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합니다” 말 잇지 못한 채 울음…숨진 군·경 넋 위로한 오월단체

한현묵 2023. 1. 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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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황일봉 회장은 17일 계엄군 묘비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피해자인 오월단체가 가해자인 군·경 묘역 참배에 나선 것은 43년 만에 처음이다.

오월단체의 이날 방문은 지난해 말 5·18 당시 투입된 계엄군이 5·18단체를 먼저 찾아와 화해의 손을 내민 것이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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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숨진 군인·경찰 넋 위로
“화해·용서로 깊은 상처 씻어내야”
2월 특전사동지회 광주행 화답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황일봉 회장은 17일 계엄군 묘비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제 용서합니다”라는 말을 다 잇지 못한 채 울음을 삼켰다. 주위에 있던 오월단체 회원들도 43년간의 묵은 갈등을 털어내려는 듯 연신 묘비를 어루만졌다. 묘비의 주인은 다름 아닌 1980년 5월 시민군과 서로 총구를 겨누다 숨진 계엄군들이다.

이날 국립서울현충원 계엄군 묘역을 처음으로 공식 참배한 오월단체 회원들은 용서와 화해의 행보를 이어갔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피해자인 오월단체가 가해자인 군·경 묘역 참배에 나선 것은 43년 만에 처음이다.
5·18 공법단체 관계자들이 5·18 당시 숨진 특전사와 경찰관 묘역 참배에 나선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사병 묘역에서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가운데)이 헌화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정성국 5·18 공로자회 회장. 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민주유공자유족회 등 5·18 공법 3단체는 이날 5·18 당시 시민들을 진압하다 숨진 특전사와 경찰관의 묘비 앞에서 용서의 마음을 전했다. 현충원에 안장된 5·18 당시 숨진 군인과 경찰은 모두 27명이다.

오월단체들과 특전사동지회 간부들은 이날 오후 2시25분쯤 현충문을 지나 현충탑 앞 분향소에서 참배를 시작했다. 양옆으로 의장대가 도열해 예우했다. 황 회장 등은 분향하고 묵념하며 계엄군의 명복을 빌었다.

29묘역에 있는 ‘육군 중위 최연안의 묘’를 찾은 황 회장은 “나이로 따지면 22살인데, 너무 일찍 가셔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최 중위는 특전사동지회 임성록 고문의 친구다. 1980년 5월 광주 유동에서 순직했다.

오월단체의 이날 방문은 지난해 말 5·18 당시 투입된 계엄군이 5·18단체를 먼저 찾아와 화해의 손을 내민 것이 계기가 됐다. 이날 참배는 광주에 실제로 투입됐던 임성록 고문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5·18 공법단체 관계자들이 5·18 당시 숨진 특전사와 경찰관 묘역 참배에 나선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사병 묘역에서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오른쪽 두번째부터), 정성국 5·18 공로자회 회장,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 홍순백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상임부회장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월단체와 특전사동지회는 5·18 당시 서로의 처지와 상황을 이해하면서 용서하고 용서받는 사이가 됐다. 5·18 당시 진압에 나선 특전사를 적대시해 왔던 오월단체는 이들 역시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이들도 군사정권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긴 것이다. 정성국 5·18공로자회 회장은 “계엄군들도 국가 명령으로 강제로 출동해 임무를 다했을 뿐”이라며 “한쪽은 군인으로, 한쪽은 광주시민이나 전남도민으로 희생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고 말했다.

오월단체와 특전사동지회는 다시는 국가에 동원됐다가 총구를 겨누는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는 “지난 43년간 아파온 깊은 상처를 진정한 화해와 용서로 말끔히 씻어내 우리 모두 희망차고 번영된 미래로 나아가자”고 했다.

다음 달 초에는 특전사동지회 임원들이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로 해 이들의 화합 행보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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