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3년] 약자에게 더 가혹했다…우울감·단절 회복 '과제'
결혼 감소에 출산율 더 떨어질 듯…아동 발달에도 악영향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조민정 김수현 기자 =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남긴 상처는 3만3천여명의 안타까운 목숨뿐만이 아니다.
마스크에 갇힌 3년 동안 소통 단절은 심각해졌고 우울감은 커졌다. 학생들의 움직임이 제한되면서 같은 코로나 시대를 살았어도 학력 격차가 심각하다.
반등을 노려야 할 출산율은 하락 일로를 걸었고, 혼인율마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의 아픔을 극복하고 제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이행하려면 이런 생채기를 치유하려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높아진 우울감, 자살률 급증 '우려'…"소외·고립 돌아봐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울감을 느끼거나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자살 생각률)이 급증했다.
정부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울 위험군의 비율은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3.2%에서 작년 18.5%로 높아졌고, 자살 생각률도 그 사이 4.6%에서 11.5%로 급증했다.
코로나 유행으로 장기간 행동이 제약되면서 이른바 '코로나 블루'가 만성화된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작년 6∼9월 실시한 '사회·경제적 위기와 사회통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로 사람들이 느끼는 고립감이 얼마만큼 심해졌는지 알 수 있다.
'아플 때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2017년 83.6%에서 78.5%로, '큰돈을 빌려줄 사람이 있다'는 대답은 71.5%에서 64.8%로,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야기 나눌 사람이 있다'는 답변은 91.5%에서 89.5%로 각각 떨어졌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불안감은 시간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지만 우울감, 무력감 등은 해소되지 않은 채 만성화되고 있다"며 "생활(방식)이 제약되고 친밀한 대인 관계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큰 재난 후 3년 뒤가 가장 자살률이 높다는 분석이 있다"며 "최근 이태원 참사처럼 재난이 가중된 상황도 있어서 상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블루'는 노인이나 1인 가구, 이주민 등 취약계층에게서 더 심각하다. 생활의 제약과 이에 따른 고립감은 이들에게서 더 컸기 때문이다.
심 센터장은 "노인, 1인 가구 등 사회적 지지가 충분하지 않은 취약계층에 소외감이나 고립감이 더 직접적으로 온다. 이들에게 회복이 더 더딜 수밖에 없다"며 "우리 사회가 포스트 코로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분들에 대해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마스크에 갇힌 아이들…일상 되돌려줘야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학생들이 정상 등교하지 못하고 비대면 수업이 확대되면서 '코로나 학력 격차'도 심각하다.
수업 결손이 심화한 가운데 평소 학습에 크게 관심 없던 학생들, 사교육 등 대체 교육 기회나 원격 수업 인프라가 부족한 사회적 취약계층이 학업에 손을 놓아버린 결과다.
실제로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코로나19 2년 차인 2021년 9월 국내 중3·고2 학생 2만2천2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고2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국어 7.1%, 수학 14.2%, 영어 9.8%로 표집평가로 전환된 201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1년 차인 2020년(국어 6.8%, 수학 13.5%, 영어 8.6%)보다 국어 0.3%포인트, 수학 0.7%포인트, 영어 1.2%포인트 확대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에도 기초학력 미달은 더욱 심화했을 수 있다.
학력 격차 문제뿐 아니라 비대면 일상화, 장기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사회성 단절 우려는 더욱 크다.
타인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줄면서 또래 친구나 교사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마스크 착용에 따른 언어·사회성 발달 저하 등의 문제가 청소년이나 어른에 비해 특히 더 심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윤정 보사연 연구위원은 "코로나 유행이 아이들의 교육과 발달에 미친 악영향이 크다"며 "교육과 발달 측면에서 생긴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출산 계속되고 혼인율 더 떨어져…아이 울음소리 더 작아질 듯
코로나19 유행으로 세계 최악 수준인 저출산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마스크로 가려진 사람들 사이에 단절이 심해졌고 일과 가정의 양립은 더 어려워졌으며, 이는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풍조를 심화시켰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1일 기준 혼인 신고를 한 지 5년 미만인 국내 거주 신혼부부는 110만1천쌍으로 1년 전보다 7.0%(8만2천쌍)이나 줄었다. 특히 혼인 1년 차 부부는 19만2천쌍으로 전년보다 10.4% 급감했다.
통계청의 작년 11월 발표를 보면 작년 3분기 출생아 수는 6만4천85명으로 직전년(2021년) 동기보다 2천466명(-3.7%) 줄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같은 분기 가장 낮았다.
낮은 출산율은 일상회복 후에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혼인 건수는 최근 코로나19 초기에 대한 기저효과로 소폭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유행 전과 비교하면 급락했다. 통계청 인구동향 조사에서 작년 1~10월 혼인 건수는 15만4천356건으로, 2019년 동기 19만3천726건보다 20.3%나 줄었다.
코로나 유행으로 젊은이들의 만남의 기회가 축소되고 결혼 계획이 연기된데다, 일자리 상황 악화와 집값 폭등이 겹치면서 혼인 건수가 줄어든 것이다.
신윤정 연구위원은 "결혼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올해나 내년 출산율이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의 영향을 받은 청년들이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시기 유연화된 근무환경을 유지하는 것도 출산율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라는 위기 상황에서 여성에게 돌봄 부담이 커지면서 양성평등이 무너졌는데, 일가정 양립 문제도 우리 사회가 반성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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