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현빈의 꺾이지 않는 '교섭' [시네마 프리뷰]

장아름 기자 2023. 1. 1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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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교섭'(감독 임순례)은 익히 알고 있는 2007년 샘물교회 피랍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정부의 만류에도 단기선교를 떠났다가 탈레반에게 납치됐던 사건이다.

'교섭'은 당시 피랍 사건을 여전히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음에도 논쟁적인 부분을 많이 덮고 가는 경로를 택했다.

그럼에도 영화가 그린 치열한 교섭 과정은 실제 사건에서 많은 힘을 썼던, 가려진 누군가의 노고를 상상해봄직하게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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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스틸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화 '교섭'(감독 임순례)은 익히 알고 있는 2007년 샘물교회 피랍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정부의 만류에도 단기선교를 떠났다가 탈레반에게 납치됐던 사건이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탈레반과의 협상을 통해 금전적 대가를 지불했고, 사망한 2명을 제외하고 21명을 석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영화는 납치된 성도들의 관점이 아닌, 피랍된 한국인 23명을 구출하고자 고군분투하는 가상의 두 인물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교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습격을 받은 선교 단체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버스를 버리고 도망치던 운전자는 사살되고, 탈레반은 "관광으로 왔다"는 해명에도 "여긴 관광지가 없다"며 한국인 23명 모두를 납치한다. 이에 원칙주의 외교관 재호(황정민 분)가 현지로 향하고, 국정원 요원 대식(현빈 분)과 만난다. 대식은 현지 사정에 능통하면서도 이라크 사태 때 눈 앞에서 인질을 구하지 못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인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민간인들을 구하고자 하지만, 재호는 원칙을 무시할 수 없다.

실화를 모티브로 하는 만큼 결말을 알고 있다는 리스크가 있음에도, 민간인들을 구출하는 과정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한국 군대를 철수시키고, 탈레반 수감자와 한국인 인질들을 맞바꾸자고 요구한다. 이들이 통보한 살해 시한 내에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는 가운데, 재호와 대식은 인질을 구해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지니고 있음에도 다른 대응 방식으로 충돌하게 된다. 재호가 아프가니스탄 외무부와의 협상에 실패하고, 대식 또한 이슬람 족장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결국 원칙을 깨고 탈레반과의 대면 협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교섭'은 예상 밖 위기와 순탄하지 않은 구출 과정을 보여주며 재호와 대식, 두 사람이 마주하는 긴박한 위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그 과정에서 볼거리도 다양하다. 제작진은 코로나19로 인한 난관 속에서도 아프가니스탄과 가장 비슷한 풍광이 있는 요르단에서 해외 로케이션 촬영에 성공했다. 초유의 팬데믹 사태로 요르단의 입국이 금지되자, 일부 실내 장면들을 한국서 찍는 동시에 요르단 입국 허가를 추진했고, '교섭' 촬영팀만 예외적인 입국 허가를 받아냈다고 한다. 갖은 난관을 극복하고 담아낸, 이국적인 풍광을 가로지르는 현빈의 카 액션과 오토바이 액션 또한 높은 완성도로 관객들을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교섭 스틸

실화의 소구력과 드라마틱한 긴장감이 강점이지만, 매우 맹목적이기만 한 두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피랍된 이들을 반드시 구출하고야 말겠다는 꺾이지 않는 마음은 단순히 직업적인 투철한 사명감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비장한 순간마다 들리는 재호와 대식의 지나치게 감상적인 대사들도 매끄럽지 않아 몰입을 방해하곤 한다. 황정민 현빈이란 배우를 쓰면서 캐릭터와 더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으로 구현해낼 여지도 충분히 있었으면서도 단순히 이상적으로만 표현한 점들이 외려 거리감을 주기도 한다.

'교섭'은 당시 피랍 사건을 여전히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음에도 논쟁적인 부분을 많이 덮고 가는 경로를 택했다. 그렇기에 영화를 통한 질문이나 여운을 남기며 논쟁에서 한발 더 나아간 작품이 됐다기 보다,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는 상업영화에 충실했다는 인상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그린 치열한 교섭 과정은 실제 사건에서 많은 힘을 썼던, 가려진 누군가의 노고를 상상해봄직하게도 만든다. 이는 임순례 감독이 "사건을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던 연출 의도와도 맞아떨어진 부분이다. 18일 개봉.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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