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따로…축사 따로…"농촌도 구역개발"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농촌의 재생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서 쾌적한 농촌 공간을 조성하겠습니다. 지역 주민의 자율적인 연대와 협력으로 농촌다운 가치를 창출하고 체험 관광 등을 통해 소득 증대로 연결되도록 하겠습니다.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협력해서 주거·산업·경관·축산지구 등 지역 특성에 맞게 계획을 수립하면 관련 부처가 이를 통합적으로 적극 지원하겠습니다."(2023 정부업무보고에서, 정황근 농식품부장관)
그동안 농촌을 둘러싼 인식은 상반된 두 가지가 공존했다. 깨끗한 자연과 맑은 공기, 밀도가 낮은 생활환경을 중심으로 농촌 생활을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국민의 새로운 활동 및 정주의 공간으로 농촌의 가치가 높아진게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마을 내 빈집이 늘어났고 기초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불편해 졌다는 인식이 있었다.
여기에는 증가한 농촌 총인구와 심각한 공간적 불균형이 '한 몫'했다. 농촌 인구는 2010년 876만명에서 2020년 976만명으로 증가했지만 이는 수도권과 도시 인근 또는 읍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현상이었다. 농촌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면 지역 인구는 계속 감소해 인구 2000명이 안되는 면은 2000년 167개소에서 2020년 354개로 크게 늘어났다.
농촌지역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중에 있다. 2020년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동 지역이 14.6%을 기록했고 △읍 지역 17.5% △면 지역 31.8%로 도시의 고령화 비율을 크게 웃돌았다. 이같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주민의 구매력 감소와 자치단체의 재정기반 약화로 이어졌고, 이는 기초 서비스(교육·의료·교통·소매업 등) 수요를 감소시켜 지속적인 서비스 공급을 어렵게 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대책이 필요했다. 농촌을 깨끗하고 생활하는 데 편리한 공간으로, 또 사람이 돌아오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이 마련돼야 했다. 정부가 농촌공간을 정비해 농촌다움을 복원하고, 일자리·주거·산업·사회서비스 기능을 확충해 농촌 활성화를 도모하는 '농촌 공간계획 제도'를 추진한 배경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가칭 농촌공간 계획법)'이 지난 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 의결됨에 따라 제정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17일 밝혔다.
농촌공간계획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틀로, 그동안 현장에서 제기돼 온 △농촌 주민의 삶의 질 문제 △무질서한 정주 공간 △각 부처와의 연계지원 문제 등에 대응하는 근본적 대책의 성격을 지닌다. 농촌을 도시계획과 마찬가지로 용도별(농촌마을보호지구, 농촌산업지구, 축산지구, 농촌융복합산업지구, 재생에너지지구, 경관농업지구, 농업유산지구)로 구획화(Zoning)해 그 공간을 각각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마을이라도 주거지역은 농촌마을 보호지구로, 축사나 공장과 같은 것들은 산업지구로 별도로 지정을 해주면 정주공간의 편의성도 지키면서 산업 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농식품부는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방향만 제시하고 시·군 스스로 지역공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을 반영하는 상향식 계획 수립을 지향한다. 지자체는 지역 상황과 여건을 충분히 조사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농촌협약'을 올 해 53개 시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20년 부터 시작된 농촌협약은 농식품부와 지자체가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동시에 농촌지역 생활권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개소당 국비 기준 최대 300억원+α(농촌공간정비사업)가 지원된다.
또 농촌 사회서비스도 대폭 강화된다. 농촌 어디에서나 기본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고 다양한 유형의 사회서비스 제공 모델이 육성된다. 문화·복지 등 복합 서비스 거점이 올 해 900개소까지 확대되고 취약계층 돌봄을 위한 사회적 농장도 2022년 83개소에서 2023년 100개소로 늘어난다. 농촌 돌봄마을도 올 해 3개소 조성되며 오는 2027년까지 농촌지역 노후·불량 주택 10만호도 정비에 들어간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농촌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차질없이 마무리 해 농촌공간계획의 제도적 기반을 확고히 하겠다"며 "새로운 농촌공간계획제도와 농촌재생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농촌을 주거와 일자리, 사회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지원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세종=정혁수 기자 hyeoksoo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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