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식비중, 목표치 아래로…매수전환은 글쎄
이탈허용범위 감안시 내년 목표치 10.9%
주식 비중 줄지만 적극적 의결권 행사 나서
900조원 자금을 굴리는 '큰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 아래로 내려갔다. 증시 부진 속 잇따른 '팔자'와 시가총액 증발로 보유 자산 평가액이 급감한 탓이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로 전환할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시각이 대두된다. 이탈 허용범위를 감안하면 올해도 국내주식 비중을 10%까지 낮출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내주식 비중 15% 아래로 뚝
18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작년 10월 말 기준 보유 국내주식의 평가액은 130조6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금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4.2%를 기록했다. 이는 3년 평균치인 17.6%를 약 4%포인트 밑돈다.
중장기 국내주식 비중 축소 전략과 함께 주식시장의 약세로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내 국내주식 비중은 쭉 감소하는 추세다. 2021년 말 국내주식 비중은 17.48%였지만, 작년 9월 13.6%까지 줄기도 했다.
아직 작년 12월 말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연기금의 매도세로 인해 비중은 더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지난해 11~12월 2개월간 898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새롭게 대량 보유 공시 대상이 된 종목 개수도 줄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국민연금은 5% 신규 지분을 취득하거나 전분기보다 ±1%포인트 내외로 지분율이 변경된 종목을 분기마다 공시한다. 작년 4분기 기준 새롭게 5% 지분을 취득한 종목 수는 28개로 집계된다. 3분기(42개)와 견줘 3분의 1로 줄었다.
'매수' 전환 기대감은 물음표
국민연금의 이 같은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작년 6월 국민연금은 2023년도 기금운용계획 의결을 통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15.9%로 정했다. 전략적 자산배분(SAA)과 전술적 자산배분(TAA)를 합친 이탈 허용범위는 ±5%포인트로 정해져있다.
SAA는 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목표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는 수준을 의미하며 TAA는 운용역이 재량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한도를 가리킨다. 이중 SAA 범위는 ±3%포인트로 국민연금은 해당 비중을 12.9%까지 낮출 수 있다. 만일 운용역이 국내주식의 추가 매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10.9%까지도 내려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목표치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운용의 묘를 발휘해 목표비중 ±5%포인트 범위 내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가총액이 하락하면 국민연금이 목표하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이 조정되고, 이렇게 정해진 기준 비중보다 전술적으로 언더웨이트(비중 축소) 가능하다"며 "따라서 현재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보다 낮아졌다고 무조건 매수세가 들어온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식비중 줄었지만 주주권 행사는 강화
국민연금은 세계 2위 규모의 연기금이다. 수년 전부터 국민연금의 고갈 우려와 더불어 장기 수익률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시장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연못 속 고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연기금 의존도가 과하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다이어트가 불가피한 가운데 주주권 행사는 강화되고 있다. 최근 신규 선임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취임 기념 간담회 때부터 KT와 포스코, 금융지주를 직접 거론하며 이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셀프연임' 관례에 대한 견제를 시사했다.
이후 KT 이사회가 구현모 KT 대표를 차기 CEO 단독후보로 추천하자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에 시장참가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앞서 작년 주총 시즌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네이버, 대우건설, 효성화학 등을 대상으로 이사 선임, 이사보수 한도액 승인 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비중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각 종목의 대주주임은 변하지 않는다"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강조되는 추세에 따라 주주로서 의결권이나 기업 지배구조, 임원 보수 등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계속해서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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