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과 이민] ②中·日 '인구 쟁탈' 시작…韓 '이민 컨트롤타워' 급하다
加·日 지자체별 맞춤 '외국인 정착' 벤치마킹…이민행정 문턱 낮춰야
[편집자주] 대한민국의 저출생·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릅니다. 지금 이 속도라면 50년 뒤 대한민국 인구는 절반으로 줄어들고 이로 인해 생산연령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 노동력은 부족하고 경제 성장도 감소할 전망입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민 정책을 꺼내들었습니다. 뉴스1은 우리나라는 어떤 이민 정책을 써야 하는지, 또 이민에 따른 예상되는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을 관련 전문가와 현장에서 듣고 4편의 기획물에 담았습니다.
(서울=뉴스1) 박상휘 박혜연 이정후 기자 = 우리나라와 같이 저출산과 인구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겪었던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민을 인구성장의 주요 동력원으로 삼고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 4일 내놓은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인구증가율이 이민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09~2010년에만 해도 미국의 인구증가율은 0.83%를 기록했지만 트럼프 정부의 반(反)이민정책이 시행됐던 2018~2019년에는 인구증가율이 0.46%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미래 인구 증가에서 가장 관리하기 쉬운 부분은 이민에 있다"며 "이민 증가는 인구증가율을 높일 뿐 아니라 고령화 추세를 늦추고 아동과 젊은 노동력 증가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여러 유럽 국가에서도 지속적인 이민 유입이 인구 순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고학력자가 증가하자 저임금·저숙련 노동시장에 이민자들이 주로 유입됐고 불법이민자들을 점차 합법화하는 방향으로 이민정책이 시행되어온 것이 특징이다.
독일은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고용허가제와 같은 초청외국인력 제도를 운영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농촌이나 3D 업종 등 내국인이 취업을 꺼리는 직종에서 이민자로 노동력을 대체한 사례다.
건국 초기부터 이민국가를 표방했던 미국과 캐나다, 호주의 경우 사회 전반적으로 이민자들이 국가 경제와 발전에 기여했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샤이 번스타인과 레베카 다이아몬드 등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12월 전미경제연구소 논문에서 지난 30년간 미국의 이민자들이 국가 혁신에 기여한 비중이 36%라고 밝혔다. 1990년 이후 미국에 등록된 특허 수와 특허 인용 수, 특허의 경제적 가치 등을 포함해 조사한 결과다.
◇외국인 유치 경쟁 치열한데…한참 늦은 '이민 컨트롤타워'
전문가들은 이민자 유입 확대를 위해 우선 이민정책을 통합·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오랫동안 제기해왔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노동부, 결혼이민자는 여성가족부, 난민은 법무부 등 각 주무 부처별로 파편화돼 있어 부처 중심으로만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정밀하고 체계적인 이민 수요·공급 분석과 대응이 어렵다.
정부는 이민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출입국이주관리청' 설립안을 연내 제출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한참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2005년부터 나왔지만 이민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크다 보니 약 20년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다.
그사이 동아시아 주변국들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일찌감치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펼쳤던 싱가포르는 출입국관리와 관세 등 여러 관련 부처를 통합, 2003년 이민국(ICA)을 설립했고 대만은 2007년 설립한 이민서에서 이민정책을 관리하고 있다. 중국은 2018년 국가이민관리국을, 일본은 2019년 출입국재류관리청을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이민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건수 한국이민학회 회장(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은 "단순히 결혼이민자,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로 변화하고 있고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라는 걸 인식한 상태에서 이민정책 컨트롤타워가 설립되어야 한다"며 "그 안에서 구체적인 출입국 문제, 노동자 정책, 경제 정책, 사회문화 정책 등을 통으로 고민하고 일관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정부 역할도 중요…'맞춤형' 이민 유입·정착 적극 시행
중앙정부에서 이민 정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추진하는 컨트롤타워도 시급하지만 이민자들이 실질적으로 생활하는 지역사회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민을 유입하고 '맞춤형'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 정부가 최근 가장 집중하는 이민정책으로 주정부지정이민(PNP)이 꼽힌다. PNP는 지역의 단기 노동력 부족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각 주에 일정한 쿼터를 부여해 주마다 자체 수요에 맞도록 이민자 자격요건과 선발기준, 직종 등을 설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한 것이다.
또 연방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주 정부와 시민단체가 주도해 다양한 이민자정착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시행한 것도 사회통합 측면에서 캐나다의 이민정책이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요인 중 하나다.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주에는 신규 이민자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각 지역사회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는 자원봉사자 파트너를 연결해주는 '커넥츠 프로그램'(Connects Program)이 있다. 급할 때 통·번역을 지원하거나 각 지역사회 모임을 소개해주고, 지역 문화규범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생활 안내자 역할을 한다.
일본도 각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적 특성을 살린 '다문화공생정책'과 외국인에 대한 정착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2001년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에서 시작돼 각 지자체로 퍼져나간 '외국인집주도시회의'가 대표적이다. 외국인집주도시회의는 지자체가 연합한 네트워크로 능동적으로 중앙 정부에 이민자들에게 필요한 취업·교육 지원 등 대책 수립을 요구한다.
◇ 외국인에게 너무 높은 이민 행정의 벽
이민 컨트롤타워 부재와 더불어 외국인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출입국 행정 시스템도 개선 사항으로 지적된다.
국내 외국인 체류 제도는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데 관련 내용이 담긴 '사증·체류 민원 자격별 안내매뉴얼'은 한국어로만 제공되고 있다. 해당 매뉴얼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일까지 15차례 수정됐으나 한국어가 낯선 외국인들이 이를 꼼꼼히 살피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들은 검증되지 않은 브로커를 고용해 바뀐 내용을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비자 등록 및 연장을 위한 내용이 담겨 중요도가 높지만 외국인이 직접 해당 내용을 보고 이해하기란 어렵다. 사실상 이민 행정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영관 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은 "체류 관련 정보는 외국인이 쉽게 알 수 있는 정보여야 하는데 사실상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며 "비자 신청을 위해 브로커에게 의뢰해도 이들은 전문 자격이 없기 때문에 과거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체류자가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영주권 획득의 벽도 높다. 국내 영주권은 동일한 체류 자격으로 5년 이상 머무르고 있는 자,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자, 연간 소득이 국민총소득(GNI)의 2배 혹은 한국 가구당 평균 순자산의 1.5배 이상 등 높은 기준이 존재한다. 국내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비전문취업(E-9) 외국인 노동자는 최장 4년 10개월밖에 체류할 수 없어 사실상 영주권 획득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셈이다.
◇ 비숙련인력이 대부분…원활한 적응 위해 교육기간·질 높여야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외국인 정책 중 '전문인력 유치' 전략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우수 인재를 유치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낮은 임금, 높은 물가 등으로 우리나라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화권인 중국, 일본 등도 전문인력을 유치하고 있어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법무부가 전문인력으로 구분하는 △교수(E-1) △회화지도(E-2) △연구(E-3) △기술지도(E-4) △전문직업(E-5) △예술흥행(E-6) △특정활동(E-7) 비자의 등록외국인 비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등록외국인(118만명) 중 4%인 4만7615명에 불과하다.
반면 농어촌 및 중소기업 등 3D 업종에 종사하는 비전문인력(계절근로, 비전문취업, 선원취업, 방문취업)은 같은 기간 37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전문취업 노동자들은 국내 산업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일꾼들이다.
고용노동부는 낯선 환경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위해 입국 전 45시간 이상, 입국 후 16시간의 취업 교육을 제공한다. 하지만 최장 4년 10개월의 체류 동안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한국어·생활법률 교육 등도 의무가 아니라서 참여율은 저조하다.
이들은 부족한 교육으로 사실상 우리 사회에 녹아들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어느새 뿌리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비전문인력을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싸게 쓰고 본국으로 다시 보내는 인력'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코로나19 이후 부족한 산업 인력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올해 비전문취업 비자 도입을 11만명으로 확대하고 최대 10년까지 머무르게 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저출산·고령사회의 대책으로서 우리나라에 적응할 수 있도록 촘촘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병기 한국이민정책학회 회장은 "이주민의 국내 정착 문제는 단순히 체류 기간을 늘려주거나 입국을 자유롭게 해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들이 제대로 살 수 있도록 한국어부터 우리나라 문화까지 다양한 적응 교육이 이뤄져야 정책의 질이 나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혜연·이정후 기자)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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