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스마트APC’로 유통망 연결… 비용 줄여 산지-소비자 ‘윈윈’

박정민 2023. 1.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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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식품부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 본격 추진
농민은 ‘제값’ 소비자엔 ‘저렴’
선별·포장 공정에 로봇 활용
자동화 시스템… 인건비 절감
상품·농가 정보 데이터 분석
2027년까지 전국 100개 설립
올해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
1단계 채소·과일, 2단계 축산
2027년 3단계 양곡·식품 거래
시공간 제약없이 생산·유통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만인산농협거점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는 시설의 자동화·데이터화를 통해 산지 채소의 선별·출하를 책임질 뿐만 아니라, 생산 단계부터 개입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상품을 공급하는 미래 유통시설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사진은 만인산농협거점스마트 APC에서 기계로 채소를 포장하는 모습. 만인산농협 제공

“각 생산 농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해 자동화된 선별·포장 등을 거쳐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판매가 됩니다.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가 생산·유통·소비 전 단계에 개입해 유통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 맞춤형 상품을 공급하는 형태입니다.”

박기범 만인산농협거점스마트APC 상무는 18일 유통센터의 데이터화, 자동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충남 금산의 만인산농협이 운영하는 APC는 거점 스마트 APC로 전국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거점 스마트 APC는 △산지의 상품화 과정을 자동화하고 △디지털화된 상품·거래 정보를 활용하며 △전·후방 산업과 정보 공동활용 체계를 갖춘 첨단 산지 유통시설을 일컫는다. 이런 점에서 만인산 APC는 단순히 충남 지역 채소를 모아 출하하는 창고가 아니다. 생산단계에서 적극적으로 APC가 개입한다. 축적된 지역 농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농가들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소비자 니즈에 맞출 수 있다. 농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로 소비자 니즈에 맞는 농산물을 생산하기에 여러 형태의 소매 플랫폼으로 공급이 가능하다. 또 선별·포장 등 전체 공정에 로봇 등 첨단 장비를 활용,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인건비를 절감했다. 입고에서 출고 전 과정에서 자동 생성되는 디지털 상품 정보와 농가정보를 데이터화해 시장분석, 재고관리, 출하 시기 분산 작업 역시 APC를 통해 이뤄진다. 박 상무는 “만인산농협거점스마트APC는 농산물 유통의 미래라고 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거점 APC, 스마트화로 산지·소비지 연결=만인산농협거점스마트APC는 다가올 농산물 유통 혁신의 한 단면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거점APC의 스마트화, 온라인 도매시장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한 ‘농산물 유동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간 농산물 유통은 여러 구조적 문제들로 인해 산지 농민들로부터는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하소연을, 도시 소비자들에겐 “너무 비싸다”는 불만을 받아왔다. 거점 APC의 스마트화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먼저 농식품부는 주요 품목 주산지에 대량거래를 위한 거점 스마트APC를 오는 2027년까지 100개 설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10대 주요 품목(사과, 배, 감귤, 토마토, 파프리카, 수박, 참외, 양파, 마늘, 감자)에 대한 데이터 표준을 올해 마련한다. 만인산농협거점스마트APC처럼 이들 품목을 생산하는 농가와 시장, 출하 시기 등 각종 데이터가 축적돼 소비자 수요 분석이 가능해지면 APC가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대형마트나 식자재업체, 식품제조업체들로 직접 판매까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불필요한 유통단계는 줄어든다. 불필요한 생산에 따른 손실률이 줄어 농가 소득도 높아지게 된다. 소비자 역시 원하는 형태의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다.

농식품부는 또 APC를 뒷받침할 품목 전문성을 갖춘 생산·유통 통합조직도 육성한다. 지역농협 등의 공동 출자로 전문 품목 중심 생산·유통 통합법인(100개소)을 설립한다. 통합조직에 전속 출하하는 생산자조직도 2027년까지 3000개 소를 만들 계획이다. 권역별 통합물류의 핵심이 될 콜드체인을 갖춘 대규모 물류거점도 전국 5개 권역에 조성할 계획이다.

◇온라인 도매시장 올해 출범=농산물 유통 선진화의 또 다른 한 축은 바로 ‘온라인 도매시장’이다. 농식품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함께 올해 안으로 상거래와 물류를 분리한 전국 단위 온라인 도매거래 시스템을 도입한다. 그간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과 같은 오프라인 도매시장으로만 농산물 도매 거래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도매유통 주체들이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생산·유통 조직의 온라인상 거래소를 통해 전국 단위의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온라인 도매시장의 출현은 필연적이다. 이미 각 산업에선 디지털 전환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농산물 유통 분야도 효율성 제고 및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과거 판로가 없어 지역 산지 농산물을 비싼 물류 비용을 들여 서울로만 실어나르는 형태로는 다양한 채널의 소매 니즈를 맞춰 줄 수가 없다.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고비용 역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다.

농식품부는 산지 여건과 품목의 특성을 고려해 온라인 거래소에 거래되는 품목을 단계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1단계로, 채소와 과일을 우선 거래한다. 2025년엔 2단계로 축산, 2027년엔 3단계로 양곡·식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거래소는 입찰·정가 거래 외 거래물량을 사전에 예약해 희망 시점에 배송하는 예약거래나 구매자 희망조건에 따라 판매자가 판매금액을 제시하는 역경매 방식 등 다양한 거래방식을 허용할 계획이다. 또 거래소 온라인 플랫폼 사용 수수료도 거래액의 0.3%(오프라인 도매시장 0.5%), 위탁수수료도 최대 5%(도매시장 최대 7%)로 저렴하게 책정하는 한편, 거래 상품별 품질규격 설정이나 분쟁조정위원회의 구성·운영 등 운영체계도 올해 안에 갖출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온라인 도매시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거래대금을 오프라인보다 빨리 지급해 농가 생활 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이를 위해 출하자에게 대금을 즉시 정산해주고 추후 구매자로부터 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정산소를 서둘러 설립한다. 또 기업 간 거래(B2B)를 통한 대량구매자에겐 구매자금도 지원해 온라인 도매시장의 활용도를 높인다. 농식품부는 오는 2027년이면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 거래가 현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2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도매시장 출하정보(출하처, 품목, 매매방법, 운송수단 등)를 디지털화한 전자송품장도 연내 도입한다. 사전에 작성된 전자송품장을 통해 제공된 출하정보로 적정 물량 출하가 가능해지고, 가격 변동성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기존 지역별 도매시장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농산물 수집·분산 기능, 인프라·입지 특성을 재진단해 유형화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산지 APC의 스마트화와 도매시장의 온라인화를 통해 산지 농민과 도시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데 있다”며 “농산물 유통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안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농산물 정보의 디지털화·규격화 통해 상품 투명성 더 강화될 것” ■ 김병률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온라인화는 대세입니다.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유통분야도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돼야 합니다.”

김병률(사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8일 농산물 유통 분야에서 온라인 도매시장의 도입은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과 경쟁·공존을 통해 효율성도 높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의 농산물 유통선진화 방안에 대해 “온·오프라인의 경로 간 경쟁은 당연히 발생한다”며 “기존 주도권을 쥐고 있던 대형 오프라인 도매시장도 온라인 도매시장의 도입과 활성화로 인해 스스로 효율화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온라인 도매시장의 출현은 소매 분야의 상품 표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농산물 정보의 디지털화와 규격화를 통해 상품에 대한 투명성이 강화되고, 소비자와 생산자 간 양방향 정보 소통도 가능해져 상품과 시장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점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에 대해서는 “생산 비용의 절감, 생산량 증대 등 생산 단계에서의 혁신은 물론,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제 시범사업을 마치고 올해 첫발을 내디딘다”며 “한꺼번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쪽으로 주도권이 넘어오기 어렵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이 같은 성장통을 극복하고 온라인 도매시장이 조기에 안착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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