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달 잇는 다누리 심우주인터넷…'한국판 스타링크’ 될 수 있을까
한국도 다누리로 심우주인터넷 기술 확보
미국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국내에 위성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2분기부터 국내에서 위성을 통해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위성인터넷이 상용화되는 건 처음이다.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치를 인정 받았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통신망이 파괴된 상황에서도 스타링크로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에 인터넷망을 제공해 전쟁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가도 받았다.
스페이스X는 이달 5일 ‘스타링크 코리아’를 설립예정법인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신청했다.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에 띄운 인공위성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다. 광케이블로 연결하는 지상 인터넷과 달리 모든 연결이 무선으로 이뤄지는 만큼 통신 설비의 제약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위성 신호를 받는 수신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스타링크는 위성인터넷의 단점인 느린 속도를 극복하기 위해 위성을 고도 600㎞ 이하에 올리고 있다. 스타링크의 현재 통신속도는 초당 50~150Mb로 4세대 이동통신(4G)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통신위성의 고도가 낮은 만큼 지구 전역에 신호를 보내려면 많은 위성이 필요하다. 큰 물체와 가까이 있으면 자세히 볼 수 있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스타링크는 현재 3000개의 위성을 운영하고 있고, 4만기 이상의 위성을 2020년대 말까지 띄워 서비스 지역을 넓히고 속도를 초당 1기가비트(Gb)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우리 기술로는 스타링크 같은 위성인터넷을 할 수 없을까.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기술은 한국도 보유하고 있다. 작년에 발사해 최근 본격적인 임무에 돌입한 달 궤도선 다누리를 이용한 심우주인터넷 기술 실증이 진행 중이다.
다누리가 시험하고 있는 심우주인터넷은 위성을 기반으로 지구와 우주 사이에서 정보를 주고 받는다는 점에서 위성인터넷과 비슷하다. 다누리는 달 궤도를 도는 만큼 지구와의 거리가 약 38만㎞ 떨어져 있다. 많은 위성이 필요한 스타링크와 달리 지구 전역과 신호를 주고 받는데 위성이 많을 필요가 없다. 신호 송수신 범위를 120도로 나눠 수신기가 지역별로 3개만 있으면 위성 하나로도 지구 전역과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다.
현재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운영하는 우주망원경, 탐사선과 교신하기 위한 심우주인터넷 수신기도 미국 캘리포니아, 스페인 마드리드, 호주 캔버라 등 3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다누리도 3개의 수신기와 24시간 통신을 유지하고 있다.
다누리는 지난해 11월 지구에서 128㎞ 떨어진 위치에서 텍스트 송수신과 동영상 수신에 성공하면서 심우주인터넷 기술의 성능을 확인했다. 다누리 개발을 이끈 이병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위성탑재체연구실장은 “실험 목적이었던 다누리의 크기와 무게의 제한 때문에 영상 송신은 못했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해외에서는 이미 심우주인터넷으로 지구 전역에서 접속할 수 있는 상용서비스를 구현하려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 위성제조기업 서리새틀라이트테크놀로지는 우주공간에 통신위성을 띄워 지구와 달에 상용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루나 패스파인더라고 이름 붙은 이 위성은 2024년 발사돼 유럽우주국(ESA)의 ‘문라이트’ 임무를 수행하면서 지구 전역에서 심우주인터넷에 접속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문라이트 임무에서는 심우주인터넷을 지구 전역에 연결하기 위해 지구와 달 궤도에 중계 위성을 띄우고, 심우주인터넷 위성을 중심으로 통신을 주고 받는다. 현재는 분리돼 있는 위성인터넷과 심우주인터넷을 통합해 우주 규모의 인터넷 망을 만들 수 있다. 이 실장은 “속도가 중요한 위성인터넷과 안정성이 중요한 심우주인터넷이 통신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컴퓨터 하나만으로도 두 방식을 연동할 수 있다”며 “위성인터넷과 심우주인터넷을 통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느린 통신 속도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문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2014년 레이저로 통신하는 ‘달 레이저 통신 장치(LLCD)’를 이용해 다운로드 속도 초당 622Mb, 업로드 속도 20Mb의 심우주인터넷을 구현해 3세대 이동통신(3G) 수준을 달성한 바 있다.
이 실장은 “심우주인터넷은 위성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지상인터넷의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다”며 “자연재해, 원전사고 등 지상인터넷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긴급히 쓸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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