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행동주의 투자자와 이사 자리 두고 표 대결 예고

월트디즈니와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가 회사의 디즈니의 이사 자리를 놓고 주주총회 표 대결을 예고했다.

17일(현지 시각) 디즈니는 미국 증권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이사회 참여를 요구한 펠츠와 정면 대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디즈니는 “펠츠가 우리 회사의 사업을 잘 알지 못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주주 가치를 지키는 이사회를 도울 기술과 경험도 부족하다”고 맹비난했다.

일본의 디즈니랜드. /연합뉴스

행동주의 투자펀드 트라이언 펀드를 창업한 펠츠는 최근 디즈니의 과도한 스트리밍 사업 투자, 2019년 영화 스튜디오 21세기 폭스 인수 등으로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며 현 경영진을 견제할 이사 자리를 요구했다. 이에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디즈니는 지난 11일 펠츠의 요구를 일축하면서 나이키 CEO를 지낸 마크 파커를 회사의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펠츠는 이사회 진출을 위해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예비 신고서를 증권 당국에 제출하면서 ‘위임장 쟁탈전’에 들어갔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기업 경영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주가치를 높이고자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가를 말한다.

펠츠의 트라이언 펀드는 최근 수개월 간 9억 달러(1조1000억 원) 상당의 디즈니 주식을 사들여 0.5% 지분(940만 주)을 확보했다. 트라이언 펀드는 과거 프록터 앤드 갬블(P&G), 웬디스 등 글로벌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이사회에 진출한 바 있다. 특히 펠츠가 2018년 P&G와 펼친 위임장 전쟁에서는 양측이 주주 표를 확보하기 위해 6000만 달러(740억 원)가 넘은 돈을 쏟아부어 월가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디즈니와 펠츠가 별도의 합의를 하지 않는 한 양측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사 자리를 놓고 표 대결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디즈니는 지난해 연례 주총을 3월 9일 개최했고, 올해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