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지배 구조 최고 모범생은 ‘한화’…SK는 17계단 ‘껑충’

2023. 1. 18.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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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즈니스 ‘2023 지배 구조 랭킹’
공정위 67개 공시 대상 기업 집단 소속 288개 상장사 지배 구조 집중 분석

[비즈니스 포커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 제공



환경(E)·사회(S)·지배 구조(G)를 뜻하는 ESG 경영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언급되는 G는 기업의 E와 S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의 ESG 활동이 효과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건전한 지배 구조 확립이 필수다. 지배 구조가 우수할수록 기업 경영이 합리적으로 수행되며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상승해 기업 가치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업 집단 중 한화그룹이 가장 우수한 지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비즈니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2022년 공시 대상 67개 기업 집단 소속 288개 상장사의 지배 구조를 분석한 결과다.

그래픽=임지행 기자



 

 <종합 순위>
 한화, 글로벌 수준의 지배 구조로 1위


한화그룹은 330점 만점에서 258.6점을 받아 ‘2023년 기업 지배 구조 랭킹’ 종합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종합 2위였던 한화는 글로벌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지배 구조 개선 활동으로 최우수 지배 구조 기업 타이틀을 차지했다.

한화는 수년 전부터 김승연 회장이 ESG를 주요 경영 화두로 삼고 직접 챙기고 있다. 김 회장은 2023년 신년사를 통해 “자칫 눈앞의 현실에만 급급하기 쉬운 때일수록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온도를 높이기 위한 기업의 책임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며 “탄소 중립, ESG 등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한화그룹의 발걸음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선도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와 대응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는 2021년 그룹 ESG위원회를 설립해 계열사의 ESG 경영 지원과 자문, 그룹 차원의 ESG 활동을 강화했다. 모든 상장 계열사((주)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생명·한화투자증권)와 한화자산운용·한화에너지 등 비상장사 2곳에 ESG위원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계열사 ESG위원회는 위원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위원장은 사외이사가 맡도록 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했다. 각 사 ESG위원회는 ESG 경영 관련 최고 심의 기구로서 정례 회의를 통해 환경 안전·사회적 책임·고객과 주주 가치·지배 구조 등 ESG 모든 분야의 기본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고 중·장기 목표 등을 심의하고 있다.

한화의 상장 계열사들은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발간과 지배 구조 헌장을 제정해 건전한 지배 구조 확립과 책임 경영 실천에도 힘쓰고 있다.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는 이사회, 윤리 및 준법 경영, 환경 안전 경영, 사회 공헌, 동반 성장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국경영인증원(KMR) 등 제삼자 기관을 통한 검증을 완료해 보고서의 신뢰와 공정성도 확보했다.

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은 내부 통제 정책을 수립, 공표했다. 상장 계열사들은 중·장기 배당 정책 발표(한화솔루션), 주주 총회 4주 전 소집 공고 실시 등 주주 권리 보장에도 노력하고 있다. 한화의 지배 구조 개선 사례는 공정위의 ‘2022년 공시 대상 기업 집단 지배 구조 현황’ 자료에서 지배 구조 모범 운영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사옥. 사진=한화그룹 제공



 

 아모레·현대차 톱3 올라 ‘ESG 우수생’ 등극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57.1점을 받아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한 계단 내려갔지만 1위인 한화(258.6점)와 1.5점의 근소한 차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2018년 지속 가능 경영 디비전을 신설한 뒤 체계적인 전략 수립과 워킹그룹 활동을 통해 지속 가능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2021년 지속 가능 경영 최고 의사 결정 기구로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해 외부 규제 등 ESG 리스크에 대한 감독·대응, 이해관계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대응, ESG 관련 이행 모니터링·개선 대응을 강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경영위원회·리스크관리위원회·ESG위원회 등 총 7개 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가 과반(62.5%)이 되도록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사외이사는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회계, 경영 전략, 외교, 마케팅, ESG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이사회의 전문성을 높였다.

종합 3위는 247.9점을 받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차지했다. 1년 전(7위)보다 4계단 올랐다.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그룹이 2019년부터 ESG를 경영진의 성과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임원별 담당 부문의 에너지 효율성,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과 관련한 성과와 연동해 보수를 차등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주주 권리 강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를 선임해 주주·이해관계인 등과 소통하고 있고 사외이사 주주 추천 제도를 도입해 주주 추천을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첫 톱10에 진입했던 네이버는 246.4점을 받아 종합 4위를 지켰다. 네이버는 2021년 기업 지배 구조 헌장 제정, 2019년부터 기업 지배 구조 보고서를 공시하며 지배 구조 선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7년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을 이사회 의장(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역할을 분리했다.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하고 경영진 관리 감독에 대한 이사회의 역할과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주주 편의 제고를 위해 2021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전자 투표제를 도입했고 온라인 생중계로 주총을 진행했다. 한국ESG기준원의 기업 지배 구조 모범 규준과 네이버 지배 구조 현황의 차이를 투자자 등 이해관계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41.1점을 받아 종합 5위에 올라 톱10에 처음 진입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구현하기 위해 항공·우주, 회계·재무, 경영·행정, ESG 및 관련 기술 등에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선임해 특정 배경과 직업군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사회 내 총 5개 위원회를 운영 중이고 2021년 12월 31일 기준 이사회 총원 5명 중 4명(80%)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상법상 요건인 과반을 충족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 2021년 10월 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화상으로 열린 ‘제3차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제공



 

 SK·KT&G, 이사회 역량 지표 공개

교보생명보험과KT&G는 공동 6위를 차지했다. 교보생명은 전년도와 비교해 순위 변동이 없었고 지난해 11위였던 KT&G는 4계단 상승해 톱10에 복귀했다. KT&G는 지속 가능 성장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주주·이해관계인의 가치 제고와 권익 보호를 위해 지속적인 지배 구조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6년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에게 경영권 공격을 받은 사건은 KT&G가 일찍부터 선진적이고 합리적인 지배 구조 확립에 눈뜬 계기가 됐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이 69.2%에 달해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KT&G는 이사회 역량 지표(BSM : Board Skills Matrix)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2022년부터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KT&G 사옥. 사진=한경비즈니스



BSM은 코카콜라·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일반화된 지표다. BSM은 이사회 구성원 또는 이사 후보의 능력·자질, 다양성과 같은 이사회 구성에 관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격자 형식의 표로 나타냈다. 이사회의 전문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투자자와 주주들이 이사회의 역량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지배 구조 랭킹에서 238.9점을 받아 종합 8위에 오른 SK그룹도 ESG 경영의 연장선에서 BSM을 주요 계열사로 확대하고 있다. SK는 전년도(25위)와 비교해 순위가 17계단이나 껑충 뛰었다. BSM은 최태원 회장의 이사회 중심 경영 방침과도 맞닿아 있다. 투자자 등 이해관계인들이 이사회의 구성과 역량을 파악할 수 있도록 BSM을 도입해 최초로 공시했다.

그룹 전체의 지배 구조를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2021년 6월부터 최 회장과 계열사 전체 사외이사가 참석하는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숍’을 열고 지배 구조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등 주주·구성원 등 이해관계인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경영진 감시와 견제를 위해 사외이사들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해 사외이사의 역량을 높이고 전문성을 보유한 사외이사 후보를 발굴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2021년 말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 평가와 보상을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결정하기도 했다.

하림그룹은 235.7점을 받아 전년도 12위에서 3계단 상승해 올해 종합 9위에 올랐다. 지난해 톱10에 진입했던 HD현대그룹(구 현대중공업그룹)은 232.1점으로 종합 10위에 안착했다. HD현대는 2021년 11월 각 계열사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환경·동반 성장·컴플라이언스 등 분야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ESG 자문그룹을 운영 중이다.

각 계열사 ESG 최고책임자로 구성된 ‘그룹 ESG협의체’를 출범시켜 그룹 차원의 ESG 경영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ESG 홈페이지를 통해 HD현대 계열사들의 이사회 운영 현황과 이사회 내 위원회 역할, 이사회 구성원 정보, 주주 현황과 배당 정책, ESG 관련 데이터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그래픽=임지행 기자



 

 <부문별 평가>
 이랜드, 사외이사 수 꼴찌…경영진 견제 장치 ‘미흡’


한경비즈니스가 분석한 지배 구조 랭킹 평가의 핵심 지표는 △사외이사 비율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소수 주주권 보장 등 3개 부문이다. 부문별 평가에서는 종합 순위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사외이사’ 비율 평가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중흥건설·MDM이 전체 5명의 이사진 중 4명의 사외이사를 둬 80%의 비율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금호석유화학(70.0%)과 KT&G·태광이 각 69.20%로 뒤를 이었다.

이랜드는 전체 12명의 이사진 중 사외이사가 2명에 그쳐 67개 기업 집단 소속 288개 상장사 중 꼴찌를 기록했다. 동원·중앙·넥슨도 사외이사 비율이 20%대로 낮게 나타났다.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비율 평가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설치율 합계 975.0%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ESG위원회 등 5개의 위원회 설치율과 각각의 위원회 내 사외이사 비율 등 총 10개 항목을 종합한 결과다.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 도입이 의무화돼 있고 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ESG위원회는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ESG위원회 설치율이 2022년 17.2%에서 46.9%로 29.7%포인트 대폭 상승했다. ESG 경영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마지막 평가 항목인 ‘소수 주주권 보장’ 제도 도입 비율 평가는 집중투표제·서면투표제·전자투표제 등 세 가지 제도를 통해 조사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 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온라인 투표 제도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비대면 방식의 주주 총회 개최가 활발해지면서 전자투표제·서면투표제 등 소수 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의 활용도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반면 집중투표제 도입률은 전체의 3.8%에 그쳐 미흡했다.

총 67개 기업 집단 중 소속 회사의 전자투표제 실시율이 100%인 곳은 삼성·SK·현대차·포스코·HD현대·신세계·CJ·두산 등 34개로 나타났다. 전자투표제 도입률은 전년보다 8.5%포인트 증가했고 실시율도 9.6%로 증가했다.

전자투표제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회사도 총 228개(81.5%)로 지난해 198개(73.1%)보다 8.1%포인트 늘어났다. 서면투표제 도입률은 전년보다 0.3%포인트 증가했고 실시율은 두산(80.0%)과 한국앤컴퍼니·이랜드가 각각 50.0%로 높았다.

그래픽=임지행 기자



집중투표제는 주주 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1표’가 아닌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1998년 상법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의무 조항이 아니고 회사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다.

소수 주주의 권익을 대변하는 이사 선임이 쉬워져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수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재계에선 강제할 경우 과거 SK그룹과 KT&G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 투기 자본 등에 의한 경영권 위협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사 대상의 96.2%가 집중투표제를 회사 정관에서 배제하고 있으며 도입한 회사들에서도 실시한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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