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달러 규모 韓 투자’ 명기…“신뢰 확인” 尹 UAE 방문 성과는
정부·기업 ‘팀 코리아’로 관계 공들여
수소·바이오산업 등 총 48건 MOU
韓기술·UAE 자금 합쳐 제3국 진출
尹, 동행 경제인만찬서 기업 격려
“나는 대한민국의 영업 사원” 강조
“공무원 갑질 땐 전화달라” 주문도
尹, 다보스 포럼 참석차 스위스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세일즈 외교’에 초점을 맞췄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마치고 ‘다보스 포럼’ 참석을 위해 스위스로 이동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이 채택한 ‘한·UAE 공동성명’을 16일 공개했다. 공동성명에는 ‘양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확대 및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 UAE 국부펀드의 300억달러 규모 대(對)한국 투자’가 명기됐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UAE 확고한 신뢰가 명시적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성명에는 ‘UAE 또는 제3국 원전 사업 공동 진출 추진’ 등 원전 분야 협력도 반영됐다. 윤 대통령은 16일 무함마드 대통령과 양국 관계자들을 이끌고 바라카 원전을 방문해 “UAE 내 추가적인 원전 협력과 제3국 공동 진출 등 확대된 성과를 창출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그룹차 회장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세일즈 외교’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16일에는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를 열고 “저는 대한민국 영업사원”이라며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는 기업 중심, 시장 중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 혼자 뚫기 어려운 시장을 정부가 나서서 함께 뚫어내는 것이 진정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공무원들을 상대하실 때 ‘갑질이다’ 싶은 사안은 제게 직접 전화해달라. 즉각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UAE가 ‘선물 보따리’를 대거 푼 데는 한국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고, 이는 한국 기업의 공이라고 평가했다. 김 수석은 양국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하고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것을 핵심 성과로 꼽으며 “지난 5년간은 탈원전 정책 등으로 인해 한·UAE 관계에서 가시적 진전을 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3박4일의 UAE 일정을 마치고 스위스로 이동했다.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한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9년 만이다.
◆尹 “이란은 적” 발언에… 이란 “부적절” 野 “또 참사”
16일(현지시간) 이란 정부는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공식 반응을 내놨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은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국들과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며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한국 외교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아크부대에서 하신 말씀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어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우리 외교에 부담을 준 또 다른 외교 결례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란과 석유 수입 등 활발한 교역을 이어왔지만, 2018년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교역이 멈췄다. 우리가 이란에 지급할 석유 수입 대금 약 70억달러가 지금까지도 국내에 동결돼 있다. 이 문제를 거론하며 이란 혁명수비대가 2021년 우리 선박을 오만 인근 해역에서 나포하는 일도 있었다.
이란과 UAE는 영토분쟁을 겪었지만, 지난해 8월 양국이 외교 관계를 복원한 상태여서 우리와 북한의 관계에 비유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UAE 측에도 윤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설명했다고 전했지만, 이번 일은 결과적으로 국빈 초청국인 UAE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또 다른 외교참사라며 성토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협력국 이란이 졸지에 적국으로 바뀌었다”며 “국제관계를 적군 또는 아군으로 접근하는 이분법적 외교인식은 외교안보와 국가안전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부다비=이현미 기자, 홍주형·유태영·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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