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축농증과 원인도, 치료도 다른 ‘난치성 축농증’은 무엇?
코에 물혹·천식·혈액,부비동 점막 호산구 수치 높으면 쉽게 재발
수술 후에도 매일 코세척 도움…찬바람 노출 피하고 물 충분히 섭취
축농증은 대표적인 만성 코질환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위중한 질환이 아니라고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축농증을 심하게 앓는 환자들은 삶의 질을 확 떨어뜨린다며 절박감을 호소한다. 코가 항상 꽉 막혀 시원하게 숨쉬어 본 기억이 없고, 이로 인해 하루 종일 두통을 안고 있으며, 밤에 잠도 깊이 못자고 자주 깬다. 수시로 나오는 기침이나 누런 콧물은 그런 대로 참을 만하다. 하지만 후각이 둔해져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즐길 수 없고, 입맛도 떨어지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이다.
축농증은 코 주변에 공기가 차 있는 동굴 모양의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부비동염이라고도 부른다. 부비동은 좁은 통로에 의해 비강(콧구멍)과 연결돼 있는데 해부학적인 이상이나 염증반응으로 이 통로가 막히게 되면 부비동 점막이 붓고 염증성 분비물이 고이며, 때로는 농으로 변하기도 한다.
축농증의 1차 치료는 약물요법이며 약물요법에 반응이 없거나 물혹 등이 동반된 경우에는 수술을 시행한다. 대부분의 축농증은 이와 같은 치료로 잘 낫는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수술 후에도 축농증이 재발해 병원을 자주 다니며 반복되는 약물치료나 재수술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축농증은 수술해도 낫지 않는다는 오명을 안게 됐다. 이와 같이 적절한 축농증 치료 후에도 쉽게 재발하는 축농증을 ‘난치성 축농증’이라고 한다.
그러면 난치성 축농증은 완치할 수 없고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한 채 평생을 고통 속에 지내야 하는 것일까?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질환센터 동헌종 대표원장(성균관 의대 명예교수)은 “난치성 축농증은 환자의 면역학적 특성으로 외부 환경 변화에 코 점막과 부비동 점막이 과민하게 염증만응을 일으키는 것이 원인이며 염증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환경관리에 신경쓰고 초기 염증시 적절히 약물치료를 하면 생활이 불편하지 않게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헌종 대표원장은 난치성 축농증을 1990년대 말부터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해 온 명의로 손꼽힌다.
면역적 특성은 외부 환경 변화에 과민하게 염증이 잘 생기는 것이지만 상당히 복잡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많은 부분이 밝혀졌다. 축농증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즉, △코에 물혹이 있거나 △천식이 있거나 △아스피린 과민증이 있거나 △혈액이나 부비동 점막의 호산구 수치가 높다는 점이다.
난치성 축농증 환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동헌종 대표원장은 “난치성 축농증을 정확하게 구별해내고, 그에 적합한 치료를 하면 난치성 축농증도 분명히 치료된다. 난치성 축농증이라고 해서 뭔가 다른 획기적인 치료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로 쓰는 약물이나 약물의 처방시기, 약물의 양 등을 환자에게 가장 적합하게 조절하면 치료 효과가 확실히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섬세하고 정확한 치료가 결과의 차이를 가져 온다는 얘기다.
수술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질환센터 이상덕 병원장은 “난치성 축농증을 수술할 때는 수술 시기나 수술 범위 등이 일반적인 축농증 환자와는 달라진다”면서 “수술 전 약물치료로 염증을 최소화하고, 수술 범위 역시 좀 더 광범위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수술로 난치성 축농증을 잘 치료한 뒤에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수술까지 했는데도 계속 신경써서 관리해야 한다면 굳이 수술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실제는 다르다. 축농증은 감기에 예민하게 반응해 감기 후에 재발하기 쉽다.
그런데 수술로 부비동이 깨끗해지고 부비동 입구가 열리면 부비동의 환기가 좋아지고, 약물 투여나 생리식염수 세척도 용이해 축농증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특히 혹시 재발하더라도 쉽게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가 혈압이나 혈당이 정상으로 유지되더라도 꾸준히 관리하는 것처럼 난치성 축농증 역시 약물이나 수술로 치료한 뒤에도 잘 관리해야 한다. 이상덕 병원장은 “가장 도움되는 것은 코세척이다. 코세척은 생리식염수로 콧속을 씻는 것으로, 증상이 있을 때는 하루 두 번, 증상이 없을 때도 하루 한 번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코세척은 장기간 시행해도 부작용이 거의 없고, 불편한 코 증상을 줄이며, 코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감기 환자가 크게 줄었지만 올 겨울에는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이상덕 병원장은 “만약 감기에 걸렸다면 미루지 말고 초기에 바로 치료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갑자기 찬 바람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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