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오아시스 '적자' 실크로드, 실적 엇갈린 이유

안준형 2023. 1. 18.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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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관계사 실크로드와 물류 대행 계약
작년 1~3분기 오아시스 흑자-실크로드 적자
"물류 외주 비중 미미, 수개월내 계약 종료"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중 국내 증시에 첫 상장하는 오아시스가 핵심 경쟁력인 '새벽 배송' 일부를 외주로 맡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아시스의 물류를 대행하는 곳은 관계사인 실크로드로, 오아시스와 실크로드 모두 지어소프트의 자회사다. 오아시스 측은 "물류 외주 비중은 8%에 불과하고, 이 계약도 수개월 내 종료된다"는 입장이다. 

눈에 띄는 점은 두 회사의 실적이 엇갈렸다는 것이다. 오아시스가 작년 1~3분기 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동안 실크로드는 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오아시스가 배송케파를 늘리는 과정에서 실크로드 덕분에 초기 물류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어소프트 지배구조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오아시스, 물류 대행 얼마나 맡겼나?

18일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오아시스의 물류센터는 △성남 제1 스마트 통합 물류센터 △성남 제2 스마트 통합 물류센터 △의왕 풀필먼트 센터 등 3곳이다. 하루 주문 처리 능력은 각각 5만개, 2만개, 15만개. 의왕 풀필먼트 센터가 오아시스 물류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중 성남 물류센터 두 곳은 오아시스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반면 의왕 풀필먼트 센터는 운영 주체가 따로 있다. 오아시스의 최대주주인 지어소프트가 2021년 2월 설립한 실크로드다.

당시 지어소프트는 실크로드 지분 96.15%를 50억원에 취득했다. 지어소프트가 그간 오아시스에서 쌓은 물류 노하우를 바탕으로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풀필먼트)'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지어소프트는 2020년 10월 전환사채를 통해 조달한 100억원을 밑천으로, 실크로드 지분과 물류센터 등 초기 투자비용을 댔다.

오아시스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실크로드는 오아시스에 물류 대행 용역을 제공하고 있다"며 "오아시스는 실크로드에 물류처리 건수와 건당 가격을 근거로 용역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사업구조를 설명했다. 작년 1~3분기 오아시스는 실크로드와 18억원의 '매입거래'를 계상하고 있다.

오아시스 측은 실크로드에 일부 물류 대행을 맡겼지만, 물류 대행 계약은 곧 종료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아시스 물류센터의 피킹앤패킹(Picking&Packing, 상품을 운반·포장하는 작업) 전담 정규직 직원은 400여명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는 오아시스에 내재화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크로드에 일부 용역을 주고 있지만, 이 계약도 소멸단계"라며 "의왕 풀필먼트 센터의 2개 층 중 한 층을 오아시스가 빌려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크로드 부채비율 426%

실크로드는 사업 초기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1~3분기 52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 초기 적자가 불가피한데다 물류센터 리스 비용에 대한 회계 처리로 손실이 더 커졌다. 회사 관계자는 "리스 회계처리상 임차료를 지급한 것에 대해 감가상각비를 계상해 회계상의 착시효과로 손실이 많은 것처럼 보이나 회계상의 손실"이라며 "실크로드는 실제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크로드는 재무 건전성도 악화됐다. 작년 9월 기준 실크로드의 부채는 290억원으로 자본 68억원의 4배가 넘는다. 부채비율이 426%에 이르는 것이다.

예상보다 실크로드의 손실 규모가 커지자 작년 3월 지어소프트는 실크로드에 30억원을 추가 수혈했다. 당시 지어소프트가 보유한 실크로드 지분은 96.15%에서 70.65%로 줄었는데, 증자에 외부 자금도 투입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작년 9월에도 지어소프트는 실크로드 유상증자 참여를 또 결정했다.

오아시스 매출 성장세 꺾인 이유는?

오아시스는 배송케파를 늘리는 과정에서 실크로드 덕분에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어소프트가 실크로드 물류센터 구축 등 초기 투자비용을 위해 '130억원+알파(α)'을 투자했지만 작년 1~3분기 실크로드 순손실은 52억원이 넘었다. 그만큼 물류 인프라에 많은 비용이 든다는 얘기다.

실크로드에 대한 의존도도 무시할 수 없다. 작년 초 계획됐던 의왕 풀필먼트 센터 가동이 9월로 미뤄지면서 오아시스의 작년 1~3분기 매출은 311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86%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0년 67.67%, 2021년 49.57% 등 그간의 높은 매출 성장률에 비하면 한풀 꺾인 것인데 회사 측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그 원인으로 '가동이 지연된 의왕 풀필먼트 센터'를 지목했다.

회사 관계자는 "실크로드는 건물주의 건물관리 부실로 1년동안 물류센터 가동을 하지 못했고, 덕분에 실크로드의 영업 시작이 늦어졌다"고 전했다.

오아시스에 대한 실크로드의 '협업 관계'는 또 있다. 오아시스는 2021년 메쉬코리아와 배송 서비스 업체인 브이를 공동 설립했는데, 메쉬코리아가 자금난에 빠지자 실크로드가 메쉬코리아가 보유한 브이 지분 50%를 사실상 떠안았다.

이 관계자는 "오아시스가 이커머스를, 실크로드가 풀필먼트를 맡는 사업구조를 분할해 접근했다"며 "오아시스가 투자금이 없어서도 아니고, 실크로드로부터 비용 할인을 받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크로드 전체 캐파에서 오아시스 비중은 상당히 미미하다"며 "실크로드는 현재 다양한 유통사와 풀필먼트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아시스 측은 "오아시스마켓을 통해 쌓은 풀필먼트 노하우를 실크로드를 통해 전문화할 예정"이라며 "실크로드는 현재 다양한 유통사와 풀필먼트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아시스마켓의 풀필먼트도 앞으로 내재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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