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 SK하이닉스, 6% 금리로 3兆 구했다…韓 회사채 해외 발행, 기분 좋은 ‘스타트’
한국물 해외채 ‘선두주자’ 연초 성적표 일단 ‘흥행’
최종금리, 제시比 30~50bp ↓…NIP 0~10bp 불과
“연초·흥국사태 효과…올해 외화조달시장 변동성 커”
한국 기업들의 외화채 발행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스타트’를 끊은 한국수출입은행·포스코·SK하이닉스 등 한국물의 달러채 발행이, 목표 물량보다 주문이 수배 몰리거나 최종 금리가 최초 제시보다 떨어지는 등 일체 견조한 발행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시장에 새로 나오는 채권에 통상 붙는 추가 가산 금리 없이도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른바 ‘뉴 이슈어 프리미엄(NIP·New Issuer Premium)’ 없이 조(兆) 단위 자금 조달이 성공하고 있다. 새로 글로벌 채권시장에 문을 두드렸던 SK하이닉스는 BBB-등급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당국은 “한국물에 대한 수요가 괜찮다”고 분위기를 평가하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25억달러 규모(약 3조1000억원)의 달러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SK하이닉스 측의 발행 계획은 20억달러였는데 북빌딩(수요예측)에 7~8배인 154억달러가 몰렸다. IPG(최초 제시 금리·initial price guidance·미 국채 3년물 금리+280bp)보다도 40~50bp(1bp=0.01%포인트) 낮아진 연 6.25~6.50% 수준에서 최종 금리가 결정됐다. 투자 수요가 몰려 예상보다 낮은 금리에 3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했다는 의미다.
◇ ‘BBB-’ SK하이닉스, 연 6%대로 25억달러 조달
비록 고금리이긴 하나 SK하이닉스의 발행 호조는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SK하이닉스의 미 달러화 선순위 무담보 채권의 장기 채권 등급으로 ‘BBB-’를 부여한 바 있다. 반도체 수요 약화와 재고 부담 등으로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줄었고, 올해 상반기까지 영업손실이 전망되는 점 등이 낮은 등급 책정의 이유로 꼽혔다.
특히나 이번 SK하이닉스 발행 채권에는 NIP가 ‘0bp’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자들은 통상 시장에 새로 나오는 채권에는 NIP라는 추가 금리를 요구해, 일종의 가산 금리를 붙이곤 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이미 시장에 유통되는 같은 기업의 채권이 있는데, 굳이 신규 채권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유통금리보다 좀 더 높은 금리, 즉 일종의 ‘메리트’를 더해주길 요구하는 것이다.
이처럼 신규 발행 프리미엄이 거의 없이도 한국물의 해외채 발행은 ‘흥행’ 수준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SK하이닉스 발행 이전에 지난 4일 수출입은행, 지난 9일 포스코 등이 은행과 민간기업의 올해 해외채 발행 첫발을 뗐는데, 이때도 비슷한 양상이 연출됐다.
신용등급 A인 수은은 발행 목표의 6배에 달하는 주문이 들어와 35억달러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NIP가 10bp 정도 붙었는데 최종금리는 IPG에 비해 30~40bp 떨어진 수준에서 결정됐다. 이어 신용등급 A-인 포스코는 목표 대비 9배 넘는 주문이 몰려 결국 20억달러 발행에 성공했고, NIP는 5bp 정도가 붙어 최종금리가 제시 금리보다 35~45bp가량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경우 특히 신용등급이 낮았던 탓에 결과가 어떨지 유심히 지켜봤는데, 결국 은행과 공공기관을 제외하고 민간기업이 발행한 물량 중에서는 최대 규모로 외화채를 발행하는 성적(25억달러)을 거뒀다”며 “연초 수은과 포스코에서 시작된 한국물 발행 호조 분위기가 신용등급이 낮은 SK하이닉스 쪽으로도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한국물에 대한 수요가 괜찮다’는 징표로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잇단 흥행 ‘연초 효과’?…“외화조달 안정기에 신속 발행 要”
시장에서는 연초 기관의 자금 집행이 집중되는 ‘연초 효과’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어서, 한국물의 인기몰이나 수급 구조 안정 국면으로 전환된 분위기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 관계자는 “연초부터 월가가 미뤄뒀던 자금 집행을 세게 하는 등 연초 효과가 생각보다 상당히 크다”며 “지난해 말 ‘흥국생명 사태’를 계기로 다소 벌어진 한국물과 미국 국채 금리 차이(스프레드) 탓에, 우량한 한국물을 싸게 담을 기회로 보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린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글로벌 외화 조달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의 연초 호조 분위기가 연중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해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 규모는 총 483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의 연간 발행액을 기록했다. 특히 시장 불안에 대비한 선제적 발행으로, 1년 발행액의 20%가량인 87억원 규모의 조달이 작년 1월에 몰렸다.
올해의 경우 외화채 신규 발행보다는 차환 수요 규모가 특히 클 것이라는 평가다. 원화자금 조달 상황이 작년 하반기보다는 나아졌기에 외화가 꼭 필요한 기업들만 제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발간한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시장 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계 외화채권 만기도래액은 416억달러로 작년보다 2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어 “크레딧 시장에 대한 주요 IB들의 낙관적 시각이 있지만, 내년 외화 조달시장은 미 최종 정책금리 등 통화정책, 경기침체 등의 불확실성으로 높은 변동성을 지속하는 가운데 신용도와 조달 규모에 따라 차별화가 심화하는 양상을 보일 전망”이라며 “내년에는 한국물 발행이 다소 집중되더라도 글로벌 외화 조달 시장이 안정된 시기에 신속하게 발행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한국전력을 비롯한 우리은행·현대캐피탈·한국타이어·GS칼텍스·산업은행·하나은행·국민은행·미래에셋증권·한국도로공사 등이 외화채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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