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정말 이런 회사가 있나요?[스경연예연구소]
JTBC의 새 주말극 ‘대행사’는 공교롭게도 전작인 ‘재벌집 막내아들’과 큰 틀에서는 비슷한 내용이다. 패기만만한 주인공이 갑자기 시련을 겪고, 어떠한 계기로 각성해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자들에게 복수한다.
‘재벌집 막내아들’ 진도준(송중기)은 이전 생이었던 윤현우 시절 자신이 몸을 바쳤던 회사에 팽을 당하면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 ‘대행사’의 고아인(이보영)은 갖은 시련을 다 겪고 광고회사 상무의 자리에 오르지만 결국 최창수 상무(조성하) 등 남성직원들이 만들어 놓은 판 안에서 노는 ‘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상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 시련을 겪고 한 단계 레벨업해 눈앞의 장애물을 뛰어넘는 이야기는 예로부터 드라마 전개의 고전이었다. ‘대행사’ 역시도 ‘재벌집 막내아들’과 유사한 코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전개가 타당해지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극 중 고아인은 광고와 삶을 병행하기 쉽지 않은 여성이다. 게다가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대사처럼 ‘지방대’ 출신의 ‘흙수저’다. 빼어난 관찰력에 이를 카피나 구성으로 만들어내는 능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뛰어난 그의 존재는 기존에 카르텔을 만들어 놓고 있던 남성중심 사회의 시선에서는 눈엣가시일 뿐이다.
‘대행사’의 송수한 작가는 실제 광고대행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진짜 프로들의 하이퍼리얼리즘 드라마’라고 소개한다. 앞서 언급한 전개가 제대로이기 위한 전제는 현실성 그리고 공감이 가능한 전개인가 하는 점이다.
극 중 고아인과 최창수의 갈등은 1회부터 표면화된다. 갖은 노력으로 상무에 다다랐지만 고아인은 1년 안에 그 자리에서 밀려날 것을 알아챈다. 그러자 자신에게 주어진 인사권을 이용해 최창수의 수족들을 징계하고 6개월 안에 성과를 내겠다는 선언으로 더 독한 수를 쓴다.
여기에 최창수 일당은 고아인의 해임건의안을 연판장 형식으로 돌리고, 고아인은 막 부임해 오는 SNS 본부장 강한나(손나은)의 입지를 이용해 권력구도를 뒤바꿀 방법을 고안한다. 물론 회사도 사회의 축소판이라 사내정치가 물론 있지만, 드라마는 노골적으로 이 부분을 부각해 오히려 광고대행사의 특수성을 흐리게 만든다.
이보영의 캐릭터도 그렇다. 여성이 임원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능력이 빼어나고 리더십이 있는 것과 별개로 악에 받쳐야 하고, 약을 달고 살아야 하며, 심지어 창업주의 손녀딸이라는 권력의 시스템에 기대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이는 마치 정의구현을 외치며 악자와 같은 시스템의 굴레에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
베일을 벗은 ‘대행사’라는 작품은 창의성과 노력으로 승부를 보는 광고쟁이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 어디서도 볼 수 있는 권력을 향한 질주가 돋보이는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문제는 회사라는 배경에서 줄 수 있는 공감을 시청자들에게 전할 수 있느냐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재벌가 암투가 공감이 갔던 것은 실제 근현대의 역사를 기반으로 이를 이용해 복수를 만들어가는 현실성이었다. 하지만 ‘대행사’에서의 암투는 그 목표의 정당성이 흐릿하다. 게다가 주인공은 유리천장을 부수기 위해 유리천장을 이용한다. ‘대행사’의 블랙 코미디는 시청자에 통할 수 있을까. 일단 ‘하이퍼리얼리즘’과는 거리가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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