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리스트 이수정 “한곡한곡 기도하듯 연주···수익은 기부합니다”

강주일 기자 2023. 1. 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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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리스트 이수정. 본인 제공.



‘국내1호 비올라 박사’ 비올리스트 이수정이 사랑 가득한 연주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이수정은 지난 6일 디지털 음원사이트를 통해 2집 ‘Rainbow With Jesus’ 를 발매했다. 1집 ‘Moonbow’ 이후 무려 8년만이다. 이수정 특유의 섬세한 비올라 연주 뿐 아니라 그의 청아한 내레이션이 각 곡마다 담긴 독특한 앨범이다. 듣고 있으면 마치 어린아이 처럼 순수해지는 마법을 체험하게 된다.

“처음부터 내레이션을 넣을 계획은 아니었어요. 카네기홀 연주를 준비할 때도 그랬고 항상 제가 좋아하는 성경구절과 기도문을 악보에 적는 버릇이 있어요. 녹음실에서 우연히 그걸 보신 프로듀서께서 ‘목소리를 넣어보면 어떠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악보에 적었던 문구들을 읽어내려갔는데, 신기하게도 피아노 간주 길이와 제가 적은 문구 길이가 8곡 모두 딱 들어 맞았어요. 소름이 끼쳤죠. ”

이수정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비올리스트로서는 처음으로 국내 1호 음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예고 재학시절부터 링컨센터, 카네기홀 등 미국 순회 연주를 하는 등 일찍이 글로벌 아티스트로 인정 받았다. 8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귀국한 그는 단국대학교 음악대학에 출강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인간과 자연학회 총무이사를 맡아 활발한 학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올해 7월 2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독주회도 열 예정이다. 쉴 틈 없이 바쁜 그가 귀국해 가장 먼저 한 일이 찬양 앨범 작업이었다.

“힘든 7년간의 외국생활이었어요. 특히 아이들이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면서 한국에서라면 겪지 않아도 될 아픔도 겪었고요. 그렇지만 우리 가족이 단단해진 모습을 보면서 ‘이건 은혜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지난해 12월에 아이가 운동 경기 도중 크게 다쳤어요. 관중석에서 아이를 향해 뛰어내려가던 그 1분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죠. 제가 클래식 전공자이긴 하지만 찬양 연주 앨범을 낸건, 제가 받은 은혜를 하느님께 돌려드리고 싶어서예요.”

이수정은 앨범을 내기로 마음 먹은 뒤 곡 선정 과정에서도 신기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아이스링크장 입구 등 의외의 장소에서 찬양곡이 들려왔을 때 ‘이건 응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면서 “그렇게 8곡 모두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했다.

“친구가 제 앨범을 듣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도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피드백을 줬는데, 뛸 듯이 기뻤어요. 이 앨범을 낸 이유가 하느님을 모르던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제 음악을 듣고 ‘하느님은 누굴까’ 라고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였거든요. ”

그의 새 앨범 ‘Rainbow With Jesus’엔 카톨릭 찬양곡 뿐 아니라 개신교인들이 많이 듣는 곡도 넣었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인들이 ‘하느님’ ‘하나님’과 같은 표기로도 의견 다툼을 하잖아요. 우리는 다 같이 한 분을 섬기는 사람들인데요. 하느님이 그런 종교인들을 보면 ‘너희들 자꾸 내 이름 걸고 싸우지마’라고 하시지 않을까요? 카톨릭, 개신교 나누지 말자, 그런 의미도 담았어요.”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한 음원수익 모두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 사회복지기관인 소년예수의 집에 기부할 것”이라고 했다. 소년예수의 집은 아동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그룹홈이다.

이수정 집의 가훈은 ‘손해보고 살자’ 이다. 그는 지난해 ‘우리집 가훈은 손해보고 살자 입니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책이다. 의사인 이수정의 아버지는 의대생 시절, 가난 때문에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교육봉사동아리 ‘운화회’를 창설한 인물이다. ‘운화회’는 55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는 의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시골에서 개원을 해 ‘시골 의사’로 평생을 보냈다. 이수정은 몸소 실천해 가르침을 준 아버지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그대로 잇고 있다.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했을텐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엄마 아빠를 내가 너무 신경을 안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책을 썼는데, 사실 제가 글쓰는 사람이 아닌지라 힘들게 탈고를 했거든요. 이번 앨범 역시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하느님께서 저에게 ‘젬마야(세례명), 작년 이맘 때는 세상 아빠를 위해 책을 쓰더니 올해는 하늘 아빠를 위해 음반을 내는구나’ 하시더라고요.”

자신의 마음이 하늘에 가 닿았다는게 뿌듯하다는 그다. 한곡한곡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자신의 연주가 대중에게도 가 닿기를 바랐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무엇도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매 순간 감사하며 사는 삶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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