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美 밖에서 찾는 IRA 해법은…

박찬규 기자 2023. 1. 1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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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글로벌 톱 길목에 선 현대차그룹③] 투자 늘리고 '플랫폼' 장악하라

[편집자주]한때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을 따라가기 바빴던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기아)이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하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친환경차를 비롯한 다양한 라인업이 잇따라 안전·디자인 관련해 수상을 하며 호평을 받고 판매량도 크게 늘어 글로벌 톱3 반열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이제 글로벌 톱1을 정조준한다. 현대차그룹 앞에는 일본 토요타자동차 독일 폭스바겐그룹만 있다. 아직 이들과의 판매량 격차는 상당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대내외 악재로 가득한 시장 환경 역시 헤쳐 나가야 할 과제다. 글로벌 톱1 등극을 위한 길목에 선 현대차그룹에게 올해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해가 될 전망이다.

해외 현지에서 생산-판매되는 현대차-기아 차 /사진제공=현대차, 기아

▶기사 게재 순서
①퍼스트무버로 도약… 토요타 정조준
②미래 모빌리티 속도, 美 IRA는 변수
美 밖에서 찾는 IRA 해법

지난해 8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며 현대차와 기아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평을 받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15조원 규모의 미국 전기차공장 투자를 밝혔음에도 IRA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미국을 방문, 미 의회와 정부 관계자를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입장은 이해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뿐이었다. 한국 정부도 발 빠르게 공조 태세를 갖추며 적극적인 돌파구 마련에 나섰고 현대차그룹도 전방위 로비 활동을 강화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국내 자동차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도 "미국의 일방적인 IRA 시행은 한미FTA 정신에 위배된다"며 "법 개정이 어려울 경우 유예 등의 방법을 고려해달라"는 입장을 미 정부에 전달했다.


美 중요하지만 '대안' 필요


사진은 지난해 5월 단독 면담을 한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현대차그룹
민간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아 대응한 노력에 대한 성과도 나왔다. 미국 정부가 상업용 전기차에 대한 규제를 일부 풀어준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2월30일 상업용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가이던스, 핵심광물과 배터리 부품 가이던스 제정방향, 친환경차 세액공제 관련 정의 방향 등을 발표했는데, 상업용 리스 판매 차종이 포함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 숨통이 트였다. 이에 현대차는 기존 3~5% 수준이던 상업용 판매 비중을 30%대로 늘릴 계획이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상업용차 판매 시 미국에서 7500달러(약 945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차 수명의 80~90% 이상에 달하는 장기리스나 리스 종료시 구매 조건이 있는 경우, 리스계약 만기 시점의 할인구매 옵션 등은 사실상 '판매 목적'인 만큼 혜택에서 제외된다.

우리의 발 빠른 대응도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전개하고 있는 IRA 개정을 위한 소통이 현지에서 주목받은 것인데 미국의 수입자동차협회와 각국 대사관은 물론 언론까지 나서 한국의 대응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도 "한국 정부와 국회의 미국 내 IRA 활동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한국의 노력으로 IRA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미국 정부에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방한 중인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차관을 만나 한국산 전기차 차별 이슈와 관련해 논의했다. 정 회장은 이번 만남에서 전동화, 미래 모빌리티, 글로벌 공급망 등의 분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면서 미국 내 투자를 결정한 기업에는 유연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는 리스용 차에 대한 세제혜택은 받게 됐지만 판매용 차가 혜택을 받지 못하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에 IRA 대응 방식을 미국 밖에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지난해 현대차가 발표한 판매목표는 416만대, 기아는 292만2000대였지만 실제 판매량은 현대 389만981대, 기아 277만7056대였다.

로보틱스 기술로 모든 사물이 자유롭게 스스로 움직이는 MoT(Mobility of Things) 생태계 가상도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지난해 현대차의 1~3분기 권역별 누적 판매량은 ▲북미 69만1000대 ▲유럽 45만1000대 ▲중국 18만9000대 ▲인도 41만6000대 ▲러시아 7만5000대 ▲중남미 27만7000대 ▲기타(아프리카중동, 아태 등) 39만9000대로 집계됐다. 북미가 가장 큰 시장이지만 유럽과 인도 중남미, 기타지역 판매 비중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권역별 책임경영제가 시행된 이후 각 지역별 전략이 수립돼 효과를 보고 있다"며 "특히 각 권역별 현지 전략형 차종이 판매 순위 상위권이 오르는 것도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미국 IRA에 대해 유럽과 일본은 처음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다가 최근에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며 "형평성에 어긋나는 점이 많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대응하는 법이 만들어지는 만큼 3년 유예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짚었다. "리스차 보조금 지급 결정 이후 추가 결정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시장에서 통할 플랫폼 갖춰라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생존하려면 본업인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사업 영역 확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10년에서 15년쯤은 모빌리티 생태계가 변화를 이어가는 시기인 만큼 다양한 전략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인 '플랫폼'이 중요하며 이 부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생존을 위해 자동차를 만드는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담을 디지털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서비스와 관련된 플랫폼까지 모두 구축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자동차업체들이 하지 않은 부분까지 관심을 갖고 투자를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체 플랫폼을 갖춰야만 록인 효과(Lock-in effect)를 통해 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갈등을 보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두 시장 모두 챙겨야 하는 점이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이라며 "앞으로도 중동과 아세안 등 신규시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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