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둔화에 눈 멀면 안 돼”···“골드만, 실적 10년여만 최악”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골드만삭스가 10여 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거시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기되면서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14% 오른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20%, 1.14% 내렸는데요.
골드만삭스의 어닝 미스는 증시 전반, 특히 다우지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오전 한때 연 3.58%선까지 올랐다가 생각보다 안 좋은 뉴욕 제조업 지수에 3.50% 수준으로 내려왔다가 현지 시간 18일에 나올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결과를 주시하면서 다시 상승했는데요. 달러인덱스는 장중 101.9대까지 밀렸습니다.
스위스의 다보스에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다보스 포럼에서 나온 주요 내용과 함께 인플레이션과 금리, 증시 전망을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다보스에서 나온 얘기부터 알아보죠. 랄프 하머스 UBS 최고경영자(CEO)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우리는 에너지와 다른 가격, 소비의 심리적 측면과 실질 가격이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이러한 것들이 트렌드로 나타나기 전에 우리는 조심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우리는 미국과 유럽에서 확실히 인플레이션이 돌아오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머스 CEO뿐만이 아닙니다. 빌 윈터스 스탠더드차타드 CEO도 “인플레이션은 끝나지 않았다.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했었고 지금은 가라앉고 있지만 미국의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하다”며 “전세계적으로도 노동부족이 있다”고 전했는데요.
그는 또 “임금 인플레이션이 약간 둔화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는 연준의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기업 및 가계상황이 여전히 양호해 이는 경제가 더 높은 금리를 쉽게 흡수할 수 있음을 뜻하기 때문에 연준이 몇 번 금리를 더 올리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윈터스 CEO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조금 더 지속한다는 의미로 연준의 금리인상이 끝나는 것에 대해 너무 흥분하지 않겠다고도 했는데요. 기본적으로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는 공급망 완화에 따른 물가하락 요인과 수요증가에 따른 인플레 압력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윈터스는 후자에 무게를 두는 것이구요.
다국적 업체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앨런 조프 유니레버 CEO는 “원자재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너무 어렵지만 우리는 투입비용에 더 많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피크에 있을 수 있지만 가격은 피크가 아닐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가격을 안 올리고 버티던 기업들이 실적악화에 추가 가격인상을 할 수 있다는 거죠.
밥 미쉘 JP모건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더 조심스럽습니다. 그는 “기본 가정은 연준이 2월과 3월 금리를 인상한 뒤 일시 중단하고 올해 후반기에 경기침체가 시작되는 것”이라면서도 “지속적으로 낮은 실업률과 임금상승, 중국의 경제재개로 인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2023년 말에 연준이 금리인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는데요.
인상 중단 후 재개 시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날 수밖에 없습니다. 미쉘 CIO는 “문제는 임금이 떨어지기 전에는 인플레이션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실업률이 상승하기 전까지 임금은 내려가지 않으며 경기침체가 아니면 실업률은 상승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는데요.
정리하면, 그는 ‘경기침체→실업률 상승→임금하락→인플레이션 둔화’가 비로소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임금하락 없는 인플레 둔화는 불가능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시작지점에 있는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얘기죠. 침체를 불러오는 건 연준의 과도한 긴축일텐데 미쉘 CIO는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가 최고 6%까지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 1988년 이후 5번의 금리인상 주기 가운데 4번이 경기침체로 끝났다고 하는데요. 예외 사례는 1994~1995년인데 2023년은 1994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미쉘 CIO는 “긴축과 통화정책의 시차는 궁극적으로 경기침체를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금리 관련해서는 일본은행(BOJ)이 수익률곡선통제(YCC)를 폐지하면 현재 0.5%가 상단인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가 1%까지 치솟고 엔화 강세(100엔까지 하락)가 나타날 거라고 봤습니다. 이 경우 해외투자된 엔화자금의 본국 회귀에 따른 대규모 자금이동과 함께 주요국의 국채금리 상승을 불러올 수 있죠. 이 부분이 중요한데요.
침체 그림자는 미쉘 CIO의 말처럼 여전히 큽니다. 이날 나온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1월 제조업 지수가 전달보다 21.7포인트 하락한 -32.9를 기록했는데요.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5월 이후 최악입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상 가장 비관적인 시장 예상치보다 2배 이상 나빴는데요. 제조업 지수는 0 미만이면 수축을 의미합니다. 신규 수주 역시 28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31.1로 이 또한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았죠.
앞서 다보스 포럼에서 공개한 설문도 비슷했는데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연례 설문조사에서 글로벌 CEO 중 73%가 올해 세계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라고 봤고, 다보스 포럼이 이코노미스트 50명 대상을 한 심층 인터뷰에서는 63%가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사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계속 전해드렸듯 12월 고용보고서 이후 연착륙 기대가 빠르게 커지고 있음에도 긴축지속과 그에 따른 침체 우려가 나오는 것은 노동둔화 없이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겠느냐는 여부 때문인데요.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의 공동 CIO인 밥 프린스는 블룸버그TV에 “긴축이 끝났다거나 또다른 긴축이 올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연준이 과거 침체 대응방식을 반복할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며 이는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다”면서도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음은 경제, 특히 노동시장이 위축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추가 긴축과 침체 가능성 전망도 이어졌는데요. 필립 레인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ECB는 성장을 제한하는 수준으로 금리를 올려야만 하며 최종금리는 경제가 지금껏 가장 빠른 긴축정책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밝혔습니다.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말이죠. 2월 0.5%포인트(p) 인상 뒤 3월부터는 폭을 0.25%p로 낮출 수 있지만 갈 길이 더 남았다는 겁니다.
독일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됐는데요. 독일산업연맹(BDI)은 올해 독일 경제가 에너지 위기 지속으로 -0.3% 성장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독일은 지난해 경제가 1.9% 성장했다고 했는데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블룸버그TV에 “독일이 올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했지만, 독일 재무장관 크리스티안 린드너는 CNBC에 “예상보다 더 빠른 경기회복과 인플레 하락을 볼 수 있지만 올해 독일 경제가 완만한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이날 나온 미국 투자은행(IB)의 실적은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가능성에 자본시장 활동이 둔화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줬는데요.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13억300만 달러로 주당 순이익이 3.32달러에 그쳤습니다. 레피니티브 전망치 5.48달러보다 크게 적은데요. 4분기 매출도 105억9000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107억6000만 달러)보다 낮았습니다.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가 크게 줄어든 탓인데요. 2011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어닝 미스라고 하죠.
반대로 영업비용은 11%나 증가했습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주가가 6.44% 급락하면서 다우 하락을 이끌었는데요.
모건스탠리는 주당순이익이 1.26달러로 전망치(1.23달러)를 약간 웃돌았고 매출 127억5000만 달러도 월가 예상치(126억4000만 달러)를 상회했는데요. 자산운용 부문 매출이 지난해 4분기보다 5.9% 늘어난 66억3000만 달러를 기록,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지만 투자은행 부문은 전년 동기보다 49%나 급감했습니다.
어쨌든 생각보다 나은 실적에 모건스탠리 주가는 골드만삭스와 달리 5.91% 뛰었는데요.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면 인수와 실사 업무가 증가할 것이라고 확실히 자신한다”며 “우리는 미국이 어두운 시기로 들어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전 세계의 부정적인 시각이 있더라도 그것은 모건스탠리의 시각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미국 경제와 노동시장이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에 금리인상이라는 부담만 덜어내면 시장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인데요.
마리오 센테노 ECB 이사는 “유로존 경제가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다”고 했고, 엑셀 레만 크레디트 스위스 회장은 “글로벌 경기침체를 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했습니다. 류허 중국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에 위험이 여전하지만 코로나19 규제완화에 경제가 정상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럼에도 글로벌 경제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긴 합니다. 중국 요인인데요. 지난해 성장이 2.9%에 불과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의 인구감소입니다. 지난해 중국 인구는 1961년 이후 처음으로 85만 명이 감소한 14억1200만 명을 기록했는데요. 인구감소는 소비감소와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은 노동력 증가나 생산성 증가가 필요한데 생산성 증가가 쉽지 않는데요. 호주의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롤랜드 라자는 “중국이 미국을 언젠가 따라잡고 1위 경제대국이 된다는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했죠. 원자재를 포함해 중국에 수출하는 국가들도 연쇄 파급효과가 예상됩니다.
마지막으로 시장 상황 보죠. 최근 변동성 지수(VIX)가 20을 계속 밑돌고 있는데요. 크레디트 스위스가 최근 5년치를 분석한 결과 VIX가 20을 밑돌면 향후 3개월 동안 S&P500의 수익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CNBC는 “월가가 선호하는 VIX 지수를 보면 조용한 시장과 현실에 안주하는 투자자를 볼 수 있다”면서도 “전략가들은 이것(20 아래)이 더 많은 시장 변동성과 S&P500 지수의 잠재적인 완패의 서막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짚었는데요.
줄리안 이매뉴얼 에버코어ISI의 주식 헤드는 “VIX가 20 아래라는 것은 증시가 위로 올라가든 아래로 내려가든 투자자들이 해야만 하는 때가 아니라 할 수 있을 때 헤지를 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앞으로 변동성은 실적 시즌에서 부정적인 요소가 나온다거나 BOJ가 더 강경하게 나오는지에 따라 커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침체 공포가 정점을 지났다는 조사도 있었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1월 펀드매니저 조사에서 침체 전망이 68%로 지난해 11월(77%)보다 낮아졌다고 했습니다. 전문 투자자들의 비관적 시각이 줄면서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월가는 유로화 약세전망을 빠르게 수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달러는 상대적 약세일텐데요.
반면 약세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은 “경기침체가 있든 없든 마진과 어닝 측면에서 상당히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약세장은 거울의 방 같아서 투자자들을 속이도록 설계돼 있고 그들의 돈을 가져간다.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펀더멘털에 집중하고 잘못된 환영을 무시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가짜새벽(false dawn)’ 얘기와도 상통하는데요. 다만, 이날 나온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실적은 수요 호조와 항공요금 상승에 주당순이익(EPS) 2.46달러, 매출 124억 달러로 월가 전망을 넘긴 했습니다.
별도로 블룸버그통신은 IDR 투자운용의 자료를 인용해 부동산 가격하락에 일부 기관 투자자들이 JP모건과 모건스탠리의 부동산 펀드에서 지난해 말 현재 200억 달러 규모의 인출 요청을 했다고 전했는데요.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빠져나가겠다는 거죠. 앞서 블랙스톤의 부동산 펀드 일부 환매제한 사태도 있었습니다. 블룸버그의 보도는 부동산, 그중에서도 상업용 쪽에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금리가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택시장에서 추가 하락이 있을 것”이라며 “확실히 수년에 걸쳐 10%가 더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날 연설이 예정돼 있던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모든 사람이 참여할 기회가 있을 때 경제가 더 좋아진다”는 말 이외에 특별히 통화정책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았는데요.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고민은 완화적인 금융여건이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시점을 더 늦추게 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연준이 계속해서 매파적으로 하게 하는 것 이외의 다른 옵션을 두게 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블룸버그 집계치를 보면 내일 미국 시간 18일 나올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대비 6.8%(11월 7.4%), 전월 대비 -0.1%(0.3%)로 예상됩니다.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의 경우 전년 대비 5.6%(6.2%), 전월 대비 0.1%(0.4%)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혹은 더 떨어지면 좋겠지만 그렇더라도 다 끝난 게 아니라는 점, 긴축 지속에 경기침체 우려도 여전하다는 것을 꼭 알고 있어야겠습니다. 여러 리스크를 꿰고 있어야 크게 당황할 일이 줄어드는데요. 어닝 시즌 진행상황도 잘 챙겨야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서울경제신문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매주 화~토 오전7시55분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방송에서는 기사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질의응답(Q&A)이 이뤄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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