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야스 감독이 그린 프랑스 영화의 초상…영화 '이마 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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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나만의 별난 초상이다."
아사야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쇠퇴해가는 프랑스 영화계에 대한 자조를 가감 없이 내비친다.
아사야스 감독은 극 중 비달 감독과 오합지졸 스태프들이 만들어낸 영화를 통해 프랑스 영화의 미래와 영화의 존재 이유에 대한 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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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영화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나만의 별난 초상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꼽히는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자신의 초기 연출작 '이마 베프'(1996)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영화의 존재 의미에 관한 근본적 질문과 그에 대한 아사야스 감독의 답은 27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게 된 '이마 베프'가 2023년의 관객에게도 흥미로울 수 있는 이유다.
영화는 한물간 프랑스 중견 감독 르네 비달(장피에르 레오 분)이 홍콩 배우 장만위(장만옥)를 주연으로 내세워 고전 무성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과정을 그린다. 장만위가 영화 속에서도 장만위 역을 맡았다.
아사야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쇠퇴해가는 프랑스 영화계에 대한 자조를 가감 없이 내비친다.
의상 담당 스태프인 조(나탈리 리샤르)는 처음 만난 장만위에게 '미국 영화'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다. 대중이 좋아하는 할리우드 영화는 '장식적'이며 '돈을 처바른' 것에 불과하고, 결코 예술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조의 생각이다.
하지만 촬영 현장에서 감독은 미국의 상징인 코카콜라를 페트병째 들고 마시며, 날 선 태도로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을 늘어놓는다. 스태프들도 의견의 합일점을 찾지 못한 채 서로 언성을 높이기 일쑤다.
장만위를 인터뷰한 프랑스 기자는 홍콩 감독 우위썬(오우삼)을 찬양하고 자국 영화에 대해서는 '지루하고 자기 만족적이며 엘리트를 위한 것'이라며 "이런 건 끝났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프랑스 영화를 대변하는 이는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는 아시아 배우 장만위다. 그는 프랑스 영화를 깎아내리는 기자에게 "대중의 취향은 다양하다"고 항변한다. 자신이 만든 영화를 보고 "이미지를 위한 이미지일 뿐 다 환상이고 거짓말"이라는 비달 감독에게는 "본래 영화는 환상이고 욕망"이라고 답한다.
결국 영화는 감독이 신경쇠약으로 잠적하면서 중단 위기에 처한다. 새롭게 합류한 연출자는 '중국 배우'가 파리를 대표할 수 없다며 주인공 교체를 선언한다. 장만위는 하차하지만 할리우드 유명 감독인 리들리 스콧의 러브콜을 받고 미국으로 떠난다.
프랑스 영화는 끝내 대중에게서 멀어지는 것일까. 그러나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비달 감독이 편집한 단편 영화는 아름다운 한 편의 예술작품 그 자체다.
아사야스 감독은 극 중 비달 감독과 오합지졸 스태프들이 만들어낸 영화를 통해 프랑스 영화의 미래와 영화의 존재 이유에 대한 답을 보여준다.
장만위의 첫 해외 진출작이기도 한 '이마 베프'는 30대 장만위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구미를 당긴다. 극 중 자기 자신을 연기한 장만위는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낸다.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의 페르소나로 잘 알려진 배우 장피에르 레오의 연기도 감상할 수 있다.
내달 1일 개봉. 98분. 15세 관람가.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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