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외설적’ 논란 부른 마틴 루서 킹 부부 조형물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마틴 루서 킹 목사를 추모하는 청동 조형물 ‘포옹(the Embrace)’이 공개되자 현지 시민이 조형물을 쓰다듬고 있다. AP·연합뉴스

몸통과 얼굴 없이 팔로만 묘사한 조형물 “특정 각도서 보면 외설행위 연상” 논란 일부 유족 “우리 가족에 대한 모욕” 비판

미국의 인권지도자인 마틴 루서 킹 목사를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대형 조형물에 대해 ‘자칫 보면 외설적’이란 지적이 현지에서 제기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보스턴에서 공개된 킹 목사 추모 조형물에 대해 킹 목사의 일부 유족까지 비판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청동 조형물은 ‘포옹(the Embrace)’이란 이름으로 지난 10일 일반 공개됐다. 제작에 약 1000만 달러(약 124억 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이 조형물은 높이도 6.71m에 달한다. 조형물은 제작한 작가 행크 윌리스 토머스는 1964년 킹 목사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직후 부인 코레타 킹 여사와 포옹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을 부른 부분은 토머스가 킹 목사 부부의 모습에서 몸통과 머리 부분 등을 제외하고 손과 팔 부분만 묘사했다는 것이다. 일부 시민들은 킹 목사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이 조형물을 특정 각도에서 볼 경우 손으로 신체 부위를 감싸는 등의 음란행위를 연상시킨다는 조롱성 글들이 SNS에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코레타 킹 여사의 조카인 세네카 스콧은 온라인 잡지에 “이 조형물은 우리 가족에 대한 모욕”이라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스콧은 “청동 자위상을 만들기 위해 1000만 달러를 낭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미국의 ‘마틴 루서 킹 데이’였던 1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 설치된 킹 목사의 추모 조형물 ‘포옹(the Embrace)’ 아래에서 추모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에 조형물을 제작한 작가로서 토머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나섰다. 토머스는 이 조형물은 단순히 킹 목사 부부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힘’을 상징하기 위한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또 베트남전 추모공원 등 각종 공공 조형물에는 항상 비판이 뒤따랐다면서 작품을 수정할 생각도 없다고 반박했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장남도 토머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마틴 루서 킹 3세는 “작가가 뛰어난 작품을 만들었다”며 “부모님의 모습을 담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