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민감한 소재·안전한 연출‥공감은 미지수[개봉작 리뷰]

[뉴스엔 배효주 기자]

미지의 땅에서 잔혹한 집단과의 숨 막히는 '교섭'이 펼쳐진다.

1월 18일 개봉하는 영화 '교섭'(감독 임순례)은 2007년 일어났던 샘물교회 선교단의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소재로 삼아 만든 작품이다. 실제 사건과 마찬가지로 분쟁 지역인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탈레반에게 납치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 교섭 전문 외교관 '재호'(황정민)와 현지 사정에 밝은 국정원 요원 '대식'(현빈)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에게 '역대급' 충격을 안긴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일을 소재로 한 만큼, 영화는 안전한 길을 택했다. 피랍된 자국민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인질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들에 집중한다. 극 중간 "집에 보내 달라"고 호소하는 인질들의 모습이 나오기는 하나 가능한 최소화했다는 느낌을 주고, 극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현지의 한국인 통역 '카심'(강기영)의 입을 빌려 '왜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을 시키냐'는 대사 정도로 처리하며 인질의 행위에 대한 평가를 최대한 자제한다.

큰 예산을 들인 만큼 영화를 흥행시킬 수 있는 안전한 배우들을 택하기도 했다. 황정민은 모든 인질을 무사히 구하기 위해서라면 본인의 위험도 불사하는 사명감 있는 공무원을 잘 연기했고, 현빈은 장기인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동시에 비주얼도 자랑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선 촬영을 할 수 없는 만큼 촬영지로 요르단을 택했는데, 광활하고 빼어난 풍광이 팬데믹으로 갑갑했던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든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풍경만으로도 이 영화를 영화관에 앉아서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다만 논쟁의 여지가 있는 소재를 택하다 보니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살신성인에 관객이 100% 빠져들기 어렵다는 점은 아쉽다. 수많은 이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결국 인질을 구해냈을 때의 기분을 관객이 함께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단언하기 어렵다. 이를 고려한 듯 시시각각 바뀌는 치열한 교섭 상황, 인질을 구하는 방법을 둔 '재호'와 '대식'의 갈등과 봉합 등으로 관객의 주의를 돌리려는 노력이 읽힌다.

임순례 감독 작품 중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갔다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흥행 대목에 나서는 여성감독의 대작 영화가 과연 대중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 108분이다.(사진=메가박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배효주 h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