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한 무인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안영호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수석부회장(예비역 육군 중장·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2023. 1.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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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방어체계에 심각한 문제 있다는 인식은 지나쳐"
"'상대보다 훨씬 더 뾰족하고 날카로운 창' 활용해야"
안영호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수석부회장(예비역 육군 중장·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서울=뉴스1) 안영호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수석부회장(예비역 육군 중장·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 최근 북한 소형무인기가 우리의 영공을 침투해 국민적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군이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남북 간의 합의를 무시하고 군사분계선(MDL)을 월경해 무인기를 보낸 북한의 의도적 도발에 한없이 분노하면서, 우리 군의 대응과정에 어떠한 제한사항이 있었는지, 북한 소형무인기의 영공침투가 군사적으로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 앞으로 어떤 점을 보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필자가 접적지역 사단장과 군단장으로 재직 시 고민하면서 대비했던 경험을 전하고자 한다.

얼마 전까지도 우리 군의 대공 레이더는 3m 이하의 소형무인기는 탐지할 수 없었다. 이번 사태에서 북한의 2m급 소형무인기를 MDL 이북에서부터 탐지해 낸 것은 사실 상당한 성과이다. 우리 군의 방공레이더 성능을 많이 보강한 결과일 것이다.

그럼에도 MDL을 넘어 들어와 서해쪽으로 선회한 항적과 서울지역으로 계속 비행하는 항적을 놓친 것은 접적지역을 중심으로 배치된 국지방공레이더의 탐지거리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레이더 성능을 아무리 보완하더라도 2m급의 소형무인기를 원거리까지 지속적으로 추적·탐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레이더의 한계를 보강하는 대책이 열상장비로 소형무인기를 식별하는 것이다. 움직이는 모든 물체는 반드시 열이 발산되므로 이 열을 탐지해 물체를 식별해 내는 게 열상장비이다. 이런 열상장비로 드넓은 하늘을 감시하면 당연히 투사하는 공간보다 투사하지 못하는 공간이 훨씬 많아진다. 다행히 비행체가 투사하는 공간에 들어왔을 때는 탐지해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탐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비행경로를 예측해 그 공간을 순차적으로 반복 투사함으로써 비행체를 놓치지 않도록 노력한다. 이렇게라도 해야 레이더로 탐지되지 않는 작은 비행물체를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어려운 감시대책 하에서도 MDL 이북에서부터 북한 무인기를 추적했다는 것은 그동안 절치부심한 우리 군의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군의 조사발표에서 레이더가 이상항적을 탐지했음에도 탐지요원이 이를 뒤늦게 인식했다는 것은 사후 조사에서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레이더에서 최초 항적은 모두 작은 점으로 나타난다. 새떼나 대형풍선 등도 동일한 비행체로 탐지한다. 이를 이상항적으로 판단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미 항적을 인지하고 있는 사후 조사에서는 최초 레이더에 나타난 작은 점이 북한 무인기임을 바로 식별할 수 있지만, 탐지요원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수많은 점들 중 하나를 무인기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5일 경기 양주 가납리 비행장 일대에서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북한 무인기 침투 상황 대응 방공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2023.1.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군이 여러 전력을 투입하고서도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비행하고 복귀할 때까지 격추하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소형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한 것이 군의 대공방어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우리 군의 모든 요격체계는 2m급의 소형무인기가 목표가 아니라 일정한 규모 이상의 비행체가 목표이다. 2m급의 소형무인기는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탐지 레이더에는 근거리에서 제한적으로 포착될 수 있으나, 유도무기 레이더에는 포착되기 어렵다. 만약 유도무기 레이더에 포착된다고 하더라도 비행 중 발산하는 엔진열이 미약해 열추적 방식의 유도탄이 추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육안으로 비행체를 식별해서 요격하는 발칸, 비호 등의 지상대공포로 요격해야 하는데 이들의 유효사거리는 2~3km 정도이다. 2m 정도의 비행체가 수백m 이상 이격되면 육안식별이 제한되므로 지상대공포로 소형무인기를 요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이들 대공포탄은 표적에 명중하지 않으면 공중에서 자폭하지만, 폭발물 잔해가 지상에 떨어지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북한 무인기가 MDL을 넘기 이전에 사격하면 우리의 대공포 유탄이 MDL 이북에 낙탄되므로 우리가 북한지역으로 먼저 사격해 도발한 것이 되고, 북한 무인기가 철책을 통과해 후방으로 비행할 때 사격하면 우리 민가 지역에 대공포 유탄이 낙탄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전방 철책에 배치된 대공포로 무인기에 사격하는 범위는 한정돼 있다. 대공포 유탄 낙탄으로 대민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후방지역에 배치된 방공진지에서 사격하더라도 동일하다. 물론 북한의 유인 항공기가 남하한다면 대공포 유탄으로 인한 대민피해보다 북한 비행체에 의한 위협이 훨씬 크므로 지체없이 사격해야 하지만, 2m급의 소형무인기에 대해 대민피해를 무시하고 사격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북한의 유인 항공기가 남하한다면 북한 전역을 모니터하는 우리 레이더망에 MDL 이북의 훨씬 원거리에서부터 탐지될 것이고, 대공포보다는 유도무기로 요격할 것이므로, MDL 월경과 동시에 모두 격추될 확률이 크다.

이러한 지상 대공포와 유도무기의 제한사항으로 인해 육군 헬기와 공군기가 대응했으나 이들도 소형무인기를 요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우선 항공기의 레이더는 적 항공기를 탐지하도록 설계돼 있으므로 2m급의 소형무인기는 탐지하기 어렵다. 지금의 공중전투체계는 과거와 같이 적 항공기에 근접해 기총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원거리에서부터 레이더로 탐지해 공대공 유도무기로 요격하는 체계이므로 레이더에 표적이 식별되지 않으면 요격이 제한된다.

더욱이 육군 공격헬기는 공대공 전투가 아니라 공대지 전투를 위한 무기체계이므로 주로 지상표적 위주로 사격훈련을 실시한다. 또한 헬기는 적정 공기밀도가 보장되는 1㎞ 이내의 저고도로 비행해야 하므로 북한 무인기가 고고도로 비행하면 접근이 어려워진다. 이번 작전에서 육군의 코브라 헬기가 사격을 했으나 2m급 소형무인기를 명중시키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고, 그나마 낙탄에 의한 대민피해를 고려해 사격할 수 있는 구간이 아주 한정됐을 것이다.

이렇게 탐지와 요격이 쉽지 않은 북한의 소형무인기는 우리에게 어떤 위협이 될까? 이번에 내려온 북한의 소형무인기는 정찰용 무인기이다. 이 무인기는 사전에 비행경로를 주입해서 비행간 경로를 따라 촬영한 영상을 복귀 후에 판독하는 수준의 정찰기이다. 이런 수준의 영상은 이런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구글 지도에서 획득 가능하다. 네이버 지도의 거리뷰 영상을 이용하면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

반면 우리 군이 보유한 정찰 무인기는 지상통제소에서 비행을 조종하면서 영상카메라를 조작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정찰 영상은 표적 획득이 목적이므로 실시간으로 영상이 전송돼야 함은 기본이고 동일한 지점을 계속 보면서 줌 기능도 있어야 군사적 가치가 있다. 이러한 기능을 모두 갖춘 우리의 정찰 무인기는 북한 무인기보다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2m급의 소형무인기가 수백m 상공의 원거리에서 줌 기능도 없이 고속으로 지나가면서 촬영한 영상이 얼마나 군사적으로 가치가 있을까?

2017년 6월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 (뉴스1 DB) 2022.12.26/뉴스1

일부에서는 북한 무인기에 폭약을 탑재하거나 자폭시켜 공격기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그러나 우리 후방의 중요시설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폭약을 탑재해야 하고 원거리 표적까지 유도하기 위한 유도장치가 구비돼야 하므로 비행체의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폭약을 탑재하지 않고 자폭시켜 공격한다고 하더라도 후방의 중요시설을 타격하는데 2m 규모의 자폭으로는 군사적 피해가 미미하다. 설령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거리 표적 타격을 위해서는 정밀유도장치가 구비돼야 하므로 무인기가 2m보다는 훨씬 커져야 한다.

작은 드론이 적의 핵심요원을 자폭이나 근접사격 기능으로 저격하는 무인기도 있으나, 이는 비행체를 육안으로 보면서 조종하는 몇백m 정도의 근접전투에서나 가능하지, 수십㎞의 원거리 표적 타격은 불가능하다.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총사령관을 저격한 미국의 무인공격기 MQ-9의 크기는 20m가 넘는다. 따라서 원거리 공격용 무인기는 2m급보다는 훨씬 커져야 하고 그렇다면 모두 우리 대공 레이더 망에 탐지될 수밖에 없으며 요격도 훨씬 쉬워진다.

군사적 위협의 정도와 관계 없이, 또한 탐지와 요격의 어려움에 관계 없이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 후방까지 비행했음에도 격추하지 못한 데 대한 국민의 질책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군은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또 다시 절치부심할 때이다. 육군의 공격헬기나 공군의 경공격기 중에 소수를 2m급의 소형무인기를 요격할 수 있도록 특화시켜 훈련한다면 모든 전력이 불필요한 훈련을 해야 하는 낭비를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찔러도 상처가 날지 안 날지 모르는 뭉툭한 창이 어디를 찌를지도 모르는 것에 대비해 전방위에 방패를 두르고 기존의 방패를 두껍게 보강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우리는 상대보다 훨씬 더 뾰족하고 날카로운 창을 보유하고 있다.

상대가 우리에게 창질을 한다면 더 뾰족한 우리의 창으로 상대가 저지른 동일한 방법으로 상대를 찌르는 것이 현명하다. 이번 북한 무인기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우리의 무인기가 MDL을 넘어 북한지역으로 비행한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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