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복지 최강 유럽도 '이민자'가 희망…"인구절벽 韓, 망설이면 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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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권 이어 혈연 중시 中·日도 이민정책 대선회…국가주도 논의 속도내야
[편집자주] 대한민국의 저출생·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릅니다. 지금 이 속도라면 50년 뒤 대한민국 인구는 절반으로 줄어들고 이로 인해 생산연령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 노동력은 부족하고 경제 성장도 감소할 전망입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민 정책을 꺼내들었습니다. 뉴스1은 우리나라는 어떤 이민 정책을 써야 하는지, 또 이민에 따른 예상되는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을 관련 전문가와 현장에서 듣고 4편의 기획물에 담았습니다.
(서울=뉴스1) 박상휘 박혜연 이정후 기자 = 불과 30년 전 대한민국의 실질 GDP는 캐나다와 함께 세계 10위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세계 20위로 주저앉았다. 2020년 실질 GDP 1조7000억 달러에 비해 1조4000억 달러가 증가한 3조1000억 달러를 달성했으나 경제 성장률의 상대적 열세가 다른 국가보다 빨리 왔기 때문이다.
미래도 상황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25년 후인 2075년에는 실질 GDP 3조40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가별 순위는 24위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상위 세계 10대 대국에는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멕시코 등이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은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말 내놓은 보고서에 따라 2050년 대한민국의 상황을 묘사한 내용이다.
골드만삭스 성장률 추정은 콥더글러스 생산 함수를 기반으로 하는데, 여기에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요소는 노동력 변화다. 즉,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5143만9038명으로, 2021년(5163만8809명)보다 19만9771명(-0.39%) 줄었다.
반면, 초고령사회 진입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26만7290명(2021년 885만여 명)으로 처음으로 900만 명을 넘어섰다. 고령인구 비중은 18%까지 늘었는데, 유엔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통계청의 예측대로라면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 5119만 명, 2050년 4735만 명, 2070년 3765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속도를 고려할 때 시간이 흐를수록 인구 감소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사이 우리나라 경제는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50년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이 0.5%가량으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장기 경제 성장률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2020년대 이후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돼 2050년에는 잠재 성장률이 0.5%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정리했는데, 여기서도 주요 원인은 노동 공급 감소였다. 15∼64세 생산 연령 인구가 지난 2011∼2020년엔 117만 명 늘었으나, 2021∼2030년 357만 명, 2031∼2040년에는 529만 명 각각 급감하면서 성장 둔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제까지 정부가 추진해 온 출산 장려 정책 등으로는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다급해진 정부는 이제서야 '이민'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종의 이민청 설치를 통해서 외국인 유입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부족한 노동력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민 확대를 놓고 지지층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강하다 보니 정부 역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민청으로 언급되던 관련 컨트롤타워의 명칭은 '이주'가 들어가는 방향으로 논의가 옮겨가는 등 기존의 적극적인 정책 방향보다는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대책은 오직 '이민' 정책뿐…"이민 수용 않고 사회 유지될 수 없어"
지난 2008년 유엔미래보고서에서는 유럽의 40여 개국의 출산휴가와 출산수당, 육아정책, 양육지원금 등 모든 출산 장려 지원책을 검토한 결과 출산율을 높이는 데에는 효과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과 고령사회의 대안은 이민뿐이며 당시에도 유엔은 한국도 이미 순수이민유입국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자국민이 기피하는 3D업종에 종사할 노동인력을 확보하는 목적으로 외국인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2000년대에는 외교 목적과 우수 인재 확보가 병행된 목적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이 같은 이민정책과 인구정책과의 연계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인구 정책에 출생과 사망뿐 아니라 이민을 3대 요소로 정의하고 이민 정책을 인구의 양과 질을 조절하는 중요 수단으로 활용했다.
최근에는 우리 이웃 국가들도 이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공안부 산하 국가이민관리국을, 일본은 2019년 법무성 산하 출입국재류관리청을 통해 이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이민학회장을 맡고 있는 한건수 강원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는 "정부의 이민청 제시는 이미 늦은 상태로 과거에는 외국인 유입을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했다면 지금의 문제 제기는 인구감소, 지역 소멸 등 한 단계 높은 차원의 논의"라며 "유엔 혹은 국제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지금의 인구 구조에서 이민을 수용하지 않으면 현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구 절벽 늦추는 이주민들…경제적 유발효과도 무시 못해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 수는 215만 명에 이른다. 4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등록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전체 인구의 4%가 넘는다.
우리는 이미 20명 중 1명의 이웃을 외국인으로 두고 있다. 외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경기 안산과 시흥, 충북 음성 등은 이웃 10명 중 1명 이상이 외국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들을 쳐다보는 시선은 여전히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값싼 노동력의 대체자가 아닌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이들이 기여하는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충북 음성의 경우 이주민들은 지역 경제를 떠받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음성의 전통시장인 무극시장은 장날이라도 겹치면 외국인과 내국인이 거리낌 없이 뒤섞여 흥정이 오간다.
그중에서도 한 달에 한 번씩 대량 구매를 하는 이주민들은 큰손으로도 불린다. 경기 안산도 마찬가지다. 특히 구도심의 경우 이들이 소비하지 않으면 지역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코로나19로 외국인 유입이 줄었던 지난 3년 동안 이들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지난 2016년 이민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국내 이민자의 경제활동과 경제기여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이민자의 생산유발효과 및 부가가치유발효과는 단 한 번도 감소한 적이 없다.
2016년 총 효과만 74조1000억 원으로 추정됐으며 2019년에는 93조7000억 원, 2026년에는 162조2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 및 부가가치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즉, 경제적으로든 인구 정책적으로든 이주민은 필수불가결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현장의 지적이다.
최근 일본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를 선점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한 중소기업에서는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문화권 노동자를 데려오기 위해 회사에 모스크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최근 엔화의 가치가 높지 않아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오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금은 여전히 차별적 시선과 노동력이라는 수단으로 이주민들을 바라보고 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일본처럼 이주민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문병기 한국이민정책학회장은 "최근 일본과 중국이 이민 관련 독립 조직을 만들어 불법 체류를 줄이고 노동력도 확보하는 일거양득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이주민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숙련된 인력을 확실히 정주시킬 수 있도록 하는 통합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혜연·이정후 기자)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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