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金 가까운 관계” 쌍방울 前임원 증언…檢, ‘이재명 유착’ 정조준

박진영 2023. 1.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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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지사 때 변호사 비용 23억원
쌍방울이 CB 등으로 대납 혐의
檢, 자금흐름 등 규명 주력할 듯
이화영 재판 출석한 전직 임원
“검찰에 진술한 조서 사실 맞다”
金 “李 모른다” 주장 배치 주목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쌍방울의 유착 의혹을 정조준해 본격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가까운 관계였다”는 법정 증언이 나오는 등 유착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17일 태국에서 귀국한 김 전 회장을 청사로 압송해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실체를 밝힐 핵심 인물이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끝에 2020년 무죄를 확정받았는데, 변호사비 23억원을 쌍방울이 전환사채(CB)로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CB는 발행할 땐 회사채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쌍방울은 2018∼2019년 200억원어치의 CB를 발행했다.

이 의혹은 2021년 8월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 측은 이 대표를 향해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선임한 변호사가 30여명”이라며 “변호사비가 수억∼수십억원이 들 것이라는 건 법조계 상식인데 재판 기간에 재산이 증가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같은 해 10월 친문(친문재인) 성향 시민단체인 깨어있는 시민연대당이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이 단체는 이태형 변호사 수임료 관련 녹취 파일에 “‘이 변호사에게 들었는데, (그가 이 대표 측에서) 현금 3억원과 CB 20억원을 받았다고 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국민의힘이 이 대표를 뇌물 수수,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쌍방울이 등장했다. 국민의힘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화천대유에서 빼낸 돈이 쌍방울 CB를 통해 변호사비 대납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참고 자료를 고발장에 첨부했다. 당시 이 대표는 “변호사 14명을 선임했고, 변호사비 2억5000여만원을 지출했다”고 해명하며 “이게 적은 금액이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수원지검은 지난해 9월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하면서도 “쌍방울 CB의 편법 발행·유통 등 배임·횡령, 자금 세탁 의심 정황이 확인됐다. 그 이익이 변호사비로 대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표 변호인단이었던 이태형 변호사와 나승철 변호사가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를 지낸 점도 의혹을 키웠다.

검찰은 쌍방울 CB 흐름과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간 관련성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전망이다. 한 변호사는 “변호사비 대납이 되려면 쌍방울 CB 행방 등 증거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2019∼2020년 김 전 회장 비서실장을 지낸 쌍방울 전직 임원은 이날 법정에서 “두 사람이 가까운 관계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런 내용의 검찰 진술 조서가 사실이 맞다고 했다.
지난 1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이 대표에게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비리’ 사건으로 소환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서울중앙지검은 혐의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날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을 불러 조사했다. 이 대표를 상대로 확인할 내용이 방대한 만큼 일각에선 검찰이 오는 27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金 입국장 나타나자 시민들 고성 “하루하루 지옥 … 황제 도피 아냐”

“할 말이야 많지만 검찰에 가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이재명씨’는 전화나 뭐 한 적이 없다.”

17일 오전 8시44분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시민들의 고함과 욕설이 터져나왔다. 태국 방콕발 아시아나항공 OZ742편으로 입국한 김 전 회장은 승객들이 모두 내린 뒤 마지막으로 수갑을 찬 채 모습을 드러냈다. 갈색 뿔테 안경에 마스크를 착용한 그는 정장 상의에 파란색 셔츠 차림이었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는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게 제일 힘들었다”며 그간의 속내를 털어놨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재진의 공격적 질문에는 잠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루하루 지옥같이 살았다”면서 “김치를 먹고 생선을 좀 먹었는데, 그걸 황제 도피라고 하니, 모든 게 다 제 불찰”이라며 일부 언론 보도를 겨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관계를 묻는 말에는 “전혀 (알지) 못한다. 전화번호도 알지 못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 대표에 대한 호칭은 ‘이재명씨’였다. 배임·횡령이나 수사관 매수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전혀 아니다”, “누군지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해외에서 망명을 타진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선 “아니다”라며 역시 선을 그었다.

이날 입국으로 8개월간의 해외 도피를 끝낸 김 전 회장은 지난 10일 태국 빠툼타니의 한 골프장에서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과 함께 현지 이민국에 붙잡혔다. 그의 입국은 검거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수원지검은 태국에서 검거된 김 전 회장을 현지 공항에서 인계받아 태국 방콕발 국적기 탑승 직후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김 전 회장이 탑승한 비행기는 이날 오전 8시24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으나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수원지검에는 2시간을 훌쩍 넘긴 오전 10시45분쯤 검찰 호송차를 타고 도착했다. 그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곧바로 들어갔다. 검찰로 압송된 그는 형사6부가 있는 15층 조사실로 이동해 피의자 신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검찰 출석을 기다리던 취재진과 방송중계차들은 이 때문에 김 전 회장의 모습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은 전형적인 기업 사냥꾼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20대 때 전북 전주를 거점으로 성장한 뒤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사행성 게임이 유행하던 2000년대 중반부터 불법도박 PC방을 운영하다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모습. 연합뉴스
이후에도 강남에서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자금력을 급격히 키웠고, 이 자금을 바탕으로 2010년 쌍방울그룹을 인수했다. 이후 특수차량 제작 업체인 광림, 바이오 기업 나노스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중견 기업인으로 자신을 포장했다. 김 전 회장의 기업 인수는 무자본 인수 합병 방식으로 이뤄졌다. 쌍방울 인수 직전에는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까지 알려지면서 주홍 글씨가 새겨지기도 했다.

◆위기감 커지는 野 … 박홍근 “공작수사의 전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설을 앞두고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키맨으로 꼽히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국내에 송환된 데다, 대장동 개발비리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어서다.

당지도부는 17일 의원총회를 열고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으나 물밑에서는 위기감이 감돈다. 당 지지율이 총선 승리를 좌우할 텐데, 현 상황에서는 뭘 해도 ‘방탄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범계 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설을 앞둔 윤석열정권의 새 메시지는 또다시 정치보복과 야당탄압”이라며 “대장동 수사는 증거는 없고 진술에만 의존한 공작수사의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50억 클럽’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김건희 특검을 추진해 무너진 공권력 신뢰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박범계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은 “우리 분노하자. 함께 싸우자, 안 되겠다. 이러다 다 죽겠다. 국민이 이런 시대에 살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며 단결을 호소했다.

당지도부는 단일대오 구축에 나섰지만, 내부에서는 위기감도 스멀거린다. 설 이후,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연말연시 민심도 이랬는데 설이라고 다를까 싶다”고 토로했다. 비이재명계 재선 의원은 “당장은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면서도 “앞으로 검찰은 계속 영장을 칠 것이고, 뭔가 계속 나올 터다.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 여지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박용진 의원은 “총선 승리를 최우선 기준으로 두어야 한다”며 연일 ‘분리 대응’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부패 혐의로 기소될 시 당직 유지 여부를 심의하는 당헌 80조 적용을 두고서도 재차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한편 이 대표는 성남FC 제3자 뇌물 의혹과 관련한 소환 조사를 받을 당시, 검찰에 제출한 서면진술서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전격 공개했다. A4 6쪽 분량인 해당 진술서를 통해 이 대표는 ‘대가성이 없는 적법·정당한 행정’이라는 주장을 7개 항목에 걸쳐 강조했다. 무고한 자신을 상대로 ‘검찰이 악의적 수사를 한다’는 대국민 여론전에 나선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맹공에 나섰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조폭 출신 김 전 회장이 귀국하니 이 대표가 실드(방패)를 치고 있다”며 “떳떳하다면 진실의 문 앞에 당당히 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석기 사무총장도 “일면식도 없다는데 이 대표는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영·백준무 기자, 수원=오상도 기자, 인천공항=박연직 선임기자, 김현우·배민영·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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