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로봇 vs 인간성 잃은 사람… 강수연 유작이라 더 먹먹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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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정이'(감독 연상호)의 배경은 2130년, 22세기다.
셸터의 군수 인공지능(AI) 개발회사 크로노이드는 전투 도중 숨질 위기에 놓인 윤정이의 뇌를 복제해 AI 용병 '정이'를 개발하려 하고, 윤정이의 딸 서현(강수연 분)이 이 연구의 팀장을 맡는다.
묵묵히 연구를 진행해가면서도, 엄마의 모습을 한 AI 정이가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쌓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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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정이’(감독 연상호)의 배경은 2130년, 22세기다. 20세기에서 첨단 기술이 발달한 21세기를 유토피아로 자주 다뤘다면, 21세기에 그리는 22세기는 대개 디스토피아다. 문명은 한 단계 진보했지만, 인간성은 상실된다. 오는 20일 공개되는 ‘정이’ 역시 그 연장선 어딘가에 놓여 있다.
인류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폐허가 된 지구를 떠나 ‘셸터’라 부르는 우주 공간에 자리 잡는다. 하지만 아드리안 자치국을 선언한 이들의 공격이 시작되고, 셸터는 용병 윤정이(김현주 분)의 활약을 앞세워 대응해나간다. 셸터의 군수 인공지능(AI) 개발회사 크로노이드는 전투 도중 숨질 위기에 놓인 윤정이의 뇌를 복제해 AI 용병 ‘정이’를 개발하려 하고, 윤정이의 딸 서현(강수연 분)이 이 연구의 팀장을 맡는다.
‘정이’의 외피는 일단 합격이다. 사이버 펑크 장르 특유의 디스토피아와 최첨단의 기술이 공존하는 세계관, 인간과 로봇의 경계에 선 전투형 AI 등의 조화를 통해 낙원과는 거리가 먼 미래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성공한다. “AI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과 동시에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 SF 장르만이 가진 시각적인 요소들과 액션을 결합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어 시작한 작품”이라는 연상호 감독의 연출 의도가 잘 반영됐다.
하지만 속살은 너무 익숙하다. 윤정이는 병에 걸린 딸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전투 용병에 자원하고, AI가 된 후에도 그 모성을 잃지 않는다. 성인이 된 연구팀장 서현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여전히 딸의 안부를 물으며 인간성을 유지한다.
반면 정이를 실험하는 연구소 직원들은 철저하게 정이를 기계로 대한다. 수시로 전원을 켜고 끄며 일부러 다리에 총상을 입히기도 한다. 실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수롭지 않게 폐기한다. 똑같은 모습을 한 또 다른 정이가 준비돼있기 때문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과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 “인간성이라고 하는 것이 과연 인간만의 것인가?”라는 연 감독의 질문은 이미 숱한 할리우드 SF 영화에서 던졌던 화두다. 모성애를 매개로 한 정이와 서현의 교감이 신파로 느껴지는 이유다.
서현 역을 맡은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발군이다. 묵묵히 연구를 진행해가면서도, 엄마의 모습을 한 AI 정이가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쌓아 올린다. 서현이 정이에게 건네는 “제발 편하게 눈 감으세요”라는 대사는 ‘정이’를 유작으로 남긴 강수연의 현실과 오버랩되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고난도 액션을 소화한 배우 김현주, 오직 실적에만 관심이 있는 연구소장 역을 맡은 배우 류경수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쇼트 폼(short form) 콘텐츠가 대세로 자리매김한 현실 속에서, 98분의 러닝타임도 시청자들이 반길 만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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