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클레이튼 노드' 상장사들, 쌓이는 클레이 '깜깜이' 회계 처리

박현영 기자 2023. 1. 1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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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드로 활동한 상장사 15곳…위메이드·LX인터내셔널만 회계 처리
가상자산 보유 현황 공시, 의무는 아니지만…3년 넘게 '깜깜이' 논란
2019년 클레이튼 메인넷 출시 당시 합류한 노드 목록. 이 중 펄어비스, 셀트리온, LX인터내셔널 등 상장사는 지난해 탈퇴했다. 클레이튼스퀘어(Klaytnsquare) 갈무리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노드(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로 국내 상장사가 다수 참여 중인 가운데, 노드 보상으로 받은 클레이(KLAY) 수량을 공시하는 곳은 극히 일부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상으로 받은 클레이를 유동화(매도)할 경우 실제 매출이 발생함에도 불구, 클레이 투자자 및 상장사 주주들이 이를 알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노드 중 이미 클레이 보상을 '기타 매출'로 공시해온 상장사가 있는 만큼, 노드별로 상이한 회계 처리 기준이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밝힌 국내 가상자산 보유 상장사는 37곳으로, 이 중 최소 15곳 이상이 클레이튼의 노드이거나 노드로 3년간 활동했다.

금감원이 가상자산 보유 현황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클레이튼 노드들이 장기간 자행해온 '깜깜이' 회계 처리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 노드 15곳 중 2곳만 '회계 처리'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클레이튼 노드 그룹을 뜻하는 ‘거버넌스 카운슬(GC)’ 멤버 중 클레이 보유 수량(환산액)과 이를 통해 발생한 매출을 공개하는 상장사는 위메이드와 LX인터네셔널뿐이다. 비상장사 중에선 한국경제신문만이 감사보고서를 통해 보유 수량을 공개한다.

반면 LG전자, 한화시스템, 넷마블 등 주요 상장사와 카카오,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계열사들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행법 상 가상자산 보유 현황은 반드시 공시해야 하는 항목은 아니다. 다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가상자산 발행 및 보유와 관련한 회계상 주석공시 의무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문제는 클레이튼이 메인넷을 출시한 2019년 이후 3년 넘게 노드로 활동해온 상장사가 15곳에 달한다는 점이다. 긴 기간 동안 상당량의 클레이가 쌓였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 장기간 '깜깜이 회계 처리'를 지속해왔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19년부터 거버넌스 카운슬 멤버로 활동해온 상장사는 △LG전자 △한화시스템 △넷마블 △안랩(안랩블록체인컴퍼니) △SK네트웍스 △카카오 △카카오페이 △위메이드 △FSN 등이다. 지난해 거버넌스 카운슬에서 탈퇴한 GS리테일, 셀트리온, 아모레퍼시픽, 펄어비스, LX인터내셔널도 3년 넘게 활동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량의 클레이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네오플라이의 모회사인 네오위즈홀딩스 역시 보유 중이다.

이 중 위메이드는 클레이를 수령하는 시점의 공정가치를 기타매출로 인식하고 사업보고서에 기재하고 있다. 유동화(매도) 여부와 관계없이 수령할 때마다 해당 시점의 시세를 적용, 매출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위메이드가 사업보고서에 기재한 클레이튼 노드 보상. 위메이드 사업보고서(2021.12) 갈무리

노드 운영으로 얻은 가상자산의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다. 따라서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는 방식은 위메이드와 다르지만, LX인터내셔널도 기재한 바 있다.

LX인터내셔널은 2021년 사업보고서에서 "클레이튼 블록체인 플랫폼 운영사로 참여해 클레이를 취득하고 있다"며 "해당 자산의 취득에는 유의적인 취득원가가 소요되지 않아 비망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다. 보고기간 종료일 현재 661만5173KLAY를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클레이 보유 수량 또는 환산액을 공개하는 곳이 있음에도 불구, 대부분 상장사는 회계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지금까지는 법적 위반 사항이 아니었지만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기에는 충분하다.

가상자산 업계에 정통한 한 회계사는 "일반적으로 한 곳이 회계 처리를 하기 시작하면 같은 사업을 하는 다른 곳들도 이를 참고해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무가 아니라고 해도 3년 넘게 회계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무 아니라 회계 처리 안해…"클레이로 서비스 개발" 해명도

그동안 클레이 회계 처리를 하지 않은 상장사들은 가상자산 보유 현황이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항목이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처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가상자산 보유 수량 공시가 필수는 아니라 지금까지는 하지 않았으나, 이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이 나오면 회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노드 보상으로 받은 클레이 수량은 무형자산에 포함해왔으나, 이를 재무제표 주석으로 달지는 않았다"며 "클레이를 유동화해 매출로 인식한 바는 없다"고 전했다.

노드 보상으로 받은 클레이를 실제 서비스 개발에 사용하기 위해 공시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넷마블과 한화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현재 넷마블은 클레이튼 서비스체인인 '마브렉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넷마블은 클레이튼 노드 중에서도 주요 파트너사다. 노드 보상으로 받은 클레이는 유동화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도 메타버스 및 대체불가능 토큰(NFT) 분야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위해 클레이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에 클레이를 비롯한 가상자산이 거래 기반으로 필요해 보유하고 있다"며 "공시하지 않은 것은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별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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