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길바닥 눈오리 수백개… “치우는 사람 고생” vs “야박하다”

김자아 기자 2023. 1. 18.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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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길바닥에 만들어진 눈오리./온라인커뮤니티

길바닥에 있는 수백여개의 ‘눈오리’를 치우느라 아파트 경비원과 주민들이 고생을 한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겨울철 인기 놀이로 자리잡은 ‘눈오리’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18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발 남의 집 앞에 눈오리 좀 만들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됐다.

눈오리는 모양 틀이 달린 집게 형태의 도구를 이용해 만든다. 몇해 전 유행이 시작돼 한때는 눈오리 집게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였다. 동일한 모양을 빠른 시간에 손쉽게 만들 수 있어 마트에 제품을 전시하듯 일렬로 줄세우는 이들이 많다.

원글 작성자 A씨는 “눈이 오면 아파트 앞에 눈오리 뭉쳐서 만들어 놓던데 본인이 만든 거 사진 찍었으면 치우고 가라”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사진엔 바닥에 수백여개의 눈오리가 놓인 모습이 담겼다.

그는 “눈 많이 올 때 경비 아저씨께서 힘들게 눈 쓸고 계시길래 도와드리려 나가봤더니, 아파트 앞이며 바닥이며 여기저기에 누군가가 눈오리를 만들어 놨더라”며 “경비 아저씨께 여쭤봤더니 아저씨도 눈 치우면서 그게 있으면 난감하다고 하셨다”고 했다.

A씨는 경비원을 도와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또 다른 이웃이 아이와 함께 나와서 눈오리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A씨는 “담벼락 위에도 아니고 사람 다니는 길바닥에 만들어서 치우기 힘들게 만든다”며 “순간 참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우는 사람 따로, 어지르는 사람 따로”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 집 앞의 눈은 거주하는 사람들이 치우는 게 맞다”며 “경비아저씨는 주민들이 눈길에 미끄러질까 봐 종일 눈 쓸고 계시는데 그 옆에서 함께 치우진 못할망정 눈오리를 수십 마리 만든다”고 비난했다.

지난 14일 작성된 이 게시물의 원글은 이날 기준 28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1000개 이상의 추천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A씨 의견에 공감한 이들은 “치우면 또 왜 치우냐고 난리친다” “눈오리 가지고 뭘, 했는데 사진 보니 그럴만 하다” “이글 보고 반성한다. 눈오리 만드는 데 정신 팔려 뒷정리할 생각을 못했다” 등의 반응을 보냈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애들이 그런 거 가지고 진짜 삭막하다” “우리 어린 시절엔 온동네가 놀이터였는데 고작 저정도로 뭐라고 하다니” “어릴 때 눈사람 만들고 치운적 있나? 야박하다” 등의 반응도 나왔다.

지난해 12월2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광통교에서 한 시민이 눈오리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눈오리가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누군가 차량 보닛이나 건물 구조물에 있는 눈으로 눈오리를 만들어 긁힘 피해를 입었다는 사연이 잇따라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애들 눈오리 못만들게 하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당시 이 글 작성자는 “차 위에 빼곡하게 눈오리를 쌓아둬 치우느라 힘들었지만 ‘애들이 신나서 놀았구나’하고 넘겼다”며 “이후 세차하고 보니 보닛과 앞 유리에 미세한 스크래치가 엄청나게 발생했다”고 했다. 이어 “블랙박스를 돌려봤더니 아이들이 집게로 차를 긁어대며 눈오리를 만들었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 없게 아이들 있는 부모님들은 당부 말씀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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