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놓고 딴소리 하나"…제주서 짐싸는 테니스 꿈나무들
기사내용 요약
제주도, 올해 전지훈련 메카 명성 되찾겠다
현장선 법률·규정 따지며 전지훈련팀 원성↑
"꼭 연정구장만 사용해야 되나, 입장 안 돼"
"타시도 전혀 문제 없는데 제주도만 답답"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테니스 꿈나무를 양성하는 경기도 소재 A아카데미는 이달 초 큰돈을 들여 제주도 전지훈련에 나섰다. 국내 최고 테니스 아카데미로 꼽히는 제주도 소속 J팀과 연습경기를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마침 각종 편의를 약속하며 '전지훈련 메카' 방문을 적극 권유하는 제주도의 대대적인 홍보도 있었던 터라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A팀은 제주 전지훈련을 후회하고 있다. 훈련장소로 배정받은 코트(연정구장)에 J팀을 초대할 수 없어서다. 애초 제주시와 전지훈련을 계획하던 단계에선 문제가 없었다. 훈련이 시작되고 나서야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걸 알게 됐을 때는 이미 전체 일정의 절반이 지나고 있었다. 괜히 가까운 시설을 두고 제주까지 와서 선수단 사기만 떨어뜨린 것은 아닌지 A팀 지도자는 되레 걱정만 늘었다.
제주도가 매년 전지훈련팀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행정의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며 테니스 꿈나무들이 훈련에 매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손님'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정작 꼼꼼한 지원은 하지 못하면서 '전지훈련 메카' 이미지에 악영향만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J팀 만나고 싶어"…제주로 전지훈련 오는 테니스 꿈나무들
18일 제주시와 체육계에 따르면 도내 테니스 아카데미 J팀과의 친선 교류와 연습경기를 위해 제주 전지훈련에 나선 외부 아카데미는 5개 팀 정도다.
최근 국내·외 대회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J팀이기에 타지역 아카데미 선수들은 전지훈련 장소로 제주를 희망하고 있다.
함께 연습경기를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경기 운영 능력을 기르고, 실력향상에 꾀할 수 있어 훌륭한 '연습 파트너'로도 명성이 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전지훈련 기간이 되면 J팀을 만나기 위해 전국 각지의 테니스 아카데미 선수들이 제주를 찾고 있다.
올해는 1월에만 5개 팀이 J팀과 연습경기를 희망하고 있고, 2월에는 3개 팀이 제주 전지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훈련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지며 최근 제주 방문 취소를 고려하는 팀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공공체육시설에 사설 아카데미 선수 입장은 안 돼"
현재 J팀은 공공체육시설인 제주시 소재 연정구장에 입장할 수 없다. 제주시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6조 1항'과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14조의 2'에 따라 시설 운영 취지에 반하는 J팀 선수들의 구장 사용을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개인사업자 소속의 J팀 선수들이 연정구장을 이용하는 것은 공공체육시설 안에서 수익사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훈련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J팀은 연정구장 사용이 수익사업과는 거리가 멀고 단지 전지훈련팀들과 연습경기를 위해 구장 입장이 필요할 뿐이라며 제주시에 구장 사용을 요청한 상태다.
J팀 관계자는 "우리는 연정구장을 사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전지훈련 온 팀들이 연습경기를 요청할 때만 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구장 사용이 어려워 훈련에 지장이 생기고, 전지훈련팀들에게서 괜히 제주에 왔다는 '볼멘소리'만 들려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답답해했다.
제주시 입장은 단호하다. 사설 지도자 아래서 교육받는 J팀 선수들이 연정구장을 사용하면 제주시 관내 다른 사설 아카데미 선수들의 무분별한 구장 입장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J팀 선수들은 사설 지도자인 아카데미 코치에게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다"면서 "그 선수들이 함께 코치를 대동해 연정구장을 사용하는 것은 공공체육시설 운영 취지에 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J팀에게 사설 코치를 배제한 상태에서 입장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그러한 제안을 J팀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초·중등 선수들이 지도자 없이 구장을 사용하는 것도 규정에 맞지 않아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지훈련팀 "다시는 제주 오지 않겠다" 한탄
J팀과 연습경기가 무산된 전지훈련팀들은 '속았다'는 표현으로 격앙된 마음을 드러냈다. J팀과 연습경기를 위해 전지훈련 장소를 제주시로 정했건만, 행정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인 것이다.
하루하루 적지 않은 체류비가 소요되는 전지훈련 일정을 감안하면 B팀은 훈련 목적 달성이 어려운 제주시로 다시는 전지훈련을 오지 않을 계획이다. 추후에는 이런 제약이 없는 육지부 전지훈련 시설을 이용하겠다고 전했다.
J팀을 만나기 위해 제주시를 전지훈련 장소로 택한 다른 테니스팀도 상황은 비슷하다. J팀의 구장 입장 자체가 불허되면서 전지훈련팀들은 남은 기간 개인 연습만 하다가 제주시를 떠나야하는 입장에 놓였다.
타지역 테니스 아카데미 인솔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번이 3번째 제주 전지훈련이다"면서 "2번째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올해는 법률을 근거로 들면서 (J팀과 연습경기가)안된다고 통보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타시도는 이런 제약 없는데, (제주시에)속았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법률이 올해 들어서 만들어진 것도 아닌데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훈련하다가 올해 갑자기 법률과 규정을 들이밀었다"며 "운동 꿈나무들이 운동만 잘할 수 있게끔 협조해달라는 요청도 (제주시가)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제주시는 "연정구장 사용은 원칙상 어렵지만, J팀과 연습경기를 하고 싶다면 (전지훈련팀들이)꼭 연정구장이 아닌 J팀이 보유한 시설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도 있는 게 아니겠냐"며 "제주 도내 다른 사설 아카데미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행정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편, 제주연구원이 2020년 내놓은 '제주지역 전지훈련 지역경제파급효과 분석과 유치 확대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전지훈련 생산유발효과가 1923억86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타지역 1024억원에 배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부가가치유발효과 역시 타지역은 321억6000만원에 그쳤지만, 제주는 901억1000만원에 달했다. 취업 유발효과는 제주지역은 3393명, 타지역은 691명 수준에 불과했다.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은 연초인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동계 전지훈련 활성화 재개로 2023년 계묘년을 제주가 '스포츠 메카'로서 도약하는 발판의 해로 삼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woo12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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