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정책의 변곡점[우보세]

정현수 기자 2023. 1. 18.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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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의 인구정책에는 몇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하면 된다'는 우리의 성공 신화는 인구정책에서도 유효했다.

국가기록원은 인구정책의 역사를 기술하며 당시를 '성공'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최근 10여년의 상황을 보면 정부는 인구정책의 실패에 안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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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의 인구정책에는 몇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초기에는 성공의 역사였다. 한국에서 인구정책이 시작된 건 1962년.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만 해도 멜서스의 '인구론'은 정설이었다. 급속한 인구의 증가는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가족계획에 힘이 실렸다.

'하면 된다'는 우리의 성공 신화는 인구정책에서도 유효했다. 극적으로 출생아가 줄었다. 1970년대 초반 4명대를 유지하던 합계출산율은 1983년 2.06명까지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이 대체출산율(2.1명) 이하로 내려간 건 그때가 처음이다. 대체출산율은 인구 증가를 멈추고,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국가기록원은 인구정책의 역사를 기술하며 당시를 '성공'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인구정책이 시작된 후 20여년의 시간이 흐른 1983년에 이르러 마침내 성공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랬다. 전 세계가 인구증가를 고민하던 시기에 한국은 산아제한 정책의 모범국가로 알려졌다. 국제기구도 인구 증가에 가장 잘 대응한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하지만 1983년의 합계출산율은 결과적으로 위기의 징후였다. 합계출산율은 1987년 1.53명까지 떨어졌다. 1977년 합계출산율이 2.99명이었으니 10년만에 반토막이 난 것이다. 단순히 산아제한 정책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당시의 사회 변화가 녹아든 결과물이다. 하지만 정부는 위기의 징후를 외면했다. 오히려 성공에 도취해 산아제한 정책을 강화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출산억제 정책을 폐기한 건 1996년이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저출산의 서막을 그때서야 인정했다. 하지만 때늦은 의사결정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2002년에는 '초저출산'의 문턱인 합계출산율 1.3명 이하까지 주저 앉았다. 지난해에는 5년 연속 0명대 합계출산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전의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정부는 2002년 초저출산 세대가 등장하자 발빠르게 움직였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으로 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를 만들었다. 상황 판단은 정확했고, 의사결정은 빨랐다. 저출산위 출범 직후 합계출산율이 반등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후 인구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덩달아 저출산위는 힘을 잃었다. 대통령이 위원장인데, 역대 정부에서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 10여년의 상황을 보면 정부는 인구정책의 실패에 안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거듭된 실패에 정부도 국민도 감각이 무뎌졌다.

저출산위 부위원장에서 해임된 나경원 전 의원의 사례 역시 인구정책의 변곡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일로 저출산위는 '여의도 정치'의 공학과 무관하게 한계를 그대로 노출했다. 인구정책을 책임질 수 있는 권한도, 뒷배도 없음을 확인했다. 인구정책의 추진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대신할 인구정책기본법 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제정안은 저출산보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다. 제정안 논의 과정에서 인구정책 추진체계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수 있다. 저출산위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 상황 판단은 정확하고, 의사결정은 빨라야 한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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