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 사업 수주 놓고 우주 업계 '잡음'
한국 우주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 개발 사업인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의 사업 수주를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위성 구조계 부문 사업 수주에서 대한항공과의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10년 간 우주산업에 발을 담그지 않으며 관련 조직이나 인력, 기술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대한항공이 기술평가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합당치 않다는 게 KAI 측 주장의 핵심이다. 항우연 측은 평가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KAI의 이의 제기로 KPS 구축 관련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사업 일정도 자연스럽게 지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항우연 측은 일정상 최소 3주 가량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주 개발에서 민간 사업자 참여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인 가운데 불필요한 잡음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1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KAI는 최근 KPS 위성 구조계 부문 사업 수주를 놓고 항우연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의를 제기한 사업은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위성 구조계 국산화 제작 및 용역’으로 2025년 5월까지 약 48억 7900만원이 투입되는 과제다.
KAI와 대한항공은 이 사업 수주를 놓고 경쟁했다. 평가는 기술평가 9, 가격평가 1 비율로 진행됐다. 가격 평가에서는 더 적은 금액을 제시하며 KAI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기술 평가에서 대한항공에 패하며 최종 승자가 대한항공으로 낙점됐다.
KAI 측은 “기술 평가에서 상당히 뒤지는 결과를 받았다”며 “이번 사업은 일전에 KAI가 개발에 참여했던 공공복합위성과 같은 플랫폼을 사용해 비행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라는 점, 지난 10년간 위성 구조계 개발에 참여한 적이 없는 대한항공이 기술평가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은 점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기술평가 외에 절차적 문제도 불거졌다. 가령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면 평가기간을 거쳐서 발표를 해야 하는데 제안서 제출 첫 날에 평가가 발표됐다는 게 KAI 측의 문제제기다.
항우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항우연 측은 “이의제기에 따라 외부 위성 전문가와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열었고 KAI 측이 주장한 부분들을 검토했는데 KAI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결론을 KAI 측에 통보해줬다”고 밝혔다.
항우연은 통보 직후 대한항공과 사업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의제기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약 3주 정도 일정이 지연됐다. 항우연 측은 “전체 사업 일정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KAI 측은 가처분 신청 등 여러 안을 놓고 추후 행동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AI 측은 “이번 사업 입찰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방법으로 과정상의 불합리함을 표할지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업 수주를 놓고 KAI는 이전에도 이의제기를 한 적은 있지만 소송에 나선 적은 없다.
우주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다툼이 10년전 우주 사업을 접었던 대한항공이 다시 업계로 뛰어드는 등 국내에서도 우주 산업계 경쟁이 격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우주산업 육성에 전례없는 의지를 보이며 국내 우주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다툼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 우주 업계 관계자는 “KAI의 이의 제기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며 "항우연 기술평가 기준이나 내용이 조금 더 투명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위성항법시스템이 제공하는 위치·항법·시각 정보는 교통·통신·금융 등 국가 핵심 인프라를 운용하는 데 필수적 요소다.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 등 신산업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KPS 개발은 이런 수요에 대한 대응 뿐 아니라 민간 우주산업 활성화뿐만 아니라 향후 우주경제 시대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35년까지 14년 동안 총 3조7234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KPS 위성시스템, 지상시스템, 사용자시스템을 개발하고 총 8기의 위성을 궤도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첫 위성 발사는 2027년 예정이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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