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섭’ 임순례 감독 “선한 영향 주는 영화 만들고파”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3. 1. 1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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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부담됐지만 논쟁 없을 것”
“생명 해치지 않는 액션 하고파”
“믿고 보는 황정민, 새로운 현빈 시너지”
임순례 감독. 사진I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실화 바탕의 민감한 소재라 솔직히 부담스러웠어요. 동시에 (한국 영화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소재라) 그게 더 매력적이기도 했고요. 논쟁보단 작품 자체로 다가갈 수 있도록 연출에 신경썼죠.”

임순례 감독이 영화 ‘교섭’으로 돌아왔다. 모티브가 된 실화의 논란과 종교적 논쟁에 대한 부담감에도 운명 같은 이끌림에 선택했단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순례 감독은 “전작 ‘리틀 포레스트’ 이후 5년 만이다. 감회가 새롭다”며 온화한 미소로 인사했다.

임 감독은 이어 “감독마다 작품 선택 이유와 직업관이 다를 거다. 나의 경우는 내 영화가 누구에게든 나쁜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 나쁜 생각이나 나쁜 자극이 아닌 거창하진 않더라도 뭔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긍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주고 싶다. 소소한 즐거움이어도 좋다”고 말했다.

‘교섭’ 역시 그런 마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고 했다. ‘교섭’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교섭 전문 외교관 재호(황정민 분)와 현지 국정원 요원 대식(현빈 분)의 교섭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2007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한인 피랍 사태 실화를 소재로 다뤘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분당 샘물교회 사건’은 당시 피랍자들의 종교적 신념을 둘러싼 대중의 여론이 현재까지도 분분한 사건이다.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최대 지점이자, 기대만큼 우려가 쏠리는 대목이다.

임순례 감독은 “연출 제의를 받고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이 작품 제안을 수락한 건 민감할 수 있는 종교적 신념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에선 많이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보지 않은 장르에 대한 호기심, 스스로 새로운 물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편으론 이 영화를 하면서 우리가 굳건히 믿는 신념이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절대적으로 옳은 게 맞을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됐어요.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 가서 목숨이 달린 상황에 처한다면, 국민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국가가 국민을 안전히 귀국시키는 일이 먼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고요. 국민을 구하러 온 공무원들 자신도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이들이 어디까지 자신을 희생하며 국민을 지킬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며 연출에 임했습니다.”

임 감독은 실화 자체보단 캐릭터의 이야기에 집중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가지 말라는 경고에도 여행 제한 국가를 간 것은 실제 피랍됐던 분들이 잘못한 게 맞다”면서도, “다만 그 부분에 연연하면, 영화의 초점이 불필요한 다른 논쟁으로 옮겨갈 것이라 예측했다. 그걸 떠나 영화의 흐름 자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임순례 감독. 사진I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피랍부터 한국인들이 구출되는 과정에서 큰 틀은 실화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등장 인물들은 전부 허구의 인물이다.

특히 이 작품으로 황정민과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무려 22년 만에 재회했다. 임 감독은 “이 영화는 ‘인질’이 중점이 아닌 교섭을 하러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교섭단의 핵심인 정재호(황정민 분)가 가장 중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재호의 감정과 동선을 따라서 관객들이 마음을 주고 받을거라고 생각했다. 가장 신뢰할수 있고, 독보적인 에너지가 있고, 내 머릿속을 넘어서는 배우가 필요했다. 내가 그린 정재호는 더 냉철하고 침착한 인물이었는데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맡아 더 활동적이고 살아 숨쉬는 에너제틱한 부분이 생겼났다. 결과적으로는 영화에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현빈에 대해서도 “기존에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여성 관객들이 기대하는 역할들이 있지 않나. 로맨틱 코미디나 화려한 액션 말고, 현빈에게 사람들이 보는 모범적이고 신중하고 진중하는 이미지 보단 자유롭고 날것의 고독한 이미지를 끌어내고 싶었다.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현빈은 그걸 아주 멋지게 해냈다”고 호평했다.

“두 배우들이 제가 원하는 만큼 잘 수행해줬어요. 워낙 사석에서도 친한 사이다보니 같이 연기를 하면서 눈에 안띄지만, 서로를 향한 신뢰감이 보이지 않는 공기 속에 녹아 있는 것 같았어요. 그 시너지가 영화를 더 괜찮게 만들어줬고요.”

임 감독은 또 액션 블록버스터이지만, 여타 작품들처럼 폭력 및 피가 낭자하는 자극적인 장면을 넣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액션 영화들을 보면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들이 너무 많다. 관객의 입장에서 난 그런 게 조금 불편하더라. 실제로도 그런 영화를 보면 거의 반 이상은 눈을 감고 있다”며 “나의 액션 장르는 사람을 많이 죽이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이거나 해쳐야 하는 장면이 있어야 한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 도전을 마친 지금, 그는 또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제가 해보고 싶은 건 코미디예요. 그걸 참 좋아하는데 그런 시나리오는 잘 안 와요.(웃음) 장르나 외피에 상관 없이 제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면 뭐든지 해보고 싶어요. 못할 것 같은건 공포 영화? 보는 것도 싫어하고 만드는 것도 상상하면...하하! 늘 그렇듯 되도록 더 좋은 기운, 에너지를 드릴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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