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0.81명, OECD 최하위…잠재성장률 마이너스·연금고갈이 눈앞에
출산율 1명 이하는 OECD 회원국 중 유일
잠재성장률 2033년 0%대, 2060년 -0.08%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한국이 ‘인구절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 지속적인 경제난과 고용불안으로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데다 일과 노동의 균형 파괴 및 육아 부담 등으로 ‘7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포기)’가 출산을 기피하면서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다. 선진국 중에서는 단연 꼴찌 수준이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경제 주체가 줄어든다는 것이고, 이는 ‘지속 가능한(sustainable)’ 국가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총인구는 지난해 5143만9038명으로,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총인구는 2019년 5184만9861명으로 정점을 찍고 2020년 5182만9023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감소 전환했다. 통계청은 장래인구 추계에서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도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국의 인구는 갈수록 급격하게 줄어 2070년에는 3765만6000명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감소세는 출산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0.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9명의 절반 수준이다. 1명 이하를 기록한 국가로는 유일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은 이탈리아(1.24명)를 비롯해 그리스(1.28명), 스페인(1.36명) 등도 1을 웃돈다. 스웨덴(1.66명), 덴마크(1.67명) 등 북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1.64명)의 출산율은 선진국 중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모든 회원국의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은 2021년 출산율이 0.81명으로 더 떨어져 여전히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이탈리아가 최하위권인 이유는 두 나라 모두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대기업 정규직 위주의 복지 혜택, 낮은 여성 경제활동 참가와 남성의 양육 참가 등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구절벽은 우리 사회·경제의 존립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지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급락을 가져올 전망이다. 이미 주요 국내외 경제예측기관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대에 0%대에 진입하고, 결국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고 잇달아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OECD의 2060년까지 장기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정책 대응 없이 현 상황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1.8%를 기록한 뒤 2033년에는 0%대(0.92%)에 진입하고, 2047년(-0.02%)부터 2060년(-0.08%)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한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 잠재성장률은 2021년 2.62%에서 2060년 1.47%로 하락할 전망인 것과 비교해 한국의 위험도가 매우 크다.
한국금융연구원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에는 0%대 초반으로 하락한 뒤 2045년에는 -0.56%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향후 10년 내 0%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성장률뿐 아니라 연금 문제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연금을 받을 사람은 늘고,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화하기 위해 연금개혁에 나서는 이유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해마다 0.5%포인트씩 15%까지 올려 기금 고갈시점을 2073년으로 늦춘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출산율을 단기간 내에 인구 유지에 필요한 수준(2.1명)으로 올리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지속 가능한 저출산·초고령 사회로의 연착륙을 준비해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미 진행된 저출산에 적응하고, 인구감소가 만들어낼 사회를 예측하며, 이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정부적·초당적·초부처적 차원에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며 “정년연장 공론화, 고령친화적 생태계 구축, 주거복지 패러다임 전환 등 인구절벽에 대비한 ‘인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는 인구에 대한 관점이 너무 경제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왜 아이를 낳아야 되느냐, 고령사회가 왜 문제냐에 대해 사회발전의 속도가 줄어든다든지, 노동력 부족이라든지 하는 경제적인 문제로만 생각한다”며 “이보다는 사회의 복잡함, 고령화로 나올 수 있는 다른 파생효과들, 계층 간 격차·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연대성의 훼손과 같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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