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과 거꾸로 가는 은행금리

이경남 2023. 1. 1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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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에도 신규 취급액 코픽스 하락
금융당국 연이은 은행 금리산정 개입 영향
물가안정 위한 기준금리 인상…효과 희석되나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비즈니스 워치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취급하는 상품의 금리는 내려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리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 됐던 만큼 선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 금리산정에 간섭하며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통화당국과 금융당국간의 '정책 괴리'가 심해지면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코픽스 추이.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만 '다운'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29%를 기록하며 전월과 비교해 0.0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월 이후 11개월 만에 하락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됐다는게 금융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낮아진 것은 금융당국이 은행을 향한 '압박' 영향이 컸다.

금융당국은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불거진 자금시장 안정화를 위해 은행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쏠려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결국 일부 기업들이 자금난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의 경우 해당월에 새롭게 취급된 수신금리의 가중평균 금리를 통해 계산한다. 12월의 경우 금융당국이 은행에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토록 한 권고에 따라 예금과 적금 등 금리가 낮아지면서 결과적으로 하락한 셈이다. 

기존에 취급된 수신 등을 통해 취급하는 잔액기준 코픽스의 경우 3.52%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0.3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의 '제동'이 소급적용되지 않는 이미 취급된 수신상품은 물론 코픽스 산출시 사용되는 양도성예금증서, 환매조건부채권매도, 표지어음매출, 금융채 등을 통해 산출한 가중평균금리는 높아지며 잔액기준 코픽스의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 몇달간 은행권이 취급하는 상품의 금리는 시장 원칙보다는 금융당국 권고가 큰 영향을 끼쳤다"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 효과 희석되나

금융당국의 '금리인상 제동'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금융당국 수장들이 은행을 향해 대출금리 인상 자제 등 기준금리 인상과 상반되는 방향을 주문하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고물가를 잡겠다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가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는데에는 많은 경로를 거쳐야 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당장은 환매조건부채권매매(RP), 대기성 여수신 금리, 콜시장 등 초단기 금융기간 간의 초단기 거래에서 금리가 상승한다. 

그리고 초단기 거래에서 금리가 오르면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금융상품 금리도 상승하게 된다. 시차를 두고 가계나 기업이 빌린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중 이자비용이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가계나 기업이 돈을 쉽게 쓰지 못하게 만들어 물가를 서서히 끌어내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개입해 대출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리면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가 100% 발휘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와 관련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일 임원회의에서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 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은행의 금리 산정 운영 상태를 지속 점검하고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사실상 통화정책과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의 혼선이 나타나는 모양새"라며 "한은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안정이고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의 고정비용 감소를 통한 경기침체 불안 해소를 유도하는 모습인데 이는 함께 하기 힘든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화당국과 금융당국간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본다"라며 "금융당국은 정부의 정책방향을 따르고 한국은행은 독립성에 근거해 정책을 펼치기는 하지만 상반되는 정책을 고수한다면 시장에 혼선을 일으키거나 어느 한쪽의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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