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보행로 위해 ‘동원이법’ 만들어질까?

지난해 12월2일 보행로가 없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홉 살 이동원 군이 만취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숨졌다. 똑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유족과 학부모들이 모였다.

이동원 군의 아버지(왼쪽)와 언북초 학교운영위원장이 사고 이후 경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시사IN 조남진

서울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는 보행로가 없다. 근처 주택가에서 등하교하는 학생들은 좁은 도로 안에서 자동차와 늘 위태롭게 얽힌다. 이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9~2021년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시내 50개 학교를 대상으로 통학로 안전점검을 벌인 뒤 언북초를 포함한 5곳에 보행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경찰과 각 구청에 제안했다. 한 곳도 개선되지 않다가, 오는 2월 말 언북초 후문 인근 도로에 보도 설치가 완료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2일 그곳에서 이동원 군(9)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일사천리로 결정되었다.

이 군을 친 차량 운전자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준을 넘는 만취 상태였다. 사고 발생 후 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인근 자택 주차장까지 운전해 들어갔다가 추후에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애초 민식이법 위반과 음주운전 혐의 등만 적용했다가 유족이 직접 탄원서 1만여 장을 모아 제출하자 그제야 뺑소니 혐의를 추가했다. 1월4일 〈시사IN〉과 만난 유족과 언북초 학교운영위원장은 “음주운전이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행로가 구분돼 있었으면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라고 말했다.

이 군은 떠났지만 유족과 학부모들은 남은 어린이들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관계기관들과 계속 대책회의를 이어가면서 언북초 인근 교통안전 환경 개선책을 마련했다. 일부 주민의 반대로 무산된 일방통행로 지정과 보도 설치를 다시 추진하고, 단속카메라를 추가 설치하며, 일부 시간대 학교 근처 차량 통행금지 구역을 설정하기로 했다.

‘무조건 보도와 방호울타리 설치해야’

처벌 양형기준 마련과 어린이 사고 예방 관련 법률(가칭 ‘동원이법’) 입법도 추진 중이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선 형량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양형위원회에 제출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태영호 의원(국민의힘·서울 강남구갑)과 협력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는 ‘동원이법’ 초안도 만들었다. 어린이보호구역 안에 무조건 보도와 방호울타리를 설치하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차로에 과속 단속카메라를 설치하며, 어린이보호구역마다 관계된 주체들이 참여하는 교통안전 심의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2월3일 국회에서 입법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군의 아버지는 “동원이는 하늘나라에 갔지만 제가 남아서 찾아야 할 삶의 의미가 뭘까 생각해보았을 때, 동원이 동생과 친구들, 또래 어린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일이라고 여겨서 이런 일들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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