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가치와 선택

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2023. 1. 1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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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얼마전 추워진 날씨에 따뜻한 머플러 하나 구입하려고 무심코 백화점에 들어갔다. 맘에 드는 머플러를 구입하려는 중 옆에 진열된 청바지의 색감이며 단순한 디자인이 유행 없이 오랫동안 입을 수 있을 것 같아 추가로 구입했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잠시 스쳐가는 생각이, 머플러와 청바지까지 맘에 드는 것으로 선택하다 보니 제법 가격이 나가 저렴한 것으로 했어야 한다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열심히 일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 애써 위로하고 며칠 후 주말에 구입한 청바지를 입고 외출을 했다. 무거운 다른 겨울옷에 비해 한결 가볍고 부드러운 재질의 청바지가 나의 일과를 경쾌하게 해주자 비싸게 구입하였나 하는 후회가 어느새 사라졌다. 만약 가격은 저렴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구입했다면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모든 사물은 각자 지니고 있는 쓸모에 따라 가치가 있다. 물론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적절하게 있어야 가치가 더 높아진다.

이러한 가치있는 것을 소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화폐는 상품에 대한 화폐의 교환가치를 이용해 소유할 수 있다. 화폐가치를 통해 용도·필요에 따라 물건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화폐의 가치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최고라고 손꼽는다. 그래서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은 그 나라를 상징할 수 있는 훌륭한 인물이 인쇄가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단위가 가장 큰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 미화 100달러에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인쇄돼있다. 특히 인도의 모든 화폐 단위에는 마하트마 간디가 있다. 이처럼 화폐에는 그 나라의 최고인물이 인쇄돼있으며 전세계가 최고의 가치로 사용하고 있다.

그럼 화폐가 최고의 가치일까? 이에 대해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에서 전세계 1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삶에서 가장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한국만 유일하게 물질적 행복을 1위로 꼽았다. 대부분 국가에서 물질적 행복은 5위 이내였지만 1위는 한국이 유일했고, 14개국에서는 '가족'이 1위를 차지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일제치하에서 35년 넘는 식민지 생활과 6·25전쟁 등으로 가족을 잃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각자도생하며 살아왔기에 이해가 되는 바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뿌리 깊은 사상 속에는 가화만사성이 내재돼 있으며 예로부터 부모 공경 등을 중요시하는 등 가족을 최우선으로 삼아 왔다.

이제는 가치와 더불어 중요한 '선택'을 생각해보자. 인간은 늘 선택을 해야 한다.

사람은 하루 시작과 함께 눈을 뜨면서 크고 작은 선택을 한다. 선택을 통해 과거와 현재라는 결과가 존재할 뿐더러 우리의 인생을 마칠 때까지 선택은 어쩔 수 없는 인생의 톱니바퀴 역할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친구나 직장동료와의 만남에 따른 간단한 선택부터 학교의 진학선택, 배우자 선택, 가족계획 선택, 노후준비 선택 등 복잡하고 신중한 것도 본인이 자유의지로 미래를 예측하고 선택해야 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나를 위한 분명한 선택을 위해 선함과 보편타당적이고 정당한 것을 사용한다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다.

필자도 건축설계를 하면서 공간위치와 크기를 어떤 구조로 할지, 어떤 마감 재료로 할지 등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리고 필자를 선택해 일을 의뢰한 건축주의 건축물 속에 가치를 넣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그래야 건축주에게 필요한 건축물이 되기 때문이다. 건축주의 분명한 선택이 표현되고 설계에 반영되면 그야말로 '갖고 싶은 건축물'이 된다.

갖고 싶은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건축주도 계약서를 잘 이행하고 설계도면대로 시공할 수 있는 능력·기술을 갖춘 시공업자를 선택해야 한다. 또한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선택된 시공업자가 공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올바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올해는 모든 분야에서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솔로몬처럼 지혜로운 선택을 통해 다같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더욱 더 활기찬 계묘년 새해가 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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