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날두 체제 가고 음바페-홀란 세상 왔다, ‘신맞수 시대’ 도래[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리오넬 메시(36·파리 생제르맹)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 나스르)가 지배하던 시대는 갔다. 그리고 킬리안 음바페(25·파리 생제르맹)와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이 장악한 시대가 왔다.
새로운 ‘맞수 천하’가 열렸다. 양강 구도의 완벽한 물갈이다. 영원한 절대 강자는 존재할 수 없는 비정한 승부 세계의 철칙인 약육강식·적자생존을 다시금 절실히 느끼게끔 하는 세대교체다.
21세기 세계 축구계의 최대 화두는 ‘양강 체제’였다. 메시와 호날두가 팽팽하게 맞서 천하를 양분한 구도는 끝이 없는 양 펼쳐졌다. 오죽하면 ‘신계의 전쟁’으로 불렸을까.
그러나, 세월의 ‘매’ 위에 절대 강자는 있을 리 없었다. 메시는 아직 건재했으나, 호날두는 노쇠화를 역력히 드러냈다. 천하를 집어삼킬 듯했던 맞수 구조는 시나브로 균열이 갔다. 그리고 마침내 끝자락을 보였다. 호날두가 축구 변방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비롯한 붕괴였다. 이제 유럽 마당에서, 둘이 맞서 불꽃을 튀길 각축을 벌일 ‘메호 대전’은 아예 없어졌다.
그렇다고 팬들은 볼거리가 없어져 심심해할 필요는 없다, 또, 흥밋거리가 사라졌으니 눈길을 어디에 둬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메시-호날두 맞수 체제에 버금가는 ‘괴물 조합’인 음바페-홀란 라이벌 구도가 새롭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UEFA(유럽축구연맹)도 음바페와 홀란이 메시-호날두 체제를 대신해 유럽 축구 천하의 새로운 맞수 구도를 그려 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맥락에서, 앞으로 어떤 양상을 빚을지 예측할 수 있는 한 단면을 제시했다. 앞으로 음바페와 홀란의 대회전이 벌어질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두 사람이 지금까지 거둔 성과를 집중 조명함으로써 전망의 근거로 삼았다.
UEFA는 “음바페와 홀란, 누가 더 나은가(Who is better: Mbappé or Haaland)? 팬들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두 맞수의 UCL 성적을 비교해 본다”라고 서두를 뗐다.
각종 UCL 득점사를 새로 쓰며 펼치는 팽팽한 각축은 팬들의 흥미를 자아내
“호날두가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클럽으로 떠났음은 시대의 끝을 의미한다. 메시와 호날두가 지난 15년간 UCL을 양분하며 펼쳐 온 ‘위대한 경쟁의 종식(A termination of the great rivalry)’이다. 다음엔 언제 어떤 시대가 열릴까? 그러나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다. UCL 데뷔 이래, 기록사에 새 지평을 연 음바페와 홀란이 있기 때문이다.”
UEFA의 평가처럼, 음바페와 홀란은 UCL 득점사에 신기원을 이루는 기록을 써 왔다. UCL 무대에, 2016-2017시즌 데뷔한 음바페도, 2019-2020시즌 뛰어든 홀란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록을 쏟아 냈다. UCL을 폭풍 속으로 몰아넣은 두 사람의 발자취다.
대표적 발걸음은 최연소 득점 기록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음바페는 10골 단위 득점 기록을 계속 써 왔다. 10골(18세 357일)→ 20골(21세 255일)→ 30골(22세 352일)→ 40골(23세 317일), 곧 거침없는 득점 행진이 엿보이는 걸음걸음을 옮겼다. 당대 으뜸으로 일컬어지던 메시가 20골부터 세운 기록(22세 266일→ 23세 131일→ 24세 130일)을 능가하는 쾌속 질주였다(표 참조).
그런데 이 대단한 기록도 한 부분에서 깨졌다. 홀란이 20세 231일에 20골을 터뜨리며 음바페의 아성에 균탁을 냈다.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레드불 잘츠부르크에 몸담고 있던 시절인 2019년 9월 17일(현지 일자), 벨기에 주필러리그의 KRC 헹크와 맞붙은 UCL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린 기세를 이어 가 최연소 20골 고지를 밟았다. 유일한 첫선 무대 해트트릭 기록이다.
스물한 살 때 20골 등정은 1955년 닻을 올린 UCL 68년 역사에 음바페와 홀란이 ‘유이’하다. 두 자릿수 득점조차 12골의 카림 벤제마(36·레알 마드리드) 한 명일 정도다. 22세 이전에 메시는 8골을 넣었을 뿐이다. 하물며 호날두는 단 한 골도 없었다.
전체 골 수에선, 역시 경력이 좀 더 오래된 음바페가 앞선다. AS 모나코를 거쳐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뛰며 59경기에 출장한 음바페는 40골을 뽑아냈다. 잘츠부르크→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맨체스트 시티로 둥지를 옮겨 가며 23경기를 소화한 홀란은 28골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득점 페이스를 보면 홀란이 훨씬 앞선다. 음바페는 경기당 평균 0.68골을 넣었다. 반면, 홀란은 경기당 평균 1.22골을 터뜨렸다. 다시 말해, 음바페는 한 골을 넣는 데 1.48경기가 걸렸다. 이에 비해 홀란은 한 골을 맛보는 데 0.83경기만을 필요로 했다. 홀란이 거의 배에 가까운 놀라운 득점력을 뽐냈음이 엿보이는 수치다.
UCL에서, 음바페와 홀란은 두 번 맞대결을 벌였다. 전장은 2019-2020시즌 16강 PSG-도르트문트전이었다. 팀적으론, 음바페가 웃엇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홀란이 미소를 지었다. 1, 2차전 승리를 나눠 가진 대회전은 PSG가 합계 3-2로 8강 티켓을 따냈다. 신이 음바페의 손을 들어 준 모양새였다. 그렇지만 홀란이 2골을 기록한 데 비해 음바페는 골과 연(緣)을 맺지 못했다. 홀란이 설욕한 생김새라 할 만하다.
난형난제다(難兄難弟)다. 2021-2022시즌까지는 음바페의 독주가 예상됐다. 그러나 2022-2023시즌 들어 홀란이 대폭발하며, 형세는 일변했다. 이제 선뜻 누가 낫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팬들은 즐겁고 반갑다. 음바페와 홀란이 형성한 새로운 맞수 구도가 그려질 앞으로가 무척 기대될 수밖에 없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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