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주식 포괄 교환은 '기업합병'…합병 규정으로 과세"

이한나 기자 2023. 1. 1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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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사의 주식을 다른 회사가 전부 인수하는 '포괄적 교환'은 사실상 '기업 합병'이므로 세법상으로도 개별 주식의 증여가 아니라 합병으로 해석해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연예기획사 A사의 최대주주 홍모씨가 세무 당국을 상대로 "증여세 과세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오늘(18일) 밝혔습니다.

2005년 코스닥 상장사인 텐트 제조업체 B사는 A사의 주식 8만6천500주를 모두 인수하면서 A사 주식 1주당 B사 주식 36.4625주를 발행해 A사 주주들에게 나눠준다는 내용의 포괄적 주식 교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B사는 계약에 따라 A사 주식 약 3만주(34.8%)를 갖고 있던 홍씨에게 B사 신주 100만주가량을 배정했습니다.

이후 세무당국은 2010년 A사 주식의 가격이 시가보다 과대평가돼 홍씨가 결과적으로 157억원 상당의 이익을 증여받았다고 보고 증여세 약 120억원을 부과했습니다. 홍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세무당국이 적용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홍씨는 새로 받은 B사 주식 가액(변동 후 가액)에서 원래 갖고 있던 A사 주식 가액(변동 전 가액)을 뺀 만큼 증여 이익을 얻은 게 됩니다.

문제는 변동 전·후의 '가액'을 산정하는 근거 법령입니다. 상증세법은 가액을 어떻게 계산할지 따로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세무당국은 통상적으로 개별 주식을 주고받거나 증여하는 경우를 다룬 '일반 규정'을 적용해 가액을 계산했고, 1심과 2심은 이 방식이 옳다고 봤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 사실상의 기업 합병이므로 주식 가액을 계산할 때도 상증세법 시행령의 '합병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습니다.

대법원은 "(증권거래법 등이 준용하는) 합병 규정은 예상하지 못한 주식 시세 변동으로 증여세가 부과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평가 가액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산정한다"며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서도 증여 이익 산정 때 합병 규정을 준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파기환송심에서 증여 이익을 다시 계산하겠지만 보통 합병 규정을 적용하면 다소 줄어들게 되므로 납부할 세액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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