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그날, 나와 똑 닮은 CCTV 속 '음란행위' 남성…경찰이 "당신 아니냐" 한다면?|도시락 있슈
오늘(18일)도 점심시간, 동료들과 토크토크할 만한 국내 이슈를 소개합니다. '도시락 있슈' 이도성 기자. 당신이 잠든 사이 벌어진 나라 밖 소식들 재미있게 전해드리는 '월드클라스' 이용주 캐스터 나왔습니다. 도시락 보이, 오늘 어떤 도시락이 준비돼 있나요?
[기자]
< 소화기와 물대포 > 입니다.
소화기와 물대포가 등장한 곳, 화재 현장이 아닌 골프장입니다.
법원이 인천 영종도 소재 골프장 '스카이72'에 대한 강제집행에 나서면서 벌어진 일인데요. 영상 먼저 보시죠.
트랙터와 대형버스, 승용차가 보이는데요. 진입로를 막아둔 겁니다.
법원 집행관이 들어가려고 하자 소화기와 물대포가 등장했습니다.
골프장 운영사가 동원한 용역업체 직원 500여 명이 분말 가루와 물을 쏘면서 진입을 막았는데요.
법원 집행관 측 600여 명과 맞서면서 엉겨붙었고 고성과 욕설까지 오갔습니다. 당시 상황 한 번 보시죠.
[박영서/인천지방법원 집행관 : 인천지방법원 집행관이 인도 집행을 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용역업체 직원 : 야, 너 들어와 너 들어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구급차도 있었는데요. 실제로 실려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20여 명이 다쳤다고 합니다.
[앵커]
분위기가 살벌하네요.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건가요?
[기자]
스카이72는 인천공항 인근에 있는 골프장인데요.
국내 최대 매출 골프클럽으로 알려졌습니다.
2002년 인천공항공사와 협약을 맺고 개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계약 종료 시점이 '제5 활주로를 건설하는 2020년 12월 31일'로 정했는데, 제5 활주로 착공 시기가 미뤄지면서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공항공사는 시기가 됐으니 돌려달라고 했고, 스카이72 측은 '제5 활주로 착공'을 전제로 한 만큼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았다고 맞섰습니다.
[앵커]
그래서 법원까지 간 거 아니었나요?
[기자]
공항공사가 지난 2021년 토지 반환 및 소유권 이전 청구 소송을 냈죠.
그리고 지난달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토지와 건물을 모두 돌려줘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스카이72가 시설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등 부지를 돌려주지 않았던 거죠.
[캐스터]
그렇다고 소화기와 물대포까지, 전쟁이 따로 없네요.
[기자]
집행을 막은 사람들 쪽에선 골프장이 없어지면 식당도 망한다며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집행관은 법적인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며 강제 진입을 시도했고요.
결국 전체 72홀 가운데 54홀을 확보했습니다.
법원은 점유권을 확보하지 못한 나머지 코스에 대해서도 추후 강제집행을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현장에는 경찰관 250여 명도 배치됐는데요.
물리력을 이용해 강제집행을 방해한 8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습니다.
[앵커]
갈등이 당분간 이어지긴 하겠네요. 다음 도시락도 열어주시죠.
[기자]
< 대체 돈이 뭔지 > 입니다.
지난해 한 50대 남성이 돈 문제로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했습니다.
아버지의 집에서 2시간가량 둔기로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는데요.
심지어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난 직후였습니다.
[앵커]
제가 들은 게 맞아요?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자마자 아버지를 숨지게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장례식에 들어온 부의금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아버지가 매각한 부동산의 주변 시세가 오른 것도 원망했다고 하네요.
아버지가 도망치자 아들을 시켜 데리고 오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폭행을 이어갔고요. 결국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캐스터]
패륜도 이런 패륜이 있습니까. 아버지를 잔혹하게 때려서, 그것도 어머니 돌아가시자마자요.
[기자]
무려 2시간입니다.
웬만한 성인 남성도 견디기 어려울 텐데, 피해자는 80대 노인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재판에 넘겨진 뒤 "아버지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 "음주와 수면 부족 등으로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벌인 일이니 참작해 달라는 거죠.
그런데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아들 손에 생을 마감한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네요. 다음 도시락으로 넘어가 볼까요?
[기자]
< "나인 줄 알았다" > 입니다.
한 남성 A씨가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습니다.
성범죄 사건에 연루됐다면서 본인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건데요.
처음 본 여성을 따라가 신체를 노출한 혐의였습니다.
경찰이 CCTV 영상을 제시했는데, 피의자로 지목된 영상 속 남성이 자신의 당시 인상착의와 쏙 닮아 있었습니다.
[앵커]
실제로 그런 행위를 했다는 거예요?
[기자]
머리 모양과 옷차림, 심지어 신발 브랜드까지 똑같았습니다.
그런데 A씨는 그 당시 만취 상태였습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났다고 합니다.
정황과 증거가 자신을 향하니 변호사를 찾아 상담했습니다.
무턱대고 발뺌을 하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결국 혐의를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캐스터]
그런데, 키워드가 "나인 줄 알았다"라면서요. 다른 사람이 있었어요?
[기자]
A씨의 변호사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고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화질이 좋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을 발견했는데요.
CCTV 속 남성은 시계를 차고 있었는데, A씨는 그날 시계를 안 찼다고 했습니다.
같은 검은색 반소매 티였지만 브랜드 로고 위치도 조금 달랐다고 합니다.
같은 사람이라는 증거가 없었던 거죠.
결국 경찰 수사가 이어졌고 2주 만에 진범이 붙잡혔습니다.
[앵커]
하마터면 누명을 뒤집어쓸 뻔했네요?
[기자]
A씨는 당시 아내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CCTV 속 몇 장면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성범죄 전과자가 될 뻔했습니다.
그래도 얼마나 술을 마셨으면 본인이 하지 않은 일까지 했다고 생각하나요.
이번 일을 계기로 술을 끊을 것 같네요.
[앵커]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네요. 오늘 도시락 더 있나요?
[기자]
< 귀여운데 불편해? > 입니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시죠. 사진 먼저 보여드릴게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인데요. 바닥에 깔린 눈오리가 보입니다.
세어보니까 한 줄에 20마리씩이라 다 합치면 300마리 가까이 되더라고요? 엄청 많죠.
저걸 만드는 데 시간도 정성도 많이 쏟았을 것 같은데 글을 쓴 사람은 "제발 남의 집 앞에 눈오리 좀 만들지 마세요"는 제목으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앵커]
눈오리 귀엽기는 한데 저거 치워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짜증은 날 것 같아요.
[기자]
글을 올린 사람도 "본인이 만든 거 사진 찍었으면 치우고 가라"고 적었습니다.
경비 아저씨가 눈을 쓸고 있길래 도우러 나갔더니 여러 곳에 저런 눈오리가 수십 마리씩 있었다는 겁니다.
눈을 치우는 중에도 이웃이 아이와 함께 눈오리를 만들고 있었다면서 "치우는 사람 따로, 어지르는 사람 따로냐"고 했습니다.
[캐스터]
저는 친구 아들, 딸들이랑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아주면서 한 천 개 만들었던 것 같은데 냅두면 사람들이 그거 들고 눈싸움하고 그러더라고요?
[기자]
놀이터야 그럴 수 있겠네요.
저 사진을 본 사람들의 의견도 엇갈렸습니다.
'나중에 단단하게 얼어서 치우기도 어렵다', '길 위에 늘어놓는 건 민폐다'라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반면에 '애들이 만든 걸로 그런 거라면 너무 삭막하다', '심하게 한 게 아니면 욕할 일인가 싶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우리 상클이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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