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아프리카 지도를 본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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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지도를 펼치면 피 냄새가 난다."
시인 전인식의 시(詩) '슬픈 직선'의 첫 구절이다.
크고 작은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나라의 국경은 인위적인 직선이다.
무력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나누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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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아프리카 지도를 펼치면 피 냄새가 난다.”
시인 전인식의 시(詩) ‘슬픈 직선’의 첫 구절이다. 지도에 피 냄새라니. 다소 의아스럽다. 의문을 풀기 위해 아프리카 지도를 펴보자. 아프리카에는 유난히 수직과 수평의 국경이 많다. 리비아, 알제리, 수단 등이 대표적이다. 크고 작은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나라의 국경은 인위적인 직선이다. 유럽이나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꼬불꼬불한 국경과 대비된다. 국경은 대체로 강의 흐름이나 산맥 등 자연 지형에 따라 구분된다. 유독 아프리카만이 예외다. 마치 자로 잰 듯이 가로세로의 직선들이다. 모두 ‘슬픈 직선’이다. 시인의 탄식대로 가족들은 하룻밤 새 다른 나라 사람이 됐다. 형은 영어를, 동생은 프랑스어를 배워야 했다.
왜일까? 19세기 후반 독일 베를린에 모여든 유럽 열강들은 ‘아프리카 식민지 분할’이라는 기괴한 신사협정을 맺었다. 무력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나누자는 것이었다. 유럽 열강의 편의에 따라 무자비하게 국경선이 그어졌다. 부족·언어는 물론 고유한 역사와 문화도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베를린회담은 사실상 악마와 손잡은 것이었다. 제국주의의 가장 추악한 모습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많은 아프리카 식민지가 독립을 이뤘다. 과거의 국경선은 그대로였다. 이제와서 되돌리기도 힘들다. 후유증은 아직도 깊다. ‘끝없는 내전’이라는 불행의 씨앗이 됐다. 정부군과 반군, 다수 부족과 소수 부족의 전투와 학살은 아프리카 도처에서 여전하다.
우리나라에도 과거 슬픈 직선의 아픔이 있었다. 해방 이후 남북을 갈랐던 38선이다. 일제 식민지 해방 이후 미국과 소련이 임시로 설정한 군사분계선이었다. 한반도 허리를 관통한 38선은 이후 분단과 전쟁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3년간의 한국전쟁 뒤에는 휴전선으로 고착화했다. 사실상 아프리카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남북한은 적대적 대결구조에 의존해 기묘한 공생관계를 이어갔다. 수십여년의 반목 끝에 냉전 해체 이후 성적표가 나왔다. 대한민국은 남북한 체제 경쟁에서 완벽하게 승리했다. 남은 과제는 통일이다. 다만 남북의 평화통일은 이상일 뿐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불가능하다거나 불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오히려 대세다. 슬픈 직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나라 안으로 눈을 돌려보면 더 심각하다. ‘보이지 않는’ 슬픈 직선의 전쟁터다. ‘합법적인 전쟁’이라는 선거, 특히 20대 대선은 아직도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장전이 끝나고 또다른 연장전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정치가 국민을 살피기보다는 오히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한다. 승자는 아량이 없다. 자유를 외치며 과거 때려잡기에 열중이다. 패자 또한 승복이 없다. 퇴진을 외치며 발목잡기가 한창이다. 인터넷공간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고 했던가. 달을 보는 이들은 아예 없고 모두가 손가락 끝만 물어뜯고 있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맹신의 아수라장이다.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너무나도 원색적이고 거칠다. 제2의 IMF가 우려된다는데 너무 한가한 현실 인식이다. 살벌한 직선으로는 위기를 넘을 수 없다. 배려와 공존의 부드러운 곡선이 절실하다.
김성곤 (skz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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