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몰리는 돈… 11월 예·적금 최대 [한강로 경제브리핑]
고금리 여파로 투자보다 은행의 예·적금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면서 지난해 11월에만 58조원이 정기 예·적금에 더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시 입출식 저축성예금에서는 19조원이 빠져나갔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11개월 만에 0.05%포인트 소폭 하락했다. 최근 은행권은 예·적금의 금리를 낮춰왔는데 주담대 변동금리도 하향 조정됐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1월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평균 광의 통화량(M2·계절조정계열 기준)은 3785조3000억원으로, 전월(3757조9000억원)보다 0.7%(27조3000억원) 증가했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인 M2는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 협의통화(M1)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머니마켓펀드(MMF), 수익증권 등 금융 상품을 포함한다. M2는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로 사용된다.
M2 통화량은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늘었다가 9월 증가율이 0%로 떨어졌지만, 이후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원계열 기준)의 경우, 지난해 11월 5.4%로 2021년 12월(13.2%)을 정점으로 상승 폭은 둔화하는 추세다.
금융 상품 중에서는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이 전월 대비 58조4000억원 급증했다. 이는 2001년 12월 해당 통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증가 폭으로, 직전 최대 증가 폭이었던 지난해 10월(45조9000억원)보다도 12조5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금융 소비자들의 정기 예·적금 선호 현상에는 최근 금리 상승과 더불어 안전자산 선호 현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전월보다 19조1000억원 줄어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정기 예·적금 등 안전자산 선호는 최근 몇 달째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라며 “지난해 주식·부동산 시장 등 위험자산 분야가 침체였던 만큼 해당 분야에서 수익이 제대로 발생하지 않기에 투자를 기피하고 안전한 자산을 찾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가 11개월 만에 하락하면서 이에 연동된 은행권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내려갔다.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공시된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11월(4.34%)보다 0.05%포인트 낮은 4.29%로 집계되면서,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하락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연 5.73∼7.43%로, 전날 연 5.78∼7.48%에서 0.05%포인트 내렸다. 우리은행은 연 6.41∼7.41%에서 연 6.36∼7.36%로, 농협은행은 연 6.03∼7.13%에서 연 5.98∼7.08%로 같은 폭만큼 하향 조정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IBK기업·KB국민·한국씨티)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코픽스가 하락했다는 건 은행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로, 수신금리가 낮아지면 코픽스도 하락한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공시 전월 1개월간 은행의 신규 취급액을 기준으로 한다.
신규 코픽스는 지난달 정기예금과 금융채 금리 등이 떨어지면서 하락 전환했다. 다만 앞서 나타났던 상승세와 비교하면 하락 폭은 크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전월 대비 0.36%포인트 오른 바 있으며, 12월 신규 코픽스는 1년 전(1.69%)보다 2.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신잔액 및 잔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보다 올랐다. 기존 고금리 예·적금 상품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공시 전월 말 조달 잔액을 기준으로 한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2.92%로 전월보다 0.27%포인트, 잔액 기준 코픽스는 3.52%로 전월 대비 0.33%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KB국민은행의 신잔액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는 이날 기준 연 5.62∼7.02%로 전날(5.35∼6.75%)보다 올랐다.
매일 금리를 산출하는 ‘산출금리 체계’로 코픽스 하락분을 선반영해 온 신한은행은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가 전날 연 4.71∼5.76%에서 이날 4.69∼5.74%로 0.02%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채 위주의 금리 체계를 운영하는 하나은행은 이날 금융채 상승의 영향으로 6개월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전날 연 5.678∼6.278%에서 5.776∼6.376%로 다소 올랐다.
서유석 신임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경제 침체로 정체된 펀드를 살리고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정부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체된 공모펀드 시장의 부활을 추진하겠다”며 “장기투자 비과세 펀드 도입 및 공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외화표시 머니마켓펀드(MMF), 성과연동형 운용보수펀드 등 운용사의 신상품 출시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라임 사태, 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신뢰가 무너진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프라임 브로커의 직접 수탁 확대 등 수탁 인프라를 강화하고, 사모펀드 규제 체계 전반을 면밀히 살펴 산업 발전 저해 요소 개선 및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취임 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개정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배당소득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말 2년 유예가 결정된 세법 개정안에는 사모펀드 투자 수익을 금융투자소득과 배당소득으로 나누지 않고 배당소득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배당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 합산 대상이기 때문에 세금 폭탄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최근 기업 가치가 아니라 단기차익 중심의 투자가 많아졌는데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투자자들이 가치투자를 하고 기업과 같이 성장하는 문화가 절실하다”며 주식·채권의 장기투자 세제 지원 등 시장 활성화 대책을 정부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펀드 순자산은 85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조4000억원(2.3%) 증가했다고 밝혔다. 채권형·혼합채권형 펀드에서 순유출이 있었지만 주식형과 단기금융펀드 및 부동산 등 대체투자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된 결과다. 공모펀드 순자산은 전년 대비 9.3% 감소한 반면 사모펀드는 9.3% 증가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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