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감귤 농사짓던 오씨 남매, 한순간 간첩으로…56년 만에 재심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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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여동생 B씨가 법정에 섰다.
오씨를 따라 간첩 누명을 벗기 위해서다.
◇ '국가보안법 위반' A씨 사형B씨 징역형 집행유예 제주에서 감귤 농사를 짓던 오경대씨는 1966년 6월 "일본에서 무역업을 가르쳐 주겠다"는 이복형의 말에 속아 배에 올라탔다 납북됐다.
<뉴스1> 이 입수한 오씨 남매의 재심청구서에 따르면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의 폭행·고문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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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 친형·누이도 재심 신청…"사형당한 오빠 억울함 풀어야"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북한 간첩으로 몰려 15년간의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지난 2020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오경대씨(84).
이달 초 여동생 B씨가 법정에 섰다. 오씨를 따라 간첩 누명을 벗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지난 9일 오씨의 친형 고(故) A씨와 여동생 B씨가 신청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 첫 재판을 진행했다
◇ '국가보안법 위반' A씨 사형…B씨 징역형 집행유예 제주에서 감귤 농사를 짓던 오경대씨는 1966년 6월 "일본에서 무역업을 가르쳐 주겠다"는 이복형의 말에 속아 배에 올라탔다 납북됐다.
오씨는 이복형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탈출했으나 이복형은 다시 제주로 내려와 친형 A씨를 데려갔다.
북한에서 사상교육을 받고 풀려난 A씨는 월북 사실을 스스로 중앙정보부에 알렸는데, 당시 수사관들은 오씨 형제들을 모두 체포했다.
법원은 1967년 4월 오씨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친형 A씨는 반공법상 금품수수, 특수목적 잠입·탈출, 국가보안법상 군사목적수행 간첩미수 등 혐의로 사형을 당했다.
여동생 B씨는 반공법상 편의제공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 "지푸라기 잡고 살려는 욕망…수사관에 순응"
<뉴스1>이 입수한 오씨 남매의 재심청구서에 따르면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의 폭행·고문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A씨는 1968년 직접 작성한 상고이유서에 "자신의 진술은 사실을 인정해야 재판에서 동정을 받는다는 수사관의 충고에 따른 것"이라며 "강물에 밀려가는 생명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살려는 욕망에서 순응했다"고 적었다.
A씨는 △북괴로 탈출·잠입한 간첩으로 인정한 점 △지하당 조직 대상자로 지령을 받았다고 정한 점 △친부가 남노당 계열에 활동하다가 1947년 형살됐다고 인정한 점은 모두 근거가 없는 허위라고 호소했다.
오씨는 1967년 직접 작성한 탄원서에서 "모진 고문으로 임시 살겠다는 희망 때문에 이야기하는 대로 진술서를 쓰게 하고 그 진술서로 조서를 꾸몄다"며 "정말 빨갱이 아닌 빨갱이가 되어 죽음만 같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씨는 불법체포·불법감금 상태에서 폭행·고문당한 사실을 인정받으면서 지난 2020년 1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 56년 만에 재심 신청…"오빠 억울함 풀어야죠"
56년 만에 피고인석에 앉은 B씨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재심을 신청한 이유는 명확했다. 사형이 집행돼 모든 것을 잃어버린 오빠 A씨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다.
오씨 형제 변호를 맡은 서창효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지난달 12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기록상 드러나지 않은 수사기관의 범죄행위 및 간첩 조작 진실을 규명해달라는 요청이다.
서 변호사는 "오경대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처럼 형제들 역시 재심사유가 명백히 인정되는 사건"이라며 "재판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재심개시 결정을 내려주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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