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을 잠금해제' 채종협 "오기 하나로 여기까지 왔죠"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이승미 인턴기자 = "카메라가 돌아가는 '액션'이라는 외침 뒤의 고요함이 처음에는 너무 초조했는데, 이제는 좀 덜한 것 같아요. 조금 성장한 거겠죠?"
지난 17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ENA 드라마 '사장님을 잠금해제'의 주연 배우 채종협(30)은 "애정이 많았던 작품인데 제 부족함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최근 종영한 '사장님을 잠금해제'는 동명의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실버라이닝의 김선주(박성웅 분) 사장이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스마트폰에 갇히게 된 사건을 다룬다.
채종협은 배우라는 꿈을 접고 취업 준비를 하다 우연히 주운 스마트폰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실버라이닝 사장이 된 박인성을 연기했다. 박인성은 인간의 성품은 본래 선하다는 '성선설'을 입증하는 반듯한 청년이다.
채종협은 "박인성은 이름 그대로 바르고 순한 인물"이라며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만, 어디에도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해 연기할 때 약간 애매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선주나 (비서인) 정세연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부각해 보여주고 싶었다"며 "박인성은 김선주처럼 계산적이거나 논리적이지 않고, 인공지능(AI) 같은 정세연보다는 자유분방한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극 중 박인성은 답답하리만큼 바른 성품 때문에 잇속을 챙기지 못한다. 정체를 들키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청소 아주머니에게 '갑질'하는 직원을 야단치고 꼭 붙잡아야 하는 범인을 쫓아가는 대신 계단 아래로 떨어지려는 유모차를 붙잡는 선택을 한다.
채종협은 박인성이 도덕책에 나올 법한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동력은 '믿음'과 '진심'이라고 했다.
그는 "취업준비생인 박인성에 대한 부모의 믿음, 나아가고 싶은 방향성에 대한 박인성 본인의 진심이 그가 바르게 살 수 있는 동력이 됐던 것 같다"며 "저 역시 박인성이란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그 진심을 믿었다"고 말했다.
또 채종협은 매번 불합격 통보를 받지만, 취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고군분투하는 박인성의 모습에 공감을 많이 했다고 했다.
"저도 숱하게 오디션을 보고 떨어졌죠. 오디션을 보고 나오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길게는 일주일, 짧게는 2∼3일이 걸려요. 그 시간 한강을 걸으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기대하기도 하고, 떨어졌다고 낙심하기도 하면서요. 그런 저의 모습이 취업준비생 박인성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껴졌어요."
채종협은 '스토브리그'(2019)에서 야구와 할머니밖에 모르는 소년 유민호 역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후 '마녀식당으로 오세요'(2021), '너에게 가는 속도 493㎞'(2022)에 이어 '사장님을 잠금해제'에서 주연을 맡기까지 매번 목표를 세우고 그것 하나만 향해 달려왔다고 했다.
그는 "초반에는 욕도 많이 먹었고, '왜 배우하냐'는 말도 들었다. 그러면서 오기가 생겼다"며 "오디션에 붙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 뒤에는 대본 리딩 때 (조연이 앉는 뒷자리가 아닌) 테이블에 앉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다음에는 작품 포스터 구석에라도 이름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이켜보면 오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온 게 맞다"며 멋쩍게 웃었다.
사실 채종협의 학창 시절은 연예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부모님의 기대를 안고 중학교는 태국, 고등학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 지인의 추천으로 모델 일에 관심을 두게 됐고, 한국에 돌아온 뒤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처음 모델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그런 이야기할 거면 (전화) 끊어라', '그런 일 하려고 유학 보낸 것 아니다'라고 하셨다"며 "'스토브리그'에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제가 뚜렷하게 보여드린 게 없어서 반대하셨는데 지금은 좋아하신다"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채종협은 극 중 박인성이 정세연에게 "엄마가 아프시지 않으셨다면 '장하다 내 딸'이라고 하셨을 거예요"라고 하는 대사가 마음에 와닿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께 '장하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며 웃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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