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서 쏟아진 경고…"인플레 아직 안 끝났다"
다국적기업 유니레버 "엄청난 투입 비용 압박"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인플레이션 하락이 대세가 됐다고 판단하기 전에 더 많은 지표들을 기다려야 한다.” (랠프 하머스 UBS 최고경영자(CEO))
“인플레이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빌 윈터스 스탠더드차타드 최고경영자(CEO))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인플레이션 경고 목소리가 쏟아졌다. 최근 물가 정점론과 함께 각국 증시가 다시 살아날 조짐인데, 아직 마냥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월가를 비롯한 금융시장의 기대감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유니레버 CEO “엄청난 비용 압박”
하머스 CEO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CNBC와 만나 “우리는 에너지 가격과 그외 다른 가격, 소비의 심리적인 측면, 실질 가격 등이 인플레이션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이것이 (물가가 하락하는) 추세로 나타나기 전에는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일찍 경기 침체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올해가 세계 경제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더 많은 포인트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최근 금융시장의 분위기와는 다소 다른 언급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미시건대가 조사한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이 이번달 4.0%로 떨어지는 등 시장은 물가가 완연한 하락세라는 관측이 퍼져 있고, 각국 증시 역시 조금씩 반등을 모색하는 기류다.
하머스 CEO뿐만 아니다. 윈터스 CEO는 “인플레이션은 끝나지 않았다”며 “세계 전체로 볼 때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넘어 내려오고 있다는 결론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그 이전에) 너무 올랐다”며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하고 전 세계적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있다”고 했다.
윈터스 CEO는 “임금 인플레이션이 완화할 수 있지만 (물가를 올리는) 구조적인 측면은 여전히 있다”며 “연준의 일이 아직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이 다시 경제를 개방한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지속한다는 의미”라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난다는 것에 너무 흥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연준의 피봇(pivot·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을 확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뜻이다.
실물경제에 민감한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의 앨런 조프 CEO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는 지난 18개월 동안 엄청난 투입 비용 압박을 봐 왔다”며 “석유화학에서 파생된 제품, 농업에서 파생된 제품, 에너지, 운송, 물류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플레이션이 아마 피크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조프 CEO는 “우리는 아르헨티나, 터키, 일부 동남아 국가들에서 사업을 하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에 익숙하다”며 “그래서 우리는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가격 인상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이전 수준으로 안 내려간다”
세계적인 석학으로 손꼽히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다보스포럼 참석차 블룸버그와 만난 자리에서 “금리는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연준 금리가 꽤 오랜 기간 3.5%라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로고프 교수는 최근 전미경제학회에서 추후 실질금리 고공행진 가능성을 거론해 주목 받았다. 그는 그 여파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점치면서 “주식은 (다른 투자 자산들에 비해) 훨씬 더 빨리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경고는 이날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어닝 쇼크’로 더 힘을 받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4분기 3.32달러의 주당순이익(EPS)을 올렸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5.48달러)를 한참 밑돌았다. 매출액은 105억9000만달러로 이 역시 월가 전망치(107억6000만달러)에 못 미쳤다. CNBC는 “2011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어닝 미스’(시장 전망에 미치지 못한 실적)를 보였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실적 충격은 연준의 공격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열풍이 갑자기 식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오피마스의 옥타비오 마렌지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골드만삭스의 실적이 끔찍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비참했다”며 “진짜 문제는 매출액이 급감하는 가운데 영업비용은 11% 늘어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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