영·수 기초학습 및 주요과목 보충수업을 진행했다. 소록도 현장체험, 명사 초청강연회 등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병행했는데, 한 학기가 지나자 학생들의 성적은 향상됐고, 다른 학급보다 단결력이 높아지는 등 학교 적응력도 향상됐다. 대안학급을 통해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지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김 교장은 현재도 학생 개개인 ‘맞춤형’ 진로진학과 인성함양을 강조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다.
학생들의 내면 세계를 어루만지기 위해 노력했던 김 교장의 오랜 시간은 제자들의 훌륭한 성장으로 열매를 맺고 있다. 2014년 만났던 반항기 가득했던 중1 제자는 중학교 3년 내내 김 교장과 멘토·멘티로 지낸 후 공업고등학교로 진학했는데, 힘든 가족관계 속에 어긋난 사춘기 길을 걸을 수 있었으나 공고에서 열심히 공부해 현재는 의젓한 사회인이 되었다. 2000년 고등학교 대안학급 반이었던 한 제자는 당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더니 대학에 들어가 농구국가심판자격을 취득하고 지역에서 심판 활동을 하다 중등학교 체육교사가 되었다. 김 교장은 “가르쳤던 제자들이 잘 지낸다고 연락이 오면 무척 기쁘고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학생들에게 3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공부하는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누리라는 것. 자신의 성적을 올리고 출세를 위해 공부하지 말고 새로움에 대한 경이감을 누리기 위해, 즉 새것을 찾는 것이 공부 잘하는 비결이라는 조언이다. 둘째, 사람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것. 인생이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은 관계성에 있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옆자리에 있는 급우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임을 잊지 말길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독서를 즐기는 삶을 경험하라는 것. 독서를 강조하고 실천하는 선생님을 존경하고 따르고, 독서를 많이 하는 친구를 사귀라고 조언한다. 책은 인생길 빛을 주고 걸음걸이에 등이 되어 줄 것이라는 얘기다. 김 교장은 “물은 땅속에 스며들어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식물을 자라게 하고 열매 맺게 한다”며 “물이 필요한 순간 순간 아이들에게 필요했던 물기 같았던 교사였다면 족할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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